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호 미주한상총연 글로벌사업본부장, ‘4자 협력 모델’ 제시
“韓美 G2G 포럼 통해 협력의 문 열려…미주 한인 경제인은 이미 준비”
(목포=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한국 중소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 성공하려면 더 이상 단독으로 뛰어들어선 안 됩니다. 한국 정부와 지자체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미국 지방정부는 인센티브를 설계하며, 재미 한인 경제인은 기업 발굴과 현지 적응을 돕고, 한국 중소기업은 제품 경쟁력으로 이를 완성해야 합니다.”
미주한인상공회의소 총연합회 (미주한상총연) 양경호 글로벌사업본부장은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위한 ‘4자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지난 21~23일 전남 목포에서 재외동포청과 전남도 공동 주최로 열린 ‘2025년 제2차 세계한인비즈니스포럼’ 참석차 모국을 방문한 그는 ‘4자 협력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 제주도와 전남도를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양 본부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석·박사 과정을 전공한 뒤 1996년 미국으로 건너가 벨 연구소 등에서 30년 동안 연구개발 활동을 한 과학기술자이자 사업가다. 2015년 재미한인혁신기술기업인협회(KITEE)를 설립해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그동안 쌓아 온 현지 경험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KITEE와 미주한상총연을 통해 10여 년째 한국 중소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양 본부장은 “이제 미국 지방정부는 단순한 ‘조력자’나 ‘구매자’가 아니라 기업 유치의 직접 당사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뉴저지주 정부를 비롯한 미국 대부분의 주가 외국 기업을 위한 투자펀드와 세제 혜택 제도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특히 자체 역량으로 산업을 다 감당할 수 없는 지방정부들이 ‘차별화된 기술이나 역량을 가진 외국 기업’을 찾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고 설명했다.
양 본부장은 이러한 변화를 한국 중소기업이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전남 지역의 식품기업 100곳이 집단으로 진출하면, 해당 주 정부는 단순한 환영 차원이 아니라 토지·세제·투자 인센티브를 패키지로 제공하게 됩니다. 개별기업보다 집단적 접근이 훨씬 강력한 협상력을 갖죠.”
그는 “한국 중소기업과 미국 지방정부 간의 관계는 ‘상호주의’ 원칙 위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지방정부가 일자리와 세수를 얻고, 한국 기업은 시장과 인프라를 얻는 ‘상생 구조’가 돼야 관계가 지속 가능하다고 했다.
양 본부장은 과거 재미한인경제인들의 역할이 단순 유통·연결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투자자이자 공동사업자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현지 한인 경제인들은 이제 한국 기업의 제품을 대신 팔아주는 게 아니라, 함께 발굴, 투자하고 성장시키는 파트너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변화가 양국 간 상생 비즈니스 모델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입니다.”
그는 또, 미국 시장에 적합한 한국 산업을 ‘미국의 시각에서’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주 한인 경제인들이 현지 사정을 가장 잘 압니다. 이들이 중심이 되어 미국 지방정부가 필요로 하는 산업과 기업을 찾아내고, 한국의 모태펀드나 지자체 펀드를 매칭 펀드로 연계하면 훨씬 강력한 지원 구조가 형성됩니다.”
양 본부장은 지난 4월 애틀랜타에서 열린 제23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중 열린 G2G(Government to Government) 포럼과 B2G(Business to Government) 포럼에서 미국 12개 주 정부 인사들을 초청해 주 정부 정책 소개, 1대1 미팅과 MOU 체결을 시도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는 “각종 정보를 활용한 미국 주 정부와 한국 지자체 간의 매칭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현지 한인 경제인들이 현지 시장 조사와 투자 연계 역할을 맡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양 본부장은 미주 한인 경제인 네트워크가 “이제 충분히 성숙 단계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수년 전만 해도 각 지역 상공회의소 간 교류가 많이 없었지만, 지금은 전미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과학기술자 단체, 전문직 협회까지 합류하면 한국 중소기업의 진출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인적 기반이 완성된다”고 했다.
양 본부장은 내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중소기업중앙회와 미주한상총연이 공동 주최하는 한국 중소기업 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사전 준비와 사후 팔로업을 완벽하게 갖춘 실질적 성과 중심의 행사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전남도와 제주도를 시작으로 성공 모델을 만들어 다른 지자체로 확산시키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작게라도 성공하면 하나의 모델이 되어 다른 지자체도 따라올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생태계 구축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양 본부장은 ‘4자 협력 모델’이 빠르게 궤도에 오르려면 중소기업벤처부 등 관련 부처 및 기관들이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해외 한인 단체들에 대한 재정 지원과 정보 공유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양 본부장은 “현재 아프리카 가나에서 120만 평 규모의 스마트 복합산업단지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빌라세스티라는 회사를 통해 추진되며, 양 본부장 등 3명의 공동창업자가 이익의 80%를 기부하기로 합의해 공익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 과기정통부, 국토부 산하 기관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내년 말 착공 예정이다. 그는 “가나와 미국에서 성공한 한인 기업인과 한국 정부, 기업들과 협력해 한국, 가나, 미국을 연결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본부장은 “이 사업에서도 아프리카 시장에 적합한 상품, 기술을 가진 한국 중소기업 200여개를 발굴해 집단으로 빌라세스티 산업단지로 진출시켜 가나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아프리카 시장을 겨냥하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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