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 7월2일 출범한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 이 180일간의 대장정을 28일로 특검 수사를 마친다.
김건희 특검팀은 대통령보다 더 큰 권력이란 뜻에서 ‘브이 제로'(V0, VIP 0순위)라고까지 불린 김 여사의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이른바 ‘3대 특검’ 수사는 모두 끝났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수사 종료 기한인 28일을 하루 넘긴 오는 29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 7월 2일 현판식을 열고 정식 수사에 착수한 특검은 기간을 두 차례 연장해 6개월간 수사를 이어왔다.
특검팀은 지금까지 김건희씨가 금거북이, 반클리프 목걸이, 바쉬론 콘스탄틴 시계 등 ‘매관매직’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밝혀냈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영부인을 구속기소하는 성과도 이뤘다.
특검팀은 180일 수사를 통해 김건희씨 등 20명을 구속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66명을 재판에 넘겼다. 모든 의혹의 정점에 있는 김씨는 민중기 특검팀에서만 세 차례 기소됐다.
김건희씨는 윤 전 대통령을 쥐락펴락하며 尹정권의 권력 정점인 ‘V0’로, 내란사태를 비롯한 尹정부의 각종 국정개입, 인사개입, 정치비리 의혹 등에 직접 개입한 의혹이 짙다.
특검은 김건희씨에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개입 및 인사개입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등 각종 의혹에 더해 새로 인지한 혐의와 연관 범죄까지 합해 총 16가지 범위를 수사 대상으로 했다.
특검팀은 7월 한 달간 의혹 관련자들을 향한 ‘저인망식’ 수사를 통해 김 여사의 혐의를 다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였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윤 전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인 명태균씨, ‘통일교 청탁의혹’에 연루된 건진법사 전성배씨 모두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씨와 관련한 주요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했고 편파·강압수사 논란을 낳기도 했다. 민중기 특검의 주식 투자 논란, 소속 검사들의 ‘집단행동’ 등 내적인 고초도 겪었다.
김건희 한달만에 구속…의혹 실체 규명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차곡차곡 모은 특검팀은 출범한지 한달여만인 8월 6일 김 여사를 첫 전격 소환했다. 김 여사는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 포토라인 앞에 서서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표현해 또 한 번 공분을 샀다. 약 11시간 이뤄진 첫 조사에서 김 여사는 “몰랐다”,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검팀은 소환 이튿날인 8월 7일 김 여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닷새 후인 8월12일 밤 12시 직전인 밤 11시53분경 법원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들어 영장을 발부했다. 영장발부 직후 서울남부구치소로 이송된 김씨는 13일 새벽에 구속 수감됐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그를 다섯 차례 내리 소환해 조사한 뒤 8월 29일 구속기소했다. 전·현직 영부인이 수사기관에 공개 소환된 것도, 구속된 것도, 구속기소된 것도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이후 특검팀은 공소 유지에 힘을 기울이는 동시에 앞선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다른 범죄 의혹들을 파헤치는 2라운드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인지수사 사건이 김 여사가 공직 등을 대가로 고가 귀금속을 받았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이었다.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김상민 전 부장검사,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가 인사·이권 청탁을 대가로 김 여사에게 목걸이, 귀걸이, 금거북이, 시계, 그림을 건넨 정황이 하나씩 드러났다.
당시 수사에선 ‘바쉐론 콘스탄틴’, ‘반클리프 아펠’ 등 생소한 명품 브랜드 이름이 하루가 멀다고 등장했다.
통일교 핵심 관계자들도 줄줄이 기소됐다. 특검은 김 여사를 청탁의 한 창구로 활용한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윤영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등을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특검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국회의원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선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등이 기소됐다. 김 여사 일가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사건에선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와 오빠 김진우씨,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등이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매관매직 혐의를 뒷받침하는 물증과 진술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한 특검팀은 그를 두 차례 추가 소환한 뒤 지난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김 여사를 겨냥한 특검 수사는 이로써 마무리됐다.
특검 주식 논란·피의자 사망 등 악재도…尹부부 뇌물 수사는 미완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특검 주식 논란과 피의자인 양평군 공무원이 사망하는 등 악재가 겹치기도 했다.
지난 9월 30일 특검 파견 검사 40명 전원이 검찰청 폐지를 언급하며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원래 소속된 검찰청으로 복귀시켜달라”는 입장문을 낸 게 대표적이다.
특검 수뇌부가 수사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자고 이들을 다독이며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유례없는 검사들의 집단행동에 수사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기 양평군 공무원이 지난 10월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 피의자 조사를 받은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그가 생전 남긴 자필 메모에 특검이 강압과 회유를 이용해 특정 방향의 진술을 유도했다고 적은 사실이 알려지며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 특검의 불법 주식거래 의혹도 터졌다.
그는 2010년께 분식회계가 적발된 태양광 소재 업체 네오세미테크의 주식을 매도해 1억원 이상 수익을 낸 것으로 밝혀져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졌다.
민 특검은 “주식 최득과 매도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없었다”고 직접 해명했지만 정치권에선 사퇴 요구까지 나왔다.
수사 기간 말미에는 특검이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측도 통일교에서 부정한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으면서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편파 수사’ 의혹까지 제기됐다.
각종 악재에 대처하느라 상당한 힘을 쓴 특검팀은 결국 일부 굵직한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해산하게 됐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개발특혜 의혹, 김 여사 집사로 불리는 김예성씨의 ‘집사게이트’와 김 여사 간 연관성을 규명하지 못한 것은 오점으로 꼽힌다.
윤 전 대통령의 ‘매관매직’ 개입 여부와 부부의 뇌물 혐의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 점도 특검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이를 비롯해 남은 수사 일체는 경찰의 몫으로 남게 됐다.
특검팀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어떤 사건을 국수본으로 이첩할지 밝힐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안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