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사실 당대표에 도전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최고위원에 출마해 당선되며 정치적 체급을 올리는 게 편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당이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주진우 후보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주 후보는 5명의 당 대표 후보 중 유일하게 찬탄(안철수·조경태)-반탄(김문수·장동혁) 프레임과 거리를 두고 있다. 또 후보 중 유일한 초선 의원으로 정치 경력도 가장 짧다.
|
◇ “서로 인적청산 하겠단 찬탄-반탄…당 분열 절대 막아야”
초선인 주 후보가 당대표가 선거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뚜렷한 찬탄-반탄 구도 때문이다. 그는 “선명한 찬탄-반탄 구도에,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갈수록 우클릭(극우화)하면서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당이 망하겠다는 생각에 당 대표 출마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동혁 후보는 친한계(친한동훈)를 나가라고 하고, 조경태 후보는 친윤(친윤석열)계 45명을 인적청산하겠다고 한다”며 “의원수가 (개헌저지선 아래인) 60~70명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는 어떤 훌륭한 지도자가 와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분열은 절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이제와서 찬탄-반탄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찬탄-반탄, 나아가 친길(친전한길)-반길(반전한길) 구도로 가면 당이 살아날 수 없다. 많은 의원들이 제 출마를 반겨준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주 후보는 자신이 항상 보수의 가치를 지켜왔다고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 행정관이었던 그는 당시 끝까지 남아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막았고, 반대로 문재인 정권 2년차에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며 당시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다.
그는 “박근혜 청와대에서 특검을 막았을 때 ‘공무원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을 받았지만 원칙을 지켰다. 문재인 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대충 처리했으면 출세할 수도 있었지만 원칙대로 했고 결국 쫓겨났다”며 “보수의 위기 때마다 몸 사린 적 없고 항상 선봉에 섰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전대 지연이 혼란 초래…주요당직 초·재선 및 원외 기용”
주 후보는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한 이유에 대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전당대회가 늦어졌기 때문으로 봤다. 당원으로부터 권한을 받은 지도부가 없는 상황에서 희생이 필요한 혁신안을 논의하다 보니 논란만 커졌고, 결국 당 전체가 개혁에 반대하는 프레임이 씌워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신이 당 대표가 되면 당 개혁 작업을 혁신위 등에 위임하지 않고 직접 실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주 후보는 “혁신 아이디어를 모으는 차원의 혁신위는 괜찮겠지만, 실행은 정당성을 부여받은 당대표-지도부가 직접 해야 책임정치”라며 “개헌 저지선만 위협하지 않는 다면 어떤 쇄신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대표가 되면 중진의원 등이 주로 맡는 정책위의장·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을 초·재선 의원이나 젊은 원외인사 등에게 맡기겠다고도 예고했다. 주 후보는 “당의 얼굴을 모두 새 인물로 바꿔 TV 등에서 봤을 때 국민들이 ‘국민의힘 맞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영남권 대비 소수 의견이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도 말했다. 주 후보는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의견을 중심으로 당을 운영했으나 (선거에서) 다 졌다. 이제는 소수파 의견대로도 당을 운영해볼 때”라며 “그래야 당이 확장성을 갖고 지역정당으로 쪼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 후보가 의원총회 ‘투표의무화 및 기명투표 도입’ 외에도 의원총회에 원외위원장·보좌진·당직자 대표를 약 30% 비율로 참석시키자고 한 것도 수도권 지역 등 소수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서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 대부분은 원외 인사다. 주 후보는 “이렇게 해야 30%는 수도권 정당처럼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총 투표의무화 등은 당헌·당규에 넣어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
◇ “특검대응 TF 필요 없어…국민이 ‘야당 탄압’이라 느껴야”
주 후보는 국민의힘이 ‘일 잘하는 정당’으로 바뀌면 현 여대야소 구도에서도 충분히 야당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야당은 정부여당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만 제시하면 된다”며 “낮에는 대여투쟁 그리고 밤에는 보수 개혁을 위한 혁신 논의를 해야 했지만, 지금 혁신안 갖고 싸우다가 대여투쟁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당 지도부가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돼 의원마다 역할을 부여, 정부여당을 빈틈없이 압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국민의힘을 표적으로 한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 해병 특검)을 대응하기 위한 당내 TF(테스크포스) 등을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봤다. 그는 “TF를 만들면 우리가 수사대상이 맞다고 자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국민들이 직접 야당이 탄압당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주셔야 한다”며 “의원들은 야당으로서 일을 하고 수사도 당당하게 대응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특검이 지금도 적법절차를 위반하는 등의 사례가 적지 않다.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하면 법적책임을 묻는 등 확실하게 정리할 것”이라며 “수사전문가인 제가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은 쉽게 뚫리지 않을 거다. 3대 특검을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