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강호’ 양구고, 민·관·학 3박자 지원 속 대기록 달성
초중고 연계로 기본기 탄탄…유학 가족 유입에 지역 활성화 효과도
(양구=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지난 22일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테니스 18세 이하 단체전 결승이 열린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 테니스장에서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시골 접경지역 학교인 강원 양구고등학교가 경북팀을 3대 2로 꺾고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얼핏 시골 학교의 파란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양구고는 이번 대회를 통해 전국체전 남자 테니스 단체전 6연패를 달성하며 강팀으로서의 맹위를 떨쳤다.
이번 대회를 통해 양구고 테니스부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전국체전 남자 고등부 금메달을 휩쓸며 대회 6연패를 달성했다.
이는 서울 마포고 테니스부가 2013∼2016년 최초로 세운 4연패를 재작년 뛰어넘은 뒤 다시 업적을 갱신한 것이다.
인구 2만1천400명의 작은 접경지역 안의 전교생 200명 규모 학교가 어떻게 남자 고등부 테니스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학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든든한 지원’과 ‘체계적 훈련’을 비결로 꼽았다.
먼저 양구고 테니스부에는 다른 학교들이 모두 부러워할 정도로 든든한 민·관·학 3박자 지원이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댐 지사는 매년 테니스부를 위해 수천만 원을, 올해는 7천500만원을 후원했고 한국수력원자력 화천수력발전소는 선수단을 위한 승합차를 지원했다.
양구군에서는 지도자들의 보수를, 양구교육지원청에서는 동·하계 강화 훈련 경비를 지원했다. 도 교육청은 교내 테니스장 경기운영실 리모델링에 20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학교와 학생들은 물품이나 대회 경비 등 돈 걱정 없이 오롯이 훈련에만 몰두할 수 있다.
초·중·고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선수층과 체계적인 훈련도 강팀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먼저 양구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테니스에 흥미를 붙이며 즐겁게 운동하다 양구중학교로 진학하면 다시 기본기부터 탄탄하게 훈련을 시작한다.
양구중·고는 같은 장소에서 훈련하기에 후배들은 자연스럽게 선배들의 장점을 배우고, 선배들도 동생들에게 정성 어린 조언을 건네는 등 유대감과 애교심을 키우며 함께 성장한다.
13년째 양구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정기훈 감독은 26일 “강한 훈련을 열심히 따라와 주는 선수들의 노력이 성적의 비결”이라며 “김근준(세종시청), 추석현(안동시청) 등 양구고 출신 선수들이 현재 성인이 돼 한국 테니스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양구고 테니스부 창단 멤버다. 애향심, 애교심에 선수들을 향한 사랑까지 갖췄다고 주위에서 말한다.
김성수 양구고 교장은 “6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우리 학생들이 양구가 테니스의 메카란 것을 입증했다”며 “그동안 고생한 선수들과 교직원, 학부모를 비롯해 선수단을 지원하고 응원해준 지역사회 및 관계 기관 특히 K-water 소양강댐 지사와 한국수력원자력 화천수력발전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양구고의 테니스 실력은 지역경제에도 작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멀리는 제주도에서부터 김해, 광주,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학생들이 테니스를 배우기 위해 양구로 전입하기 때문이다.
양구고로 전학하기 위해서는 가족이 함께 이사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인구 유입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효과를 노리며 양구군도 스포츠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이제 양구고는 스스로 달성한 전국체전 6연패 기록을 뛰어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정 감독은 “많은 관심과 응원에 감사하며 7연패, 8연패를 향해 더욱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yangd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