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경제플러스 9] 2026 빅테크 CEO들 ‘에이전트 전쟁’ 선전포고

[신년기획 경제플러스 9] 2026 빅테크 CEO들 ‘에이전트 전쟁’ 선전포고

2026년은 빅테크 기업들에게 ‘심판의 해’다. 주주들은 더 이상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말에 관대하지 않다. 구체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AI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나델라의 ‘동료 AI’, 피차이의 ‘생활 밀착형 AI’, 저커버그의 ‘모두의 AI’, 팀 쿡의 ‘나만의 AI’.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듯 보이지만,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하나로 수렴한다. 바로 사용자의 24시간을 점유하는 ‘슈퍼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CEONEWS 전영선 기자] 2026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2년간 실리콘밸리를 뜨겁게 달궜던 ‘생성형 AI 거품론’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챗GPT가 세상에 등장한 지 만 3년, 빅테크 CEO들의 신년사는 약속이나 한 듯 하나의 키워드로 수렴하고 있다. 바로 ‘에이전트(Agent)’와 ‘수익화(ROI)’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고 그림을 그려주던 ‘신기한 장난감’의 시대는 저물었다. 2026년은 AI가 인간을 대신해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코드를 완성해 배포하며, 복잡한 협상 이메일까지 대신 써서 발송하는 ‘행동하는 AI(Actionable AI)’의 원년이다. 본지는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밝힌 2026년 AI 전략을 심층 분석하고, 이들의 ‘AI 전쟁 시즌 2’가 우리 삶과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꿀지 조망한다.

■ MS 사티아 나델라, “코파일럿을 넘어 오토파일럿으로”

MS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2026년을 ‘자율 에이전트(Autonomous Agent)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그는 신년 서신을 통해 “지금까지의 코파일럿(Copilot)이 인간 옆에서 조언하는 조수였다면, 2026년의 AI는 인간의 위임(Delegation)을 받아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디지털 사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S의 전략은 명확하다. 오픈AI와의 동맹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자사의 모든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제품군에 ‘행동하는 AI’를 심는 것이다. 엑셀이 스스로 재무 데이터를 분석해 CFO에게 보고서를 메일로 발송하고, 팀즈(Teams)가 회의 내용을 요약해 프로젝트 일정을 자동으로 수정하는 방식이다. 나델라가 그리는 미래는 ‘업무 혁명’에 가깝다. 그는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 직원과 동등한 자격으로 워크플로우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진정한 생산성 혁신”이라고 역설했다. MS는 이를 통해 기업 고객들의 지갑을 열고,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투자 비용을 본격적으로 회수하겠다는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MS가 오픈AI의 최신 모델을 독점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자체 AI 반도체 ‘마이아(Maia)’를 통해 비용 효율화를 꾀하는 ‘양날의 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 AWS를 맹추격하는 애저(Azure)의 성장세와 맞물려, MS의 AI 에이전트 전략은 2026년 가장 주목받는 실험이 될 전망이다.

■ 구글 순다르 피차이, “안드로이드를 AI의 신체로 만들겠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연결성(Connectivity)’을 2026년의 승부처로 꼽았다. 제미나이(Gemini) 모델은 이제 텍스트, 음성, 영상을 실시간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구글의 방대한 생태계인 유튜브, 구글맵, 검색, 안드로이드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피차이는 “2026년 안드로이드는 단순한 운영체제(OS)가 아니라 AI의 ‘신체’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의도를 먼저 파악해 앱을 구동하고, 현실 세계의 정보를 카메라로 읽어들여 즉각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앰비언트 컴퓨팅(Ambient Computing)’의 실현이다. 예컨대 사용자가 냉장고 문을 열면 AI가 부족한 식재료를 파악하고, 선호 요리 레시피와 함께 근처 마트의 할인 정보까지 제안하는 식이다. 이는 구글에게 사활이 걸린 도전이다. 20년간 ‘검색창’을 통해 인터넷의 관문 역할을 해왔던 구글은 챗GPT의 등장 이후 처음으로 그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피차이가 ‘행동하는 제미나이’를 전면에 내세운 배경이다. 구글은 검색 광고에 의존하던 수익 모델을 AI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 구독 모델로 전환하는 거대한 실험에 돌입했다. 구글의 또 다른 무기는 데이터다. 전 세계 30억 대 이상의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쏟아지는 사용 패턴 데이터는 AI 학습의 원유(原油)와 같다. 물론 이는 프라이버시 논쟁이라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피차이는 “사용자 데이터의 철저한 익명화와 투명한 활용 정책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선제적으로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메타 마크 저커버그, “오픈소스로 AI 천하통일”

저커버그의 리더십 DNA를 관통하는 것은 ‘절대적 확신’이다. 2004년 페이스북 창립부터 2021년 메타 전환, 그리고 현재의 AI 전략까지, 그는 한 번도 자신의 비전을 의심하지 않았다.

