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 질환, 방치하면 암까지?…대규모 데이터로 본 구강 건강의 경고등

잇몸 질환, 방치하면 암까지?…대규모 데이터로 본 구강 건강의 경고등

  • 건강검진 항목 중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겨지는 구강검진이 암 예방의 중요한 관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흔한 잇몸 질환이나 치아 상실이 암의 발생은 물론 사망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는 대규모 코호트 분석이다.


  • ▲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김계형 교수와 서울시보라매병원 이승연 박사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통계청의 건강·사망 데이터를 기반으로, 2009년 구강검진을 받은 국내 성인 384만 5,280명을 10년 이상 추적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Science Progress’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충치, 치은염(잇몸 염증의 초기 단계), 치아 상실 등 세 가지 구강질환을 개별적으로 구분해 전체 암 발생률과 암 사망률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도 치주염과 암 간의 연관성을 시사한 연구는 있었지만, 구강질환 유형별로 나누고 사망률까지 정량 분석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분석 결과, 구강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전반적으로 더 높았다. 특히 치아 상실이 있는 경우, 대장암 발생 위험이 13%, 간암 9%, 위암 8%, 폐암 4%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은염(초기 잇몸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간암과 대장암의 발생 위험이 각각 8%, 7% 증가했다.


  • ▲ 각 구강질환별 구강질환이 있는 사람(실선)과 없는 사람(점선)의 전체 암의 누적 발생률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10년간 누적 사망률 분석 결과, 구강질환이 있는 경우 전체 암 사망 위험이 12% 더 높았고, 특히 치아 상실 시 전립선암 사망률이 24%, 위암 21%, 간암 16%, 대장암 14%, 폐암 8% 각각 높았다. 치은염만 있는 경우에도 간암 사망률이 11%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특히 50세 이상 고령층에서 구강질환과 암 위험 간의 연관성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연구팀은 “위·대장·간 등 소화기계 암에서의 영향이 두드러진 것은 구강 내 만성 염증이 위장관계와 이어지는 미생물 생태계 변화나 전신 염증 반응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는 관찰 연구로, 인과관계를 직접 증명한 것은 아니다. 즉, 구강질환이 암을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이 둘 사이에 통계적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생활 습관, 영양 상태, 전신 질환 등 다양한 교란 요인이 개입돼 있을 가능성이 있어, 구체적 기전을 밝히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구강 내 염증이 혈류를 타고 전신 염증 반응을 유도하고, 위장관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인 생체 변화와 암세포 환경 조성에 관여할 수 있다는 기전은 기존의 면역·미생물 연구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구강 건강이 단순한 치아 문제를 넘어 암 예방과 공중보건 정책의 일환으로 재조명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2023년 기준 건강보험공단 구강검진 수검률은 45.7%로, 일반 검진(79.7%)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구강검진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김계형 서울대병원 교수는 “구강질환은 만성 염증을 통해 전신 건강에 영향을 주며, 이는 암의 발생과 진행에도 작용할 수 있다”며 “정기적인 구강검진과 적절한 치과 치료는 전신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핵심 예방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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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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