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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관광청이 문화 콘텐츠를 앞세운 관광 홍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주한체코대사관, 주한체코문화원과 함께 올 겨울 한국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문화관광 프로젝트를 집중 소개하며, 체코를 문화 경험 목적지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체코관광청은 18일 오전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서울빛초롱축제 참가, 대한항공 공동 프로모션, 유리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전시, 미쉐린 가이드 체코 단독판 발간 등 진행 중인 주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반 얀차렉 주한 체코대사, 미카엘 프로하스카 체코관광청 한국사무소 지사장, 미샤 에마노브스키 주한체코문화원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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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얀차렉 대사는 개회사에서 “체코는 여행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나라”라며 “역사와 낭만, 미식과 편리한 접근성이 어우러진 체코의 매력을 더 많은 이들이 경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올해가 한국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 20주년이 되는 해임을 언급하며,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촬영지들은 여전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더 편리해진 환경으로 새로운 세대의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체코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체코는 글로벌 평화 인덱스에서 스위스 바로 다음인 6위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서울빛초롱축제에 프라하 상징 조형물 등장
올 겨울 한국에서는 다채로운 체코 문화 프로젝트가 연이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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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더현대 서울에서 ‘알폰스 무하: 빛과 꿈’ 전시가 개막한 데 이어, 12일에는 6m 규모의 ‘프라하: 구시청사 탑과 천문시계’ 조형물이 2025서울빛초롱축제에서 점등됐다. 이 조형물은 프라하시 관광청이 홍보용으로 개발한 모바일 게임 ‘플라잉 프라하’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1월 4일까지 청계천 일대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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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프로하스카 지사장은 “플라잉 프라하 게임이 이번 주 한국어 버전으로도 출시되면서 한국 이용자들이 한국어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며 “프라하시 관광청과의 장기 파트너십을 통해 이번 프로젝트를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겨울 캠페인…프라하 비지터 패스 7% 할인
체코관광청과 프라하시 관광청은 대한항공과 협업해 프라하 직항 노선을 활용한 겨울 캠페인을 전개한다. 이번 프로모션은 1월 15일까지 진행되며, 대한항공 홈페이지 및 모바일 앱을 통해 인천 출발 프라하행 편도 및 왕복 일반석 항공권 구매 시 7%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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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하스카 지사장은 “현재 대한항공이 주 4회, 아시아나항공이 주 3회 프라하 직항편을 운항 중”이라며 “동계 시즌 주 6회 운항을 맞아 대한항공과 웹사이트, SNS 등에서 적극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캠페인의 주요 메시지는 겨울철에도 즐길 수 있는 실내 액티비티와 문화 여행지에 초점을 맞췄다. 클래식 음악, 현대 갤러리와 박물관, 바로크 양식의 클레멘티눔 도서관 등이 주요 홍보 대상이다.
대한항공 체코 이벤트 페이지에서는 프라하의 문화·예술 중심 겨울 여행 정보와 함께 프라하 비지터 패스 20% 할인 코드, 마뉴팍투라 및 프라하 초콜릿 10% 할인 쿠폰 등도 제공하고 있다. 프라하 비지터 패스는 60개 이상의 명소를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대중교통 이용과 시티 투어, 보트 투어, 레스토랑 할인도 포함돼 있다.