메타(Meta)의 마크 저커버그는 여전히 가장 급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2026년 출시 예정인 ‘라마 5(Llama 5)’를 통해 오픈소스 생태계의 패권을 쥐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저커버그는 최근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폐쇄적인 AI는 결국 도태될 것”이라며 “메타의 AI는 지구상 모든 개발자와 기업이 무료로 가져다가 자신들만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AI의 리눅스’가 되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경쟁사인 MS, 구글, 애플의 독주를 막기 위한 ‘초토화 작전(Scorched Earth Policy)’이자, 메타버스라는 자신의 오랜 꿈을 AI로 완성하려는 포석이다. 메타는 AI 모델 자체로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하기보다 압도적인 사용자 경험을 통해 광고 단가를 높이고, 메타버스 하드웨어인 레이밴 메타 스마트글래스와 퀘스트 시리즈의 판매를 견인하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저커버그의 계산은 단순하다. 수천 개의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라마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구축하면, 그 생태계 자체가 메타의 영향력이 된다는 것이다. 마치 안드로이드가 구글의 서비스 확산 창구가 되었듯, 라마가 메타 생태계의 트로이 목마가 되는 셈이다. 2025년 라마 4가 기업용 AI 시장에서 예상 외의 선전을 거두면서 저커버그의 ‘파격적 베팅’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애플 팀 쿡, “프라이버시가 곧 프리미엄”

애플 CEO 팀쿡

애플의 팀 쿡 CEO는 2026년에도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와 ‘프라이버시’라는 기존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전송하지 않고 아이폰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동하는 성능을 극대화하여, 보안을 중시하는 사용자들을 락인(Lock-in)하겠다는 전략이다. 팀 쿡은 “당신의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는 유일한 AI”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2026년형 시리(Siri)는 사용자의 모든 앱 사용 패턴을 기억하지만, 그 정보는 아이폰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애플은 자체 개발한 AI 전용 뉴럴엔진의 성능을 매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며 ‘개인정보 보호와 AI 성능의 양립’이라는 난제에 도전하고 있다. 애플의 숨은 의도는 하드웨어 판매 촉진이다. 온디바이스 AI의 고성능 기능을 아이폰 프로 라인업에 집중 배치함으로써 프리미엄 제품으로의 업그레이드를 유도하고, 하드웨어 마진을 방어하는 전략이다. “AI 시대에도 애플은 결국 하드웨어 회사”라는 월스트리트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폐쇄적 접근이 급변하는 AI 생태계에서 얼마나 유효할지는 2026년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 2026년 AI 전쟁의 3대 관전 포인트

전문가들은 2026년 빅테크 CEO들의 전략을 종합할 때, 시장의 판도가 다음 세 가지 지점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한다. 첫째, ‘환각(Hallucination)’을 넘어선 ‘신뢰’의 확보다. 기업들이 AI를 실제 업무인 결제, 계약, 코딩 등에 투입하려면 99.9%의 정확도가 필수다. 2026년은 누가 먼저 ‘실수하지 않는 에이전트’를 내놓느냐가 B2B 시장의 승패를 가를 것이다. 이미 MS와 구글은 에이전트의 모든 행동에 ‘검증 레이어’를 추가하고, 중요 결정 전 인간의 승인을 받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둘째, ‘칩(Chip) 독립’과 비용 효율화 경쟁이다. 엔비디아 GPU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MS(마이아), 구글(TPU), 메타(MTIA), 아마존(트레이니움) 등 빅테크들의 자체 AI 반도체 개발 경쟁이 정점에 달하고 있다. 이는 AI 서비스의 구동 비용을 낮춰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생존 전략이다. 한 토큰(Token)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곧 가격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셋째, ‘데이터 저작권’과 ‘소버린(Sovereign) AI’ 이슈다. AI 학습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소송 리스크를 해소하고, 각 국가의 규제와 문화에 맞는 ‘현지화된 AI’를 제공하는 능력이 글로벌 확장의 열쇠가 될 것이다. EU의 AI법(AI Act) 시행과 각국의 데이터 주권 강화 움직임 속에서 ‘규제 친화적 AI’를 선보이는 기업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전망이다.

■ 승자독식의 서막, 도태되는 기업은 누구인가

2026년은 빅테크 기업들에게 ‘심판의 해’다. 주주들은 더 이상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말에 관대하지 않다. 구체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AI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나델라의 ‘동료 AI’, 피차이의 ‘생활 밀착형 AI’, 저커버그의 ‘모두의 AI’, 팀 쿡의 ‘나만의 AI’.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듯 보이지만,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하나로 수렴한다. 바로 사용자의 24시간을 점유하는 ‘슈퍼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AI가 아침에 일정을 정리하고, 낮에 업무를 보조하며, 저녁에는 취미와 쇼핑까지 관장하는 ‘디지털 집사’의 자리를 놓고 벌이는 전쟁이다. 2026년 말, 최후에 웃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확실한 것은 단순히 기술을 자랑하는 단계는 지났다는 점이다. 이제는 AI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대가로 지갑을 열게 만드는 ‘비즈니스의 본질’만이 이 전쟁의 승자를 결정할 것이다. ‘챗봇의 시대’는 저물고, ‘에이전트의 시대’가 열렸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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