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오리지널 ‘위키드’…전율과 감동 모두 안겼다

13년 만의 오리지널 ‘위키드’…전율과 감동 모두 안겼다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객석의 불이 꺼지고 커튼이 오르면 무대 위에서 12.4m 크기의 커다란 ‘타임 드래곤’이 연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이어 흥겨운 춤을 추며 등장하는 에메랄드시티 시민들. “초록마녀가 죽었다”며 환호하는 이들 사이로 착한 마녀 글린다가 버블을 타고 내려와 “서쪽의 사악한 마녀는 확실히 죽었어요”라며 ‘굿뉴스’를 알린다. 도대체 초록 마녀는 누구이기에 그녀의 죽음에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마법같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의 한 장면. 외국 배우들이 섬세하게 빚어낸 무대가 한국 관객들에게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했다(사진=클립서비스).

13년 만에 오리지널 내한 공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위키드’는 지난달 개막 후 줄곧 NOL티켓 뮤지컬 부문 예매 1위에 오르며 명불허전 티켓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위키드’는 2003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뮤지컬 명작이다. 전 세계 16개국 70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것은 물론, 지난해에는 브로드웨이 최초로 주간 박스오피스 500만 달러(약 69억 원)를 돌파했다. 토니상, 드라마 데스크상, 그래미상 등 100여 개의 트로피를 석권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마크 플랫 프로듀서는 “‘위키드’의 성공 요인은 문화 차이를 뛰어넘는 주제와 캐릭터, 그리고 훌륭한 음악을 꼽을 수 있다”며 “정반대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수용하는 용기를 얻게 되고,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이야기에 전 세계 관객들이 깊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장기 흥행의 비결을 설명했다.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의 한 장면(사진=클립서비스).

◇소름 돋는 ‘디파잉 그래비티’

‘위키드’는 고전 판타지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두 마녀를 주축으로 ‘오즈의 마법사’가 시작되기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 공연에서는 호주와 싱가포르까지 약 3년간의 투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배우들이 무대를 꾸민다. 청아한 목소리로 ‘글린다의 정석’이라 호평받은 코트니 몬스마, 첫 주역 엘파바로 400여 회 이상의 공연을 소화한 셰리든 아담스 등이 한국 관객을 만난다.

외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인물들이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듯한 생생함이 몰입감을 더한다. 무대 양 옆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한글 번역이 제공되는데, 자막을 읽느라 극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는 배우들의 잔망스러운 연기가 시종일관 객석의 웃음을 자아낸다. 양쪽 머리를 넘기며 ‘파퓰러’(Popular)를 부르는 글린다의 발랄한 매력은 객석의 호응을 얻기에 충분했다. 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염소 교수 ‘딜라몬드’가 식사로 종이를 씹어먹을 땐 여기저기서 웃음이 쏟아졌다.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의 한 장면(사진=클립서비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1막 마지막 넘버인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다. 이 장면이 어떻게 구현 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엘파바가 “오즈의 그 누구도 나를 끌어내릴 순 없어!”라고 외치며 솟구쳐 오르는 장면은 그 자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번 공연에서 엘파바가 뿜어낸 에너지는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1막이 끝난 뒤 객석 곳곳에서 “소름 돋았어”라며 팔을 쓸어내리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정도였다.

‘위키드’가 20년 이상 사랑받는 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깊은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엘파바는 특별한 재능을 가졌지만 피부가 초록색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억압을 당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나쁜 인물을 만들어 내는지 말하고 싶었다”는 원작자의 말처럼 ‘위키드’는 대비되는 두 마녀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인 편견과 선입관을 꼬집는다. 엘파바가 정말 악한 존재인지, 또는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보이게 된 것인지 관객에게 되묻는다.

5000개의 LED 조명을 활용한 무대, 쉴 새 없이 바뀌는 350여 벌의 화려한 의상도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서울 공연은 오는 10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이후 부산(11월)과 대구(내년 1월)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의 한 장면(사진=클립서비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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