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캄보디아, ‘즉각 휴전’에 합의

태국-캄보디아, ‘즉각 휴전’에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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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운데),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왼쪽), 품탐 웨차야차이 태국 총리 권한대행

5일간 이어진 국경 지역 내 교전으로 최소 33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피난길에 오른 가운데, 태국과 캄보디아가 28일(현지시간)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휴전”에 합의했다.

양국 총리와 함께 선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번 합의는 긴장 완화 및 평화와 안보 회복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휴전은 자정부터 공식 발효된다는 설명이다.

태국은 초기에는 중재 제안을 거절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투가 멈추기” 전에는 관세 협상이 없다고 경고하며 태도를 바꾸었다.

양국은 지난 100여 년간 국경 분쟁을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 5월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소규모 교전으로 사망하며 최근 긴장이 고조되었다.

이에 태국은 관광객과 자국민의 캄보디아행 육로 이동을 금지했으며, 캄보디아는 과일, 에너지, 인터넷 서비스 등의 태국산 상품과 서비스 수입을 중단했다.

캄보디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태국에서 귀국한 노동자들은 수십만 명에 달한다.

그러다 지뢰 폭발 사고로 태국 군인 1명이 다리를 잃으며 상황은 더 악화했다. 태국은 캄보디아와의 일부 국경 검문소를 폐쇄하는 한편, 캄보디아 대사를 추방하고 자국 대사를 불러들였다.

지난 24일 새벽에는 양측 간 총격전까지 벌어졌는데, 서로가 먼저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태국군에 따르면 태국 측 사상자 다수는 로켓포 공격을 받은 마을의 민간인들이다. 캄보디아 측은 지금까지 자국 측에서는 민간인 8명을 포함해 총 13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평화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양국은 포탄과 로켓포를 주고받았다.

안와르 총리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들은 휴전 이행 감시를 지원할 준비가 되었다고 밝혔다.

양측은 현재 대폭 증강된 병력을 국경에서 철수하고, 추가 충돌을 막기 위한 독립적인 감시 체제를 수용하는 데 합의할 예정이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이번 회담은 매우 좋은 회의였다고 평가하며, 교전이 즉시 중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태국군보다 전력이 열세인 자국군이 밀려나고 있는 상황에서 캄보디아는 지난 25일 이후부터 휴전을 촉구해왔다.

품탐 웨차야차이 태국 총리 권한대행은 짧은 발언과 함께 휴전 준수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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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의 교전으로 양측 주민 수만 명이 피난을 떠났다

한편 현재 양국 군인들만 접근 가능한 최전선 지역의 상황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태국은 캄보디아 측이 점유하던 여러 언덕을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캄보디아보다 우세한 중화기 전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포격을 감행했다. 캄보디아 기지를 향해 공습을 벌이기도 했다.

태국 정부는 양국 간의 대화와 캄보디아의 “진정한 의지”가 선행되어야만 휴전이 가능하다면서 평화 협상 참여를 꺼리는 입장이었다. 여기서 “진정한 의지”란 태국 민간인 최소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로켓포 공격 중단을 의미한다.

협상을 중재한 건 말레이시아이지만, 아마도 실질적인 영향력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이 발휘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밤 전투를 멈추지 않으면 미국은 관세 인하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고, 이로 인해 양측 모두 휴전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태국과 캄보디아 모두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경우 36%의 관세에 직면하게 된다. 이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이웃 국가들이 관세율을 20% 이하로 줄이는 협정을 맺은 상태에서 이는 양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휴전 유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양국 군 사이 불신의 골이 깊으며, 강한 민족주의 감정이 고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태국은 특히 지난 24일 갑작스럽게 다연장 로켓 발사기가 동원된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민간인들이 죽거나 다쳤으며, 그전까지 양측 간 소규모 교전 수준이었던 충돌이 급격히 격화했다는 것이다.

태국 국경 지역에 사는 고령의 주민들은 1980년대 캄보디아 내전 당시 포격도 경험했으나, 이번이 가장 심각했다고 호소했다.

태국군은 27일 기준 총 7개 주의 민간인 약 14만 명이 대피소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한편 언론이 철저히 통제되는 캄보디아에서는 친정부 성향의 ‘크메르 타임스’는 자국 국방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지난 27일 국경 지역에서 약 13만5000명이 피난했다고 보도했다.

28일 오전, 75세의 한 캄보디아 여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다행히 대피소로 몸을 피했으나, 텐트 위로 날아다니는 태국 측 드론 소리에 여전히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저녁엔 전쟁이 멈추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BBC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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