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공항을 통해 말레이시아로 출국하며 본격적인 ‘정상외교 슈퍼위크’에 들어갔다. 이번 순방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29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다자외교 일정이다. 대통령실은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아우르는 복합 외교전”이라고 설명했다.
◇1박 2일 쿠알라룸푸르 일정…동포 간담회로 첫발
이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함께 공군 1호기에 탑승해 쿠알라룸푸르로 향했다.
출국길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다토 모하메드 잠루니 빈 카리드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가 배웅했다.
이 대통령은 회색 정장에 푸른색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했고, 김 여사는 연분홍색 투피스 차림이었다.
쿠알라룸푸르 도착 후 첫 일정은 동포 만찬 간담회다.
이 대통령은 현지 교민과 중소기업인들의 건의사항을 듣고 재외 경제 네트워크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교민과의 소통은 국가 외교력의 기초”라며 “현지 진출 기업과 동포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협력 구조를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스캠 범죄 공조 논의
27일 오전에는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두 정상은 최근 급증한 온라인 스캠(사기) 범죄 대응과 한국인 피해 방지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사기·감금 사건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만큼, 정보 공유와 공조수사 체계를 제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고도화, 인프라 개발, 디지털 전환 협력, 인적 교류 확대 등 실질 협력 방안도 함께 다룬다.
특히 한국의 스마트 인프라 기술과 캄보디아의 산업 현대화 수요를 연결해 ‘캄보디아-한반도 경제벨트’ 구상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한-아세안·아세안+3 정상회의…연결성·디지털·청년 3축 제시
이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 강화를 위한 청사진을 발표한다.
핵심 의제는 연결성(Connectivity), 디지털 협력, 청년 교류다.
대통령실은 “동남아의 성장 잠재력과 한국의 첨단 제조 기술을 결합해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공급망 복원력 강화, 금융 안정, 보건·에너지 협력 등 역내 리스크 관리가 주요 의제로 오른다.
이번 회의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첫 대면이 성사될 가능성도 크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1일 취임한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한일 관계 정상화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세안 회의 참석도 예정돼 있어, 29일 경주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두 정상이 조우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가에서는 “한미 간 공급망·AI·안보 협력이 사전 정렬될 수 있는 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와르 총리 회담 후 귀국…APEC 정상회의 준비 착수
이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와의 회담을 끝으로 1박 2일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양 정상은 교역 확대, 청정에너지·스마트시티 등 신산업 협력,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귀국 직후에는 경주로 이동해 29일부터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준비에 들어간다.
APEC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미중, 한중 회담이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일정을 “한국의 공급망 전략을 재정비하고 동아시아 외교 구도를 주도하는 계기”로 평가했다.
◇‘슈퍼위크’ 외교의 관전 포인트
이번 아세안·APEC 연쇄 회의는 이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 다자외교 무대이자, 신정부 출범 이후 한국 외교의 복원력과 주도권을 시험하는 분수령으로 꼽힌다.
‘국민 안전 외교’는 핵심 축이다. 온라인 스캠 공조, 재외국민 보호, 공급망 안정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의제가 외교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동아시아 구도 재정렬’도 주목된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으로 한일 관계 복원이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안보 패키지화’는 APEC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이다. 반도체·배터리·핵심 광물 등 공급망 협력이 안보 의제와 결합하면서 동아시아 경제 질서의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복잡한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실질 협력과 안정적 외교 관리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이번 순방은 한국의 경제·안보 전략을 점검하고, 경주 APEC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