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지역 라이벌이자 숙적 아스널을 대표하는 레전드 티에리 앙리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토트넘 선수가 있다.
바로 토트넘의 ‘레전드’ 손흥민이다.
앙리가 최근 손흥민에 대해 “단 한 마디도 나쁘게 말할 수 없는 선수”라고 인정한 인터뷰가 화제다.
북런던 라이벌 구도에서 아스널 출신 인물이 토트넘 선수를 공개적으로 극찬하는 장면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실제로 앙리는 현역 시절부터 은퇴 이후까지 토트넘과 소속 선수들을 향해 거리낌 없는 농담과 도발을 던져온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만큼은 예외였다. 앙리는 소속팀이나 국적, 라이벌 관계를 모두 떠나 손흥민을 한 명의 선수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이 발언은 국내 축구 관련 동영상 채널 ‘슛포러브(Shoot For Love)’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나왔다.
해당 영상에서 앙리는 손흥민의 커리어와 최근 행보, 그리고 선수로서의 태도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앙리는 “손흥민은 이런 선수다. 토트넘을 싫어하든, 한국을 좋아하지 않든 상관없이 나쁘게 말할 수 없는 선수”라며 “그의 근면함,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태도, 축구를 대하는 방식까지 모두가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말 사랑스러운 선수다. MLS에서도 잘 되기를 바라고, 대표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국가대표가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앙리는 아스널에서만 384경기 230골 96도움을 기록한 구단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이자, 프랑스 대표팀 소속으로 A매치 123경기 51골을 기록하며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을 이끈 상징적인 존재다.
그런 인물이 토트넘과 10년 넘게 북런던 더비에서 맞붙어 온 손흥민을 향해 이 정도의 존중을 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앙리는 “토트넘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손흥민만큼은 예외”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손흥민은 단순히 토트넘 선수라는 사실 뿐만 아니라 경기장 안에서도 아스널의 천적으로 군림했다.
북런던 더비에서 손흥민은 수차례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고, 아스널을 상대로 꾸준히 골과 도움을 기록해왔다.
앙리 역시 이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인터뷰에 현지에서 아스널 관련 소식을 다루는 ‘아스널 인사이더’ 역시 28일 앙리의 이번 인터뷰를 인용, 주목했다.
매체는 “앙리는 손흥민이 토트넘의 레전드이지만, 단 한 마디도 나쁘게 말할 수 없는 선수라고 인정했다”고 전하며 “손흥민은 북런던 더비에서 종종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아스널을 괴롭혀 왔다”고 보도했다.
또한 손흥민이 아스널전에서 기록한 득점과 도움을 언급하며 “라이벌 팬들조차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앙리의 발언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손흥민의 현재 위치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10년간 몸담았던 토트넘을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로 이적했다.
LAFC는 손흥민 영입을 위해 구단 최고 금액에 달하는 이적료를 제시했고, 이는 MLS 역사상 최고 수준의 투자로 평가받았다.
앙리는 이 부분도 언급했다. 그는 “손흥민이 LAFC로 이적한 뒤 경기를 챙겨보고 있다. 이미 골과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미국 무대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며 “새로운 도전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더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앙리 자신 역시 유럽 무대에서 전성기를 보낸 뒤 MLS로 향했던 경험이 있다. 그는 바르셀로나를 떠난 뒤 뉴욕 레드불스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런 만큼 손흥민의 선택과 적응 과정에 대해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실제로 앙리는 “유럽에서 모든 것을 이룬 선수가 새로운 환경으로 가는 건 큰 결단”이라며 “손흥민은 그 과정에서도 여전히 성실하고,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같은 영상에 등장한 또 다른 아스널 레전드 로베르 피레 역시 손흥민을 향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피레는 “손흥민은 새로운 세대의 아주 좋은 본보기”라며 “실력과 재능은 물론이고, 커리어 선택과 태도 면에서도 젊은 선수들이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친 뒤 MLS로 무대를 옮긴 손흥민의 행보 자체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편, 손흥민은 토트넘 소속으로 공식전 454경기에서 173골 94도움을 기록했고, 프리미어리그 통산 127골로 역대 득점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21-2022시즌에는 35경기에서 23골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또한 주장으로 팀을 이끌며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이는 토트넘 구단 역사에서 오랜 기간 기다려온 메이저 트로피였다.
현재 손흥민은 LAFC 소속으로 MLS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