[인터풋볼] 박선웅 기자 = 손흥민의 영향력은 선수단뿐 아니라 구단 사무실 직원들에게까지 미쳤던 모양이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 소속 알레스데어 골드 기자는 4일(한국시간) “손흥민은 버스에 올라 동료들과 함께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 남기로 했고, 팀은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해 런던으로 귀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것만 보면 특별할 건 없었다. 과거 한국에 방문했을 때도 손흥민은 하루 이틀 남아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손흥민을 사랑했던 토트넘 훗스퍼 안팎의 모든 이들은 이번이 정말 작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 몇 달, 어쩌면 몇 년 동안 그를 다시 보지 못할 것임을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손흥민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사전 기자회견에서 토트넘과의 공식 결별을 선언한 바 있다. 그는 “한 가지 말씀드려야 할 부분이 있다. 이번 여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되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내일 즐거운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시작된 마지막 경기. 손흥민은 설렘과 슬픔 두 감정을 억누르고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팔에는 주장 완장이 채워져 있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 모인 팬들은 전광판에 손흥민의 얼굴이 비칠 때마다 환호성을 터뜨렸다. 나아가 전반 7분과 후반 32분 손흥민의 응원가인 ‘나이스 원 소니’를 불렀다.
만남이 있다면 이별도 있는 법. 후반 20분 손흥민의 교체 아웃 사인이 들어왔다. 여기서 감동적인 장면이 나왔다. 이브 비수마를 포함한 토트넘 동료들이 손흥민에게 다가가 포옹했다. 뉴캐슬 선수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후 양 팀 선수들은 존중의 의미를 담아 ‘가드 오브 아너’를 해줬다.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던 손흥민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남은 시간과 경기 후에도 그의 눈가는 촉촉했다. 이를 지켜보던 팬들도 손흥민을 바라보며 울었다. 그리고 토트넘 동료들은 손흥민을 번쩍 들며 헹가래를 해주었다. 이에 감동받은 손흥민은 또다시 주저앉아 오열했고,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비롯한 동료들이 모두 그를 감싸안았다.
손흥민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상태로 터널을 빠져나왔고, ‘스퍼스 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도 울먹였다. 그는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었고 감정적이었다. 지금도 감정이 다시 올라온다. 솔직히 지난 몇 주는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나누는 건 절대 잊지 못할 거고 평생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다. 팬들, 선수들, 그리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토트넘은 항상 내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토트넘의 가족으로서 응원할 것이다. 모두에게 행운을 빈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정말 좋은 캡틴이자 멋진 사람이었다. 제임스 매디슨, 로메로, 로드리고 벤탄쿠르, 비수마, 히샬리송, 미키 판 더 펜 등 1군 선수들이 전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손흥민에게 감사의 표시를 전달했다. 대부분 손흥민을 향해 레전드라며 함께했던 시간 동안 고마웠다고 이야기했다.
구단 직원들도 눈물을 훔쳤다. 골드 기자는 “지난 10년 동안 손흥민은 훗스퍼 웨이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일상 그 자체였다. 그는 늘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며 활짝 웃거나 웃음소리를 냈다. 멀리서도 오는 걸 알 수 있는 존재였다”라고 알렸다.
이어 “이제부터는 그 웃는 얼굴을 훈련장에서 볼 수 없고, 벽에 걸린 사진으로만 봐야 한다는 사실은 선수들뿐 아니라 구단의 스태프들에게도 깊은 충격이었다. 여러 부서의 직원들이 그와 작별하며 눈물을 흘렸다”라고 밝혔다.
최근 토트넘은 주앙 팔리냐 오피셜을 발표했다. 이후 런던으로 복귀한 포로가 구단 사무실에서 팔리냐를 만나는 영상을 공개했다. 구단 직원들은 “포로, 돌아온 걸 환영해”라며 포로를 반겼다. 이어 포로는 팔리냐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저멀리 선반 위에 손흥민의 굿즈가 있었던 것. 손흥민은 두 팔을 벌리며 ‘흥~이팅!’이라며 외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것만 봐도 직원들이 얼마나 손흥민을 아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