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뉴욕에서 시작한 무비 스튜디오 ‘A24’
- 많이 만들기보다 잘 고르는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A24’
- 신문 지면 광고, 특이한 굿즈 판매 등 잘될 수밖에 없는 이유!
〈마티 슈프림〉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티모시 샬라메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모습
독립영화는 흥행이 어렵다는 편견을 정면으로 깨뜨린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으로 떠오른 영화사가 있다. 티모시 샬라메 주연 〈마티 슈프림〉을 제작하며 화제의 중심에 선 스튜디오, A24다.
{ A24, 대체 뭐 하는 곳인데? }
요즘 영화 팬들 사이에서 ‘A24 같다’는 말은 장르보다 분위기를 가리키는 표현에 가깝다. 과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장면의 섬세한 감정선을 움직이고, 웃음과 불안을 한 프레임에 겹쳐 놓으며, 엔딩 이후까지 잔상을 남기는 방식. A24는 그렇게 작품과 함께 취향을 만들어왔다.
A24는 2012년 뉴욕에서 출발했다. 규모로만 보면 메이저 스튜디오와 같은 선에서 비교하기 어렵지만, 영향력은 의외의 면모를 보여준다. 배우들이 작품을 선택할때, 안전한 공식을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얼굴과 새로운 시선을 택하게 하고, 작품은 선뜻 대중적이라 말하기 힘든 소재와 감정을 정교하게 다듬어 화면 위에 올린다. 독립영화의 실험성과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건 꼭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설득력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 A24의 강점이다.
필모그래피만 봐도 그 결이 읽힌다. 빛과 피부, 침묵으로 서사를 쌓아 올린 〈문라이트〉, 축제 같은 색감 속에 공포를 주입한 〈미드소마〉, 그리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7관왕을 거머쥐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증명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까지. 이제 질문은 단순하다. A24는 어떻게 ‘영화사’라는 범주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기호로 자리 잡았을까? 아래에서 살펴보자.
{ A24의 성공 요인 }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A24는 ‘많이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잘 고르는 회사’에 가깝다. 이들의 필모그래피는 장르의 스펙트럼이라기보다 큐레이션의 논리로 읽힌다. 대본과 아이디어를 바라보는 기준이 분명하고, 그 기준은 종종 시장의 기준과 반대 방향을 향한다. 안전한 공식이 아니라 위험한 감정, 쉽게 팔리는 소재가 아니라 오래 남는 질문. A24의 선택은 늘 ‘나중에 생각나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이 지점에서 A24는 영화 스튜디오라기보다, 감각을 편집하는 매거진에 닮아 있다. 매번 다른 장르를 펼쳐도 “아, 이건 A24네”라는 느낌이 남는 이유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속 양자경
또 하나의 성공 요인은 ‘새 얼굴’을 다루는 방식이다. A24는 신인의 이름을 단순히 캐스팅 카드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직 정의되지 않은 얼굴과 시선을 통해, 익숙한 감정조차 낯설게 보이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A24의 영화는 종종 새로운 스타를 만들고, 동시에 기존 배우에게도 다른 결의 얼굴을 꺼내 보이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새로움이 무작정 난해함으로 끝나지 않도록 ‘완성’의 기준을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독립영화의 실험성은 유지하되 이미지와 사운드, 리듬과 연기의 밀도를 맞춘다. 관객이 따라갈 수 있게 만드는 최소한의 손잡이는 남기되, 결론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는 태도. A24가 ‘예술영화’라는 단어의 장벽을 낮추면서도 대중영화의 관습에 기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요즘 애들의 취향을 저격한 독특한 마케팅 }
실제 신문사 보스턴 글로브에 실린 〈더 드라마〉 속 젠데이아&로버트 패틴슨의 약혼 소식
A24의 독특한 마케팅 방식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2월 9일, A24는 실제 신문사 ‘보스턴 글로브’ 지면에 젠데이아와 로버트 패틴슨이 출연하는 〈더 드라마〉 속 커플의 약혼 소식을 ‘신문 공지’처럼 꾸민 광고를 실었다. 독자들이 일상적으로 넘기는 결혼·연애 코너의 문법을 빌려 영화의 세계관을 현실에 겹쳐 놓는 방식으로, 공개와 동시에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 찐 굿즈 맛집? }
A24의 공식 숍을 둘러본 적 있는가? A24는 로고 티셔츠나 캡 모자 같은 평범한 굿즈에서 멈추지 않고, 작품의 세계관을 소장 가능한 형태로 내놓는다. 한정판 굿즈를 비롯해 영화 관련 오브제, 의류, 포스터, 바이닐 등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
{ 곧 선보일 개봉 예정작 }
A24가 곧 선보이는 개봉예정작들도 라인업이 심상치 않다. 티모시 샬라메를 전면에 내세운 〈마티 슈프림〉은 스포츠를 매개로 인물의 욕망과 집착을 밀도 있게 끌어올리는 작품으로, 거친 에너지와 속도감이 기대를 모은다. 이어 〈더 모먼트〉 는 찰리 XCX가 참여하는 프로젝트로, 팝 스타의 무대 밖 서사를 A24식으로 비틀어 보여줄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젠데이아와 로버트 패틴슨이 호흡을 맞춘 〈더 드라마〉는 결혼을 앞둔 커플의 관계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균열을 맞는 설정을 통해, 로맨스의 표면 아래 감춰진 긴장을 날카롭게 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