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태극기를 두르고 무대에 서는 마음으로 공연할 생각입니다. 하하.”
뮤지컬배우 김수하(31)가 당찬 각오를 전했다. 그는 한국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으로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에 다시 오른다. 2015년 뮤지컬 ‘미스 사이공’으로 데뷔한 지 10년 만이다.
|
김수하는 지난 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10년 전에 한국하면 ‘강남스타일’ 밖에 몰랐는데,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주목받는 시기에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로 다시 영국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김수하는 2015년 뮤지컬 ‘미스사이공’에서 여주인공 ‘킴’ 역으로 웨스트엔드 무대에 데뷔했다. 당초 킴의 커버(대체 배우)와 앙상블로 캐스팅됐던 그는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당당하게 주역 자리를 꿰찼다.
2019년에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초연으로 한국 무대에 처음 섰다. 해외 투어 중인 김수하를 만나러 직접 스위스까지 날아간 송혜선 PL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설득 끝에 이뤄진 출연이었다. 송 대표는 “우연히 영상으로 김수하를 접하고 당찬 여주인공 ‘진’ 역에 적격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없어 직접 스위스로 찾아가 설득했다”고 말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2019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 온 작품이다. 시조가 금지된 가상의 나라 조선을 배경으로, 백성들이 억압에 맞서 시조와 춤으로 자유와 정의를 외쳐나가는 이야기다. 극 중 ‘진’ 역은 억압된 조선 사회에서 시조로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다.
이번 영국 공연은 런던 웨스트엔드에 위치한 질리언 린 극장에서 9월 8일 단 한 차례 진행된다. ‘스웨그에이지 인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100분간 펼쳐지는 특별 공연 형식의 무대다. 극중 주인공인 ‘단’과 ‘진’의 서사에 집중해 분량을 압축했다. 특히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한국이 주목받는 시기에 이뤄져 더욱 뜻 깊다.
김수하는 “갓을 쓰고, 한복을 입고 영국에 간다. 우리의 전통이 깃든 시조를 힙합 음악과 판소리 리듬에 맞춰 마치 랩을 하듯 부른다”면서 “현지 관객들에게 오리지널 음악을 전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부르는데 굉장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대표로 가는 마음”이라며 “잘하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질 테니 긍정적인 긴장감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2020년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자신인상’(4회)을 시작으로 ‘여자주연상’(5·9회)을 두 차례 받은 김수하의 롤모델은 뮤지컬계 대선배인 최정원이다. 그는 “최정원 선배처럼 오래 활동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나이가 들면 나이드는 대로, 엄마가 되면 엄마로, 할머니가 되면 할머니로 연기하고 싶다”며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