프로하스카 지사장은 “문화에 관심 있는 여행객일수록 체코에서 더 깊이 있는 여행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협업을 통해 프라하의 문화적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유산 유리 공예 전시… 서울역사박물관서 1월 18일까지
주한체코문화원은 서울역사박물관과 함께 체코의 유리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전시 〈베셀레 바노체!〉를 진행 중이다. 지난 11월 25일 시작된 이번 전시는 1월 18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1층 로비 전시 공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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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 에마노브스키 문화원장은 “〈베셀레 바노체!〉는 체코 유리 공예의 전통을 밀도 있게 담아낸 전시”라며 “관람객들이 섬세한 디테일과 장인정신에 집중하며 체코 유리 공예의 매력을 가까이에서 마주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는 체코의 유리 오너먼트 제작사 7곳의 작품이 소개되며, 그중 라우티스(Rautis)사는 유리 비즈를 이용해 오너먼트를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전통 방식을 오늘날까지 이어온 유일한 공방이다. 이 역사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아 라우티스사는 별도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에마노브스키 원장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유리 공예를 직접 만들어보는 워크숍을 진행했을 때마다 큰 인기를 얻었다”며 “자신이 만든 유리 공예를 직접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미쉐린 가이드 체코 단독판 발간… 2스타 레스토랑 첫 탄생
체코 역사상 처음으로 미쉐린 가이드 체코 단독판이 공식 발간되며, 체코 미식의 성장과 국제적 명성이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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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하스카 지사장은 “미쉐린 평가단이 한 달간 체코 전역을 방문해 추천 레스토랑을 선정했다”며 “체코 역사상 처음으로 2스타 미쉐린 레스토랑 ‘필드(Field)’가 탄생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미쉐린 가이드 체코 단독판에는 총 79개 레스토랑이 등재됐으며, 이 중 30곳 이상이 미쉐린 공식 어워드를 수상했다.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1곳, 1스타 레스토랑 8곳(신규 6곳 포함), 빕 구르망 레스토랑 18곳(신규 15곳 포함), 미쉐린 그린 스타 레스토랑 4곳(전부 신규)이 선정됐다.
프로하스카 지사장은 “미쉐린 로고가 새겨진 플라크 자체가 체코 브르노에서 제작된다는 점도 흥미롭다”며 “전 세계 레스토랑들이 체코에서 만든 플라크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올해부터 미쉐린이 새롭게 시작한 미쉐린 키(Michelin Keys) 프로그램으로 호텔도 선정하기 시작했다”며 “필요하시다면 전체 리스트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체코관광청의 프란티셰크 라이슈뮬러 청장은 “미쉐린 가이드와의 협력은 체코를 역사 유적과 자연 경관을 넘어 세계적 수준의 미식 여행지로 구축하는 데 있어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라며 “체코 셰프들의 창의성, 지역 식재료 활용, 전통 요리에 대한 독창적인 접근 방식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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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 질의응답 시간에는 체코 관광 정책과 향후 계획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오갔다.
프로하스카 지사장은 “올해 최종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2~3분기 수치를 보면 작년 대비 6~7% 증가한 30만 명 이상의 한국인 방문객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장거리 노선 관광 자체가 유로 환율 등 전반적인 상황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한-체코 양자협정에 따른 무비자 체류 기간도 주목할 만하다. 얀차렉 대사는 “한국과 체코는 쉥겐 국가 협정을 통해 관광 목적으로 90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지만, 양국 협정에 따르면 체코에서 180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 달 살기나 장기 체류가 최대 6개월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체코관광청은 새로운 여행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테마 관광 개발에도 나섰다. 프로하스카 지사장은 “은퇴한 60세 이상 여행객들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며 “골프 관광을 중점적으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체코의 골프장은 퀄리티가 매우 높고 현대적인 시설을 갖췄는데, 한국에서 약 50만 원이 필요한 라운드를 체코에서는 50% 이하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며 “이미 현대, 두산, 넥센 등 체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 임직원들이 골프를 즐기고 있어 레저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화 콘텐츠도 계속 확대된다. 프로하스카 지사장은 “다빈치 코드의 저자 댄 브라운의 신작 ‘비밀의 비밀(Secret of Secrets)’이 프라하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넷플릭스가 봄 시리즈 촬영에 들어간다”며 “한국어판 출간 시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얀차렉 대사는 “내년 3월 프라하에서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며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보며 프라하의 문화와 관광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로하스카 지사장은 또한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두코바니 지역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두코바니가 위치한 비소치나 지역을 새로운 관광 목적지로 홍보할 계획”이라며 “엔지니어와 가족뿐 아니라 인센티브 여행객들도 유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체코관광청은 이날 컨퍼런스 후 참석 기자들과 함께 청계천 일대의 서울빛초롱축제 프라하 조형물을 관람하고, 서울역사박물관 유리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전시를 방문하는 일정을 진행했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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