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모두 잠든 새벽, 2~3시간 내린 비가 빼어난 산세와 깊고 맑은 계곡을 자랑하던 가평 조종면을 집어 삼켰다.
지난 20일 오전 3시께부터 약 2시간 동안 150㎜ 달하는 비가 내린 경기 가평군 조종면 일대는 이틀이 지난 22일 오후에도 수마가 할퀸 상처를 그대로 내보이고 있었다.
운악산과 동쪽으로 맞은편의 연인산 자락 사이 골이 깊기로 소문난 곳인 만큼 짧은 시간에 내린 많은 비는 피해를 키웠다.
조종면의 가장 큰 하천인 조종천과 지류인 마일천 주변은 초토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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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에서부터 마일리를 연결하는 왕복2차로의 연인산로는 분명히 멀끔히 포장된 도로였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2㎞를 넘게 운전해 가는 내내 온통 누런 흙이 뒤덮여 단 한번도 아스팔트 도로의 검은색 포장면을 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도로 곳곳은 급격하게 불어난 마일천의 유속을 감당하지 못하고 잘려 나가 안전펜스가 쳐진 상태고 산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가 도로를 덮친 곳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도로가 끊어지면서 이동이 어려워진 이곳 주민들에게 당장 더 불편을 주는 것은 전기·통신의 단절이다.
대보2리에 사는 한 70대 노인은 “남양주에 사는 아들 내외랑 연락을 하려 해도 전화도 불통이고 전기 마저 끊어졌다. 도로가 이 모양이니, 바깥에서는 이곳으로 들어오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각 이동통신사들은 긴급 통신 선로 복구에 나섰지만 피해가 큰 마일리 일대는 22일 오후까지도 휴대폰의 모든 통신 기능의 사용이 아예 불가능했다.
지자체 복구 인력은 물론 경찰과 소방에다 군 장병까지 총동원돼 복구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무너진 도로와 통신·전기에 물 공급까지 서둘러 정상화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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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이런 피해 상황 때문에 지난 폭우 당시 발생한 산사태와 급류에 휩쓸려 생사를 알 수 없는 4명의 실종자 수색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종자 수색 사흘째로 접어든 23일, 소방당국은 883명의 인력과 구조견 7두, 장비 103대를 투입해 어디선가 살아 있을 수 있는 실종자를 찾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피해복구와 실종자 수색, 모두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 투입되는 자원봉사 인력은 하루에 130~17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봉사자의 모습을 보기 힘든 이유는 넓은 지역에 뿔뿔이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가평군 관계자는 “피해 지역이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까 하루에 많게는 170명의 봉사자들이 투입된다 해도 인력은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가평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들의 피해 복구 참여를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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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악조건이 겹친 상황 속에서도 22일 오후 들어 굵직한 복구 소식이 하나, 둘 들려오고 있다.
연인산도립공원으로 이어지는 마을도로 2.4㎞를 야간작업까지 하면서 복구한 끝에 통행이 가능해 졌고, 승안리와 백둔리에 끊어진 마을 도로도 복구가 완료됐다.
가평군은 이번 폭우 피해 지역에 대한 밤, 낮을 가리지 않은 복구에 나섰다.
또 한국전력공사도 진입이 가능한 마을부터 우선적으로 전력 선로 임시 복구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전력 공급을 재개할 계획이다.
가평군에는 지난 20일 새벽에 내린 비로 3명의 사망자와 4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주택붕괴와 도로 유실, 산사태 등 집계된 피해는 52건에 피해금액은 342억원이다. 이런 재산피해로 66명의 이재민도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