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사기범죄, 대통령도 당할 수 있다

[데스크칼럼]사기범죄, 대통령도 당할 수 있다

[이데일리 김영수 사회부장] 대통령부터 유아까지… 대한민국 전 국민이 사기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사기범죄를 담당하는 검사, 형사도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회적 지위, 나이, 성별 불문하고 누구나 사기를 당할 수 있는 셈이다.

사기범죄로 인한 피해는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이후 30만건 안팎이었던 사기범죄 발생건수는 지난해말 42만 1421건으로 전년대비 17% 폭증했다. 전체 범죄(158만 3108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를 점했다. 특히 지난 한 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545억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사기범죄가 폭증하자 경찰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결과, 6만 3272명을 검거하고 4993명을 구속했다. 이중 전기통신금융사기 사기범이 3만 7676명으로 가장 많았고 보험사기(9432명), 전세사기(3932명), 5억원 이상 다액피해사기(3408명), 투자리딩방사기(3775명), 가상자산사기(1595명) 등이 뒤를 이었다.

민생 사기범이 활개를 치자 경찰은 이달 15일부터 국가수사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다중피해사기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본격 가동했다. 지난 22일엔 기존 최대 1억원이었던 보이스피싱 등 사기범죄 검거 보상금을 최대 5억원으로 올렸다.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날로 조직화, 비대면화, 초국경화되는 조직성 범죄를 척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의 말처럼 사기범죄 검거율은 2019년 73.9%에서 지난해 60.3%로 급감했다.

그간 사기범죄에 대한 형량이 너무 낮았던 것도 사기범죄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대법원이 인천 미추홀구에서 191명의 세입자를 속여 148억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남씨에게 징역 7년을 확정 구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판을 맡았던 오기두 판사는 “현행법상 사기죄 경합범 가중 처단형은 징역 15년”이라고 안타까워했던 것도 형량이 너무 낮은 현실을 방증한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3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사기범죄 형량을 최대 무기징역(이득액 300억원 이상 조직적 사기)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상향했다. 강화된 양형기준은 이달 1일부터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된 만큼 앞으로 피해 규모와 피해자의 울분에 상응하는 판결이 나오길 바란다.

문제는 양형기준이 강화됐다 하더라도 검·경의 역량이 미진하다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밖에 없다. 사기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이후 기소해야 재판부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유죄를 받아낼 수 있어서다. 새 정부들어 검찰의 기소·수사 분리를 전제로 하는 검찰개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불안하다. 검·경 수사관 분리이후 가뜩이나 민생범죄에 대한 사건 처리기간이 늘고 실제 기소, 재판까지 수년이나 걸리는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직접수사(인지수사)는 폐지하되 전문수사 역량을 키우고 중대하고 복잡한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과 합력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우려 때문이다. 갈수록 지능화, 조직화되는 사기범죄에 기민히 대처할 수 있도록 형사사법개혁이 이뤄져 한다는 얘기다. 하루빨리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길 바라는 사기범죄 피해자들은 오늘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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