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자회사 이익·손실 뒤바꿔 공시…“장외거래·채권 판단 왜곡 우려”

호텔롯데, 자회사 이익·손실 뒤바꿔 공시…“장외거래·채권 판단 왜곡 우려”

[그래픽=황민우 기자]

호텔롯데가 전자공시에 지분 100%를 보유한 11개 계열사 ‘순이익’과 ‘순손실’을 뒤바꿔 기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9일 더리브스 취재에 따르면 해당 오류는 반기·분기 보고서에 반영된 뒤 최소 6개월 동안 정정되지 않았고 호텔롯데도 그 기간동안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순이익은 기업이 일정 기간 벌어들인 ‘최종 이익’이며 순손실은 ‘최종 적자’다. 두 표기가 뒤집히면 흑자 회사가 적자 회사로 적자 회사가 흑자 회사로 보이게 된다.

호텔롯데는 올해 6월 반기보고서에서 롯데호텔홀딩스USA의 당기순이익을 3130억원으로 공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해당 법인은 3130억원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오류는 올해 9월 분기 보고서까지 이어졌다. 롯데호텔홀딩스USA는 미국 맨해튼 뉴욕팰리스호텔 등을 보유한 호텔롯데의 미국 법인으로 호텔롯데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롯데면세점싱가포르 ▲호텔롯데홀딩스홍콩 ▲롯데호텔아라이 ▲롯데호텔블라디보스토크 등 11개 계열사에도 순이익과 순손실이 뒤바뀐 공시가 확인됐다. 2279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롯데면세점싱가포르는 2279억원 순이익을 냈고 252억원 순손실을 낸 호텔롯데홀딩스홍콩은 252억원 순이익을 냈다고 표기됐다. 반대로 순이익을 낸 법인이 손실을 낸 것으로 기재된 사례도 있다.

호텔롯데. [그래픽=황민우 기자]

전문가들은 ‘비상장사라 파급이 제한적’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책임이 가벼워지기 어렵다고 본다. 세종대 김대종 경영학과 교수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전자공시는 투자자들이 판단의 근거로 삼는 자료인데 이익과 손실을 뒤바꿔 공시하면 이를 보고 투자한 사람들은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회계 책임자나 IR 담당자가 확인을 거듭해야 했을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비상장사도 장외에서 거래될 수 있어 공시를 근거로 거래가 이뤄졌다면 투자자 손실과 배상 책임 논의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주식 거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시 재무 정보는 채권자와 거래처가 여신한도, 보증 조건, 거래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참고 자료로도 쓰인다. 손실 법인이 이익 법인으로 보이면 위험이 축소돼 보이고 그 반대로 보일 경우 위험이 과대평가될 수 있다. 수치가 아니라 ‘부호’ 하나가 기업 성과 해석을 정반대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다른 보고서에는 정상 기재된 부분이 있어 일부 항목의 단순 부호 오류일 가능성도 있다”며 “오류 범위와 고의성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호텔롯데 관계자는 “실무 차원에서 기재 실수가 있었다”며 “관련 부서에 정정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마선주 기자 msjx0@tleaves.co.kr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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