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간의 치열한 협상 끝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27일(현지시간) 마침내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 관세 협상을 하루 앞둔 시점에 이루어졌다.
결국 미국과 EU 지도자가 직접 얼굴을 맞대고 논의한 끝에야 이번 합의를 끌어낼 수 있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체결한 다른 무역 합의에서도 나타났던 패턴이다. 그는 직접 개입하며 돌파구가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도 밀어붙이곤 했다.
이번 합의는 양측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U가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 간 무역 및 투자 관계”라고 부르는 미-EU 관계에는 수많은 기업과 일자리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모두 이번 결과를 각자의 승리로 포장할 수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소셜미디어 X에 “유럽 전역의 언론은 미국 대통령을 극찬하고 있다. 미국인들을 대표해 협상한 그 합의에 모두가 놀라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내일 미국 언론들은 분명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요구한 것 중 ‘단지’ 99.9%만 얻어냈다’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작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EU 입장에서는 미국이 위협하던 30%의 관세율을 15%로 낮추었기에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러나 영국에 적용되는 10%의 관세율에 비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지난해 무역 수치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이번 합의로 약 900억달러(약 120조원)에 달하는 관세 수입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에 더해 60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대미 투자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EU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는 큰 숫자들이 오가고 있으나, 결국 핵심은 구체적인 내용이다.
이러한 투자가 정확히 언제, 어느 분야에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한편 이번 협상은 현재 미-EU 관계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홍보되고 있다.
여기까지 이르는 과정은 절대 순탄치 않았다.
EU와 미국 모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며 쉽게 양보하려 하지 않았기에 최후의 순간까지 협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양측 모두 관세 부과 예정일이었던 8월 1일을 넘겨 협상이 장기화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지난 몇 년간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무역 관행이 불공정하다며 이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첫 번째 쟁점은 무역 적자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대EU 무역에서 수입량이 수출량보다 2360억달러 더 많았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미국의 부가 불필요하게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해석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제 무역은 이보다 훨씬 복잡한 사안이다.
또 다른 불만은 자동차부터 닭고기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친 EU의 까다로운 규제로 자국 기업들이 비교적 EU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번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면 이러한 불만이 실제로 얼마나 해소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또한 무역 적자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을 인정하는 듯했다.
협정 타결 소식을 전하며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다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양측은 훌륭한 무역 관계를 맺고 있다”며 말을 꺼냈다.
“양측의 무역 규모는 막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더 지속가능한 관계로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한편 이번 합의를 통해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과의 무역 관계를 재협상하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다.
EU가 27개국의 연합체인만큼 이번 사안은 특히 가장 까다로운 무역 협정 중 하나로 손꼽혔다.
EU와의 합의 며칠 전, 미국은 또 다른 주요 교역국인 일본과도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도 미국과 합의에 도달했다.
여전히 협상 중인 주요 협상 대상은 미국의 3대 주요 교역국인 멕시코, 캐나다, 중국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적극적인 분위기인 만큼 앞으로 48시간 안에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질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번 주 월요일과 화요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무역 협상에 돌입한다. 최근 3달 사이 양국 대표단 간 벌써 3번째 만남이다.
일각에서는 고율의 관세가 또 한 번 90일간 유예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과 매우 잘 지내고 있다”면서 난제로 여겨졌던 희토류 수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음을 시사했다.
EU와의 무역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미국 측은 중국과의 협상에서 더 유리한 입장을 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다른 무역 파트너들보다 지금껏 훨씬 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 간 협상이 좌초될 경우 전 세계 무역에는 앞으로 몇 달 거친 파도가 몰아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