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앞에 좀 보세요!”.. 크루즈 컨틀롤 믿었다가, 그대로 고속도로 소방차 ‘쾅’

“제발 앞에 좀 보세요!”.. 크루즈 컨틀롤 믿었다가, 그대로 고속도로 소방차 ‘쾅’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수습하던 소방차를 향해 달리던 전기차가 그대로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차량은 ‘스마트 크루즈(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작동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다가 소방차를 들이받은 차량 //사진=JTBC, 강원소방본부, 도로공사 강원본부

지난 24일 강원 지역 한 고속도로 터널 구간에서 BMW 승용차의 뒷바퀴가 빠지며 벽면에 충돌하는 단독 사고가 먼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펌프차는 1차로에 정차해 경광등을 켠 채 사고 현장을 수습 중이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약 12분 뒤, 뒤따르던 EV6 전기차가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소방차 후미를 강하게 들이받았다. 충돌 직후 불꽃이 튀었고, 전기차와 소방차 모두 불이 꺼진 채 멈춰 섰다. 충격으로 약 5톤에 달하는 소방차가 앞으로 밀리며 소방관 두 명이 급히 대피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싼타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유지 보조 작동 버튼 /사진=오토트리뷴 DB

이 사고로 EV6 운전자 A씨(20대)가 다리를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사고 당시 스마트 크루즈 기능을 사용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자율주행 보조 모드를 켜놓았다고 진술했지만, 당시 주행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다가 소방차를 들이받은 차량 /사진=JTBC, 강원소방본부, 도로공사 강원본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운전자의 과신이 부른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운전자 보조 기능일 뿐,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이 아니다. 완전한 자율 주행이 아니기 때문에 운전자가 전방 주시를 게을리하면 졸음운전만큼 위험하다.”고 말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다가 소방차를 들이받은 차량 /사진=JTBC, 강원소방본부, 도로공사 강원본부

실제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고속도로에서 ACC 기능을 사용하다 발생한 사고는 28건, 사망자는 21명에 달한다. 대부분의 사고는 운전자가 전방 주시를 하지 않은 채 시스템에 의존하다 충돌로 이어졌다.

아카디아 슈퍼크루즈 작동 장면 /사진=GMC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4단계(레벨 4)가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수적”이라며 “스마트 크루즈 기능을 ‘자동 운전’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아직 한국은 자율주행 4단계 차량이 전혀 없기 때문에 똑바로 전방 주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과 차량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당시 주행 속도와 시스템 작동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양봉수 기자 bbongs142@autotribune.co.kr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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