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총기 살인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방탄복을 입었으나 방탄 헬멧과 방탄 방패가 없어 내부 진입이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확보한 경찰 무전 녹취록을 보면, 인천 연수경찰서 상황실은 신고 접수 4분 만인 지난 7월20일 오후 9시35분께 직원들에게 테이저건과 방탄복, 방탄 헬멧을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7분 뒤인 오후 9시42분께 “지금 도착한 순찰차는 방탄복을 착용했으면 바로 진입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은 현관문 비밀번호를 확보하고도 “화약 냄새가 많이 나고 쇠구슬도 있다. 내부에 아버지가 (총기를) 장전한 상태로 있는 상황이라 특공대가 와야 한다”며 진입하지 못했다. 당시 지구대 팀장은 “경찰관들이 들어가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방탄모와 방탄 방패가 있어야 할 것 같다”며 “무조건 진입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보고했다.
연수서 상황실이 방탄복과 방탄모 착용 여부를 묻자 지구대 팀장은 “방탄복을 입었는데 방탄 헬멧이 없다. 방패는 있는데 방탄 방패가 아니다”고 답했다. 지구대 팀장은 신고 접수 23분 만인 오후 9시54분께 현관문 비밀번호를 확보했는지 묻는 상황실에 재차 “비밀번호는 알고 있고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들어갈 경우 사제 총으로 경찰관을 공격할까 봐 그런다”고 답변했다.
이어 현장에 경찰 기동순찰대도 도착했으나 방탄복이 아닌 방검복만 착용한 상태였고, 결국 소방차 진입로 확보와 주민 통제 등 업무만 맡았다.
당시 긴박한 상황에서 연수서 상황관리관이 피의자와 피해자, 신고자 등 나이를 알아보라고 지시하자 지구대 팀장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시아버지가 사제 총을 들고 거실에서 대기한다고 하잖아요, 빨리 제압할 수 있는 특공대를 빨리 도착 좀 해줘요”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연수서 상황실은 당시 현장 경찰관에게 “아버지(피의자)와 이야기해서 남편만 먼저 구조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현장 경찰관은 “신고자는 (피의자인) 시아버지가 무서워서 대화를 못 할 것 같다고 한다”라고 답했다.
경찰은 결국 폐쇄회로(CC)TV 확인이나 휴대전화 위치추적도 하지 않은 채 피의자 A(62)씨가 집 안에 있다고 판단하고 경찰 특공대를 동원해 신고 접수 72분 만인 오후 10시43분에야 뒤늦게 내부에 진입했다.
지구대 팀장은 특공대 진입 후인 오후 10시49분께 “경찰관들이 도착했을 때는 현관문 잠금 장치가 부서져서 열려있는 상황인데 혹시라도 (피의자가) 나올까 봐 잡고 있던 상황”이라며 “최종적으로 확인했는데 피의자가 없다. 아마 경찰관이 도착하기 전에 빠져나갈 여지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 7월20일 저녁 연수구 송도동 모 아파트 33층 집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 B씨(33)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A씨의 서울 도봉구 집에서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우유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를 발견했으며, 7월21일 정오에 불이 붙도록 타이머 설정이 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A씨는 유튜브에서 본 영상 등을 토대로 지난 2024년 8월부터 범행을 계획하고 사제총기 파이프와 손잡이 등을 구매했으며, 총기 격발이나 폭발물 제조 실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실제론 전 아내와 아들로부터 장기간 경제적 지원을 받았으나, 자신을 따돌리고 소외한다는 망상에 빠져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