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공작원 신분 알면서 연락…이중 보안 이메일 등 사용해”
하 대표 “공안몰이 이해 못 해”…진보진영 “사법부 규탄” 회견 예정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북한 공작원과 회합하고 수년간 연락을 주고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하연호(72) 전북민중행동 공동대표에게 실형이 내려졌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양진수 부장판사)는 23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 대표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동반자이지만, 여전히 적화통일 노선을 고수하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반국가단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여기에 북한은 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권력을 세습하고 주체·선군사상을 강화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대남공작원임을 알면서도 그와 오랜 기간 회합하고 이메일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으므로 그 내용과 기간, 횟수, 경위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의 범죄사실로 인해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등에 현저한 위해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사정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하 대표는 선고 직후 “윤석열 정권에서 국가정보원이 이 사건을 (갖고 있다가) 경찰로 넘겼다”며 “이는 전형적인 공안몰이인데도 (실형을 선고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방청석에 있던 진보성향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중 일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금 이게 무슨 판결이냐?”고 소리치다가 법정 경위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하 대표는 2013∼2019년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대남공작원 A씨와 베트남 하노이, 중국 북경·장사·장자제(張家界)에서 회합하고 이메일 등을 통해 국내외 주요 정세를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이메일은 두 사람이 하나의 계정을 돌려쓰는 방식으로 일부 문서에는 북한 공작원들이 쓰는 음어(陰語)와 이중 보안 장치가 걸려 있었다.
하 대표는 수사 초기부터 이 사건을 ‘공안 몰이’로 규정하고 법정에서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이 김정은 집권 1주기 축전을 보내는 등 이적행위를 반복했다며 하 대표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었다.
하 대표는 1976년 김제에서 야학을 창설한 이후 전라고에서 교편을 잡았으나 유신반대에 나섰다가 해직됐다. 그는 해직 이후 농민·노동·통일운동에 투신해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사무처장, 6·15 공동위원회 공동대표, 한미 FTA 저지 전북도민 운동본부 상임대표 등을 지냈다.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진보 진영 원로 인사인 하 대표의 법정 구속에 따라 이날 오후 2시 전주지법 앞에서 사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대응책 마련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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