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인공임신중절(낙태) 허용 한계 조항 삭제 등이 담긴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것에 대해 우려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의사회는 23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에 관한 의견서를 통해 “생명권과 여성의 권리를 균형 있게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개정안은 생명 존중의 헌법 가치와 공공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최근 ▲낙태 허용 한계 조항 삭제 ▲낙태 용어를 ‘인공임신중지’로 변경하고 약물 방식도 허용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 적용 ▲임신중지 의약품의 국내 도입과 필수의약품 지정이 담긴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사회는 “태아의 생명권,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 의료윤리와 의약품 안전성 등 여러 공익 가치와 심각한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단순 전면 허용이 아닌 상충하는 권리 간 조화로운 균형을 요구한 헌법재판소 판결의 취지를 왜곡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낙태죄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면서도 태아 역시 생명권의 주체로서 국가가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낙태 허용 한계 삭제와 용어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의사회는 “모자보건법 제14조가 삭제되면, 임신중절의 법적 기준이 없어져 의료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에 반하며,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신중절 허용 한계 삭제에 대해 재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도 12주·24주 등 임신 기간이나 성폭력·산모 건강 위협 등 특정 사유에 따라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의사회는 “헌법불합치 결정은 낙태의 전면 금지가 아닌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보호의 균형을 요구한 것이므로, 허용 한계의 전면적 삭제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면서 “태아 생명 보호에 대한 국가의 헌법적 의무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새로운 헌법적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또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상태에서 임신중절을 임신 전 기간 허용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미혼모 지원, 보육 인프라 확충, 양육비 보장 등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최하위국이자 낙태율 1위 국가로 임신중단 합법화 및 접근성 확대가 저출산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임신중단 접근성 확대는 입양 기회를 감소시킬 수 있다”면서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경감하고 입양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정책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회는 개정안에 포함된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서도 의료 재정과 윤리적 기준에 모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임신중지를 공적 재정으로 보장하는 것은 질병·부상 예방과 치료를 위한 건강보험 제도의 취지에서 벗어난다”면서 “또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할 수 있는 예산이 투입될 경우, 희귀질환자나 필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국민에게 돌아갈 자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임신중단이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일반적인 의료 서비스로 편입될 경우, 생명 종결이라는 민감한 의료 행위가 수익 창출의 대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사회는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및 필수의약품 지정도 태아의 생명을 종결시키는 행위로 윤리적 논쟁을 야기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임신 중지 의약품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복합제로, 수정란의 영양 공급을 차단하고 자궁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유산을 유도한다. 약물 임신중지는 반드시 의료진의 진단, 처방, 사후관리 필요하고 자가복용은 매우 위험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이 약물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의사회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등 임신중지 약물은 대량 출혈, 심한 통증, 불완전 유산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건강보험 적용과 의약품 도입은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태아 생명권 보호를 위한 법적·윤리적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의료인의 양심과 직업윤리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