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오는 단순히 이름값 높은 배우의 ‘깜짝 방문’이 아니다. 짧은 찰나에 작품의 공기를 뒤바꾸고, 잊고 있던 전작의 세계관을 소환하며, 극의 전개에 강력한 추진력을 불어넣는 영리한 장치다. 잘 쓴 카메오 하나가 열 주인공 안 부러운 법. 최근 우리를 설레게 한 ‘신스틸러’들의 결정적 순간을 모았다.
〈키스는 괜히 해서〉 남궁민 & 김지은 | ‘천원짜리’ 인연이 만든 SBS 유니버스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의 화력 뒤에는 영리한 카메오 활용이 있었다. 이서진, 김광규, 곽시양 등 화려한 라인업 중에서도 백미는 단연 남궁민과 김지은의 등장이었다. 두 사람은 전작 〈천원짜리 변호사〉의 ‘천지훈’과 ‘백마리’ 모습 그대로 나타났다.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도 캐릭터의 전사가 즉각 소환되는 짜릿한 순간. 〈천원짜리 변호사〉와 이번 작품을 모두 연출한 김재현 감독과의 의리로 성사된 이 만남은, 앞서 남궁민이 〈모범택시2〉에 출연했던 전적과 맞물려 ‘SBS 드라마 유니버스’를 유쾌하게 완성했다. 팬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서비스가 없다.
〈얄미운 사랑〉 김동준 | 리얼리티 끌어올린 ‘본캐’의 등장
tvN 월화드라마 〈얄미운 사랑〉 스틸
tvN 드라마 〈신사장 프로젝트〉 스틸
tvN 월화드라마 〈얄미운 사랑〉은 특별출연의 경계를 허물며 극의 풍성함을 더하고 있다. 정은지의 목소리 출연부터 오연서의 존재감까지 다채롭지만, 그중에서도 김동준의 활용법은 무척 현실적이다. 그는 극 중에서도 ‘배우 김동준’ 본인으로 등장해 연예부 기자 위정신(임지연)과 호흡을 맞춘다. 실제 연예계를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현실의 인물을 극 안으로 끌어들여 서사의 리얼리티를 확보한 케이스다. 특히 전작 〈신사장 프로젝트〉 엔딩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연달아 얼굴을 비추며, 같은 채널과 시간대를 공유하는 드라마들 사이의 ‘숨은 연결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캐셔로〉 조보아 | 반가움 뒤에 숨겨진 서사적 ‘트리거’
넷플릭스 시리즈 〈캐셔로〉 스틸
넷플릭스 시리즈 〈캐셔로〉 스틸
넷플릭스 시리즈 〈캐셔로〉에서 조보아의 등장은 그야말로 ‘반전의 키’였다. 사전 정보 없이 마주한 시청자들에게 조보아는 반가운 얼굴인 동시에, 극의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장치로 쓰였다. 돈을 쥐면 힘이 세지는 상웅(이준호)처럼 특별한 초능력을 지닌 ‘이화진’으로 분한 그는, 등장하자마자 악의 조직 ‘범인회’에 의해 능력을 탈취당한다. 그의 짧고 강렬한 희생은 빌런들의 위협적인 존재감을 단번에 각인시키며 극의 몰입도를 수직 상승시켰다. 최근 임신이라는 기분 좋은 개인사로 휴식기에 접어든 그의 깜짝 출연이었기에 팬들에게는 선물 같은 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