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근한 기자) 두산 베어스 ‘불혹 좌완’ 투수 고효준이 ‘불사조’ 박철순을 넘어 베어스 구단 최고령 승리 기록을 갈아 치웠다. 고효준은 42세5개월19일 나이로 승리해 KBO리그 역대 2위 기록까지 올랐다. 이제 고효준은 KBO리그 최고령 기록 보유자 송진우를 바라본다.
고효준은 지난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전에 구원 등판해 ⅓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팀의 9-6 승리에 이바지했다.
고효준의 승리 과정은 극적이었다. 두산은 이날 3회초 5실점으로 시작부터 패색이 짙어졌다. 하지만, 두산은 3회말 3득점, 4회말 3득점으로 6-5 역전에 성공했다.
두산 선발 투수 잭 로그는 6이닝 5실점으로 승리 투수 요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두산은 7회초 구원 등판한 최원준이 1사 3루 위기에서 신민재에게 희생 뜬공을 맞아 6-6 동점을 허용했다.
두산 벤치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문성주 타석 때 고효준을 투입했다. 고효준은 문성주와 5구 승부 끝에 147km/h 속구로 2루수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매듭지었다.
두산은 7회말 이유찬과 케이브의 연속 안타로 만든 무사 1, 3루 기회에서 양의지의 병살타로 역전 득점을 만들었다.
고효준의 승리 요건이 충족된 가운데 두산은 8회초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박치국이 대타 천성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대타 김성우를2루수 땅볼로 유도해 고효준의 승리 요건을 극적으로 지켰다.
이후 두산은 8회말 박계범의 희생 뜬공과 이유찬의 적시타로 9-6까지 달아났다. 두산 마무리 투수 김택연은 9회초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3점 차 리드를 지켰다.
이날 승리를 거둔 고효준은 올 시즌 두산 입단 뒤 첫 승과 함께 베어스 역대 최고령 승리 투수(만 42세5개월19일) 기록을 새로 작성했다. 종전 기록은 박철순이 보유한 1996년 9월 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만 40세5개월23일이었다.
고효준은 이 승리로 KBO리그 역대 최고령 승리 2위에도 올라섰다. 해당 부문 기록 1위는 송진우가 2009년 4월 8일 대전 두산전에서 달성한 만 43세1개월23일이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고효준은 “최고령 기록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계속 기대하기도 했는데 팀을 위해서 던지다 보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믿었다”며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자주 나가다 보니까 이런 기록이 더 뜻깊다. 박철순 선배님의 기록을 넘어서 정말 큰 영광이다. 앞으로 내가 목표로 하는 송진우 선배님의 기록을 향해 더 달려갈 것”이라고 기뻐했다.
고효준은 두산 불펜진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소화하고 있다. 젊은 투수들의 멘토까지 맡은 셈이다.
고효준은 “젊은 친구들과 함께 뛰다 보니까 확실히 힘을 얻는 부분이 있다. 처음 왔을 때보다 확실히 팀이 끈끈해진 느낌도 든다. 개개인이 조금씩 바뀌는 게 보인다”며 “후배들에게는 당장 네가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조언한다. 그게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인 까닭이다. 그걸 해놓고 나서 결과론으로 생각해보라고 말한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2002년 프로 데뷔 뒤 여섯 차례나 유니폼을 갈아입었던 고효준은 가족의 힘으로 현역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효준은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가족밖에 없다. 가족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나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믿어달라고 말했다. 특히 6살 딸이 정말 큰 응원을 보내준다. TV를 보면서도 아빠는 왜 야구장에 없어라고 물어보더라.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라고 미소 지었다.
고효준은 불혹의 나이에 버티고 생존하는 시간을 야구 인생의 마지막 보너스라고 느끼고 있다. 그렇게 꿋꿋하게 마운드 위에서 버티는 그림이 팬들에게 더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고효준은 “한 타자만 막더라도 거기에 집중하고 다음은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예전과 비교해 마음가짐에서 크게 달라졌다. 이제 대단한 성적을 바라기보단 야구 인생의 마지막 보너스를 차곡차곡 쌓고 싶다”며 “마운드 위에서 항상 나는 할 수 있다고 되뇐다. 야구장 밖 다른 40대들에게도 당신들도 할 수 있으니 꿋꿋하게 버티라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한준 기자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