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칼랑(싱가포르), 유준상 기자) 김우민(강원도청)의 뒷심이 돋보인 결승이었다.
김우민은 지난 27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칼랑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국제수영연맹(World Aquatics) 싱가포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60의 기록을 나타냈다.
1위 루카스 메르텐스(독일·3분42초35), 2위 새뮈얼 쇼트(호주·3분42초37)에 각각 0.25초, 0.23초 뒤진 훌륭한 레이스였다. 김우민은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지난해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계영 800m 은메달)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세계선수권대회 연속 입상에 성공했다.
한국 선수로는 박태환, 황선우(이상 경영), 김수지(다이빙)에 이어 세계선수권 두 대회에서 입상한 네 번째 선수가 됐다. 연속 대회 입상은 황선우(2022·2023·2024년)에 이어 두 번째다.
김우민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3분44초36), 지난해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결승(3분42초71)보다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해 파리 하계올림픽 결승(3분42초50)보다는 0.10초 늦게 터치패드를 찍었다. 지난겨울 기초군사훈련을 다녀오느라 한 달간 물과 멀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좋은 레이스를 펼쳤다.
김우민은 이번 결승전 초반부터 힘을 냈다. 첫 50m 구간에서 25초05의 기록을 나타내면서 8명의 선수 중에서 메르텐스(24초77)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하지만 김우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쇼트, 페타르 페트로프 미친(불가리아)에게 밀려 4위까지 떨어졌다. 김우민의 50~100m 구간 기록은 27초72였다.
김우민은 100~150m, 150~200m 구간에서 각각 27초87, 28초65의 기록을 나타냈다. 순위는 계속 4위였다.
김우민은 주저 앉지 않았다. 250m 구간 턴을 하면서 힘을 냈다. 경기 후반 페트로프 미친을 4위로 끌어내리고 3위를 되찾았다.
김우민은 350~400m 구간에서 모든 걸 쏟아부었다. 선두 경쟁을 펼친 메르텐스, 쇼트와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더 이상 김우민의 순위에 변화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그야말로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쳤다. 김우민, 메르텐스, 쇼트의 350~400m 구간 기록은 각각 27초62, 28초03, 28초11이었다. 김우민이 가장 훌륭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엑스포츠뉴스와 단독으로 만난 김우민은 “그 선수(페트로프 미친)가 수영하는 걸 정확히 보진 못했고, 형체가 있더라. 마지막에는 (형체가) 또 안 보였고, 메르텐스 선수와 쇼트 선수가 보이길래 쥐어짜낸 것 같다”고 결승을 돌아봤다.
또 “생각지도 못하게 기록이 잘 나오다 보니 (경기가 끝나고 시간이) 지났지만, 많이 아쉽다. ‘조금만 더 미친 척하고 해볼 걸’이라는 생각도 한다. 이걸 계기로 다음엔 더 미친 척하고 한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우민은 지난해 2월 열린 도하 세계선수권 이 종목 결승에서 초반에 치고 나간 뒤 250m 이후엔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치며 최대한 버티는 식으로 작전을 짜 우승했다.
한국 수영사에서 박태환 이후 두 번째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올라섰던 지난해 7월 파리 하계올림픽에서도 예선 부진으로 인해 1레인을 배정받자 초반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린 뒤 다른 선수들의 추격을 불허하는 식으로 동메달을 땄다.
그런데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달랐다. 물론 초반에 2위로 앞서가는 모습은 예전 국제대회와 비슷했다. 달라진 점은 마지막 스퍼트가 대단했다는 점이다. 도중 4위까지 내려갔지만 300m 구간 이후부터 속도를 내더니 350~400m 구간에선 유일하게 27초대를 기록하며 메르텐스와 쇼트를 압박했다. 5~10m만 더 있었다면 김우민의 메달 색깔이 바뀔 수도 있었다.
초반에 강한 김우민의 기존 레이스 스타일에 스퍼트 능력을 더했다. 온 몸이 끊어질 듯한 고통을 참아내며 마지막 50m 구간에서 괴력을 발휘했다.
김우민의 레이스가 더욱 강해졌다는 뜻이다.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2027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그리고 김우민이 새로운 4년의 종착역으로 설계한 2028 LA 올림픽에서 금빛 메달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