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아버지’ 잔혹 살해한 세자매, 7년만에 드러난 진실 [그해 오늘]

‘마피아 아버지’ 잔혹 살해한 세자매, 7년만에 드러난 진실 [그해 오늘]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집보다 감옥이 낫다”

7년 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아버지를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세 자매 중 큰딸이 한 말이다.

사진=SNS

2018년 7월 31일 현지 매체는 마피아로 추정되는 미하일 하탸투랸(당시 57세)이 27일 모스크바 한 아파트 계단에서 몸 30여 곳을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사건 이튿날 경찰은 하탸투랸의 세 딸을 살해 혐의로 체포했다. 당시 이들의 나이는 19살, 18살, 17살이었다.

세 자매는 아버지가 마약 복용 뒤 환각 상태에서 자신들을 흉기로 공격해 방어 차원에서 부친이 갖고 있던 흉기를 빼앗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은 하탸투랸이 평소 마약을 복용했으며 그의 차에서 마약과 무기들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하탸투랸은 몇 년 전 폭행과 협박을 견디지 못한 부인이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자 딸들을 노예처럼 다루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자매는 오랫동안 아버지로부터 신체적·성적 학대를 당해왔고,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를 해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2020년 이들에 대한 러시아 법원의 재판을 앞두고 범죄 혐의를 살인으로 볼지, 정당방위로 봐야 할 지 의견이 팽팽히 엇갈렸다.

이 가운데 하탸투랸이 사망 당일 정신과에 다녀온 뒤 세 딸을 줄지어 세워놓고 집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얼굴에 후추 스프레이를 뿌렸고, 천식을 앓고 있던 큰딸이 기절한 사실이 드러났다.

세 자매의 변호인단은 하탸투랸이 2018년 4월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의심하면서 “너희들은 창녀고 창녀처럼 죽게 될 것”이라며 위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탸투랸으로 인해 딸들은 지옥 같은 삶을 살았다”며 “이들에겐 살기 위해 부친을 살해하거나 죽음을 기다리는 선택지밖에 없었다”고 했다.

러시아 사회도 수십 차례 집회를 통해 세 자매의 정당방위를 주장하는 등 옹호 움직임을 보였다. 유명 방송인도 세 자매에게 선처를 베풀어달라며 청원서를 냈다.

그러나 애초 존속살해를 정당방위로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본 검찰은 계획 살인 혐의로 세 자매를 기소했다. 이같은 혐의로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최대 2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일부 매체는 검찰의 태도 변화가 러시아 사회의 보수화와 관련 있다고 해석했다. 2017년 러시아 의회는 러시아 정교회 등의 압박을 받아 가정폭력 처벌 수위를 낮추는 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후 러시아 수사당국은 2021년 하탸투랸을 딸들에 대한 성폭력, 폭행, 음란물 제작 혐의로 기소하고 딸들을 공식적인 피해자로 인정했다.

그리고 올해 4월 21일 모스크바 부트르스키 지방법원은 사망한 하탸투랸에게 최종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모스크바타임스는 “가정폭력이 만연하고 당국에 의해 종종 외면되거나 묵인되는 러시아에서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보도했다.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던 막내를 제외하고 두 자매가 아직 완전히 혐의를 벗은 것은 아니지만 하탸투랸의 유죄 판결로 단순한 전환점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한국에서도 2014년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살해한 고교생이 구속 5개월여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일이 있었다.

해당 재판부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한 고교생에게 “단순히 패륜이라는 결과적 잣대로만 평가해 그 책임을 무겁게 물을 수 없고 조속한 사회 복귀를 통해 학업에 정진하게 함으로써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하는 것이 실형의 복역보다 피고인의 장래와 사회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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