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밤사이 전라도를 중심으로 최고 289.6㎜에 달하는 많은 비가 내리면서 지난달 수해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 침수 등 2차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4일에도 전국에 많은 양의 추가 강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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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전남 무안(무안공항)에 289.6㎜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무안군의 연평균 강수량이 1290㎜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하룻밤 사이에 1년 치 비의 약 4분의 1이 내린 셈이다. 비는 3일 오후 7시 10분부터 8시 10분까지 1시간 동안 특히 강하게 집중됐는데 이 시기에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기록된 1시간 강수량은 142.1㎜로, 1998년 7월 31일 전남 순천시 주암면(145㎜)에서 발생한 역대 최고치에 가까웠다.
무안 외에도 충남·호남·경남을 중심으로 시간당 30~80㎜에 달하는 매우 강한 비가 내렸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주요 강수 지역의 누적강수량은 △전북 군산(어청도) 240.5㎜ △경남 합천 212.3㎜ △산청(지리산) 200㎜ △광주 197.5㎜ △경북 고령 196.5㎜이다. 그 밖의 지역에도 많은 비가 내림에 따라 기상청은 경상권의 6개 시·군에 호우 경보를 발효하고, 경남 양산시와 김해시, 울산광역시(서부)에 호우 주의보를 발표했다.
이처럼 늦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각종 피해가 발생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은 이날 오전 4시 30분까지 6개 시·도의 1836세대, 2523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8시 5분에는 전남 무안군에서 60대 남성이 굴착기 작업 중 급류에 휩쓸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남성은 소방이 1시간 30분 만에 구조해 병원에 이송했지만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수해 피해 지역에는 광주 등 지난달 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역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전국에 산사태 위기경보를 ‘경계’ 수준으로 발령했다.
비는 이날도 전국에 강하게 내릴 전망이다. 4일부터 5일 새벽까지 예상 강수량은 △경기 동부 5~30㎜ △서울·인천·경기 서부 5~10㎜ △강원 동해안 5~30㎜(내륙·산지는 10~50㎜) △충북 10~60㎜ △대전·세종·충남내륙 10~40㎜(충남 서해안 5㎜ 미만) △광주·전남 10~60㎜(전남 동부 80㎜ 이상) △부산·울산·경남 30~80㎜(많은 곳 120㎜ 이상) △대구·경북 남부 20~80㎜(많은 곳 100㎜ 이상, 경북 중·북부 20~60㎜) △제주 산지 20~60㎜(산지 제외 5~40㎜)이다.
비가 내리는 지역은 일시적으로 폭염 특보가 해제되거나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습도가 높아서 체감온도는 폭염 특보 발표 수준인 33도 안팎으로 오르는 곳이 많겠다. 이날 전국의 낮 최고기온은 29~34도로 예측됐다. 오전 7시를 기준으로 강원도와 경기 북동지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돼 있다.
기상청은 “짧은 시간에 강한 강수가 내리면서 하천의 물이 갑자기 불어날 수 있으니 하천 접근이나 인근 야영을 자제하고,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질 경우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하수도와 우수관, 배수구 등에서 물이 역류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침수지역은 감전사고와 자동차 시동 꺼짐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