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부터 두산아트센터서 10주년 공연…”베테랑 배우 함께해 기뻐”
토니상서 극본상·작사작곡상 수상…”뮤지컬 작가는 특권 같은 일”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저는 한국에 머물며 개인적으로 상당한 영감을 얻었습니다. 고대와 첨단의 독특한 조합은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다줘요.”
윌 애런슨은 올해 토니상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극본상과 작사작곡상 등을 받은 세계적인 뮤지컬 작가다.
그는 한국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각색한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2009년 초연)을 작곡한 것을 시작으로 ‘일 테노레'(2023), ‘고스트 베이커리'(2024) 등 줄곧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또한 애런슨에게 한국은 이른바 ‘윌휴 콤비’를 이뤄 다수의 작품을 함께한 파트너 박천휴 작가의 출신지이기도 하다. 2008년 뉴욕대에서 서로를 알게 된 두 사람은 2012년 ‘번지점프를 하다’를 작업한 것을 계기로 협업을 이어왔다.
그렇기에 애런슨은 한국이 영감의 원천이자 뛰어난 동료를 얻는 행운을 가져다준 곳이라고 말한다.
애런슨은 26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작가들은 언제나 뛰어난 동료와 신선한 이야기를 찾는다”며 “한국에서 일하면서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었기에 엄청난 행운을 누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30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하는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의 브로드웨이 공연이 지난 6월 토니상에서 작품상·연출상 등 6관왕에 오른 뒤 부쩍 늘어난 관심 속에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애런슨은 “분명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언제나 그랬듯 작품에만 집중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이 압박감을 잊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16년 초연 당시 출연한 클레어 역 전미도와 최수진, 올리버 역 김재범 등 작품 이해도가 높은 베테랑 배우들이 함께한다는 점을 반가워했다.
애런슨은 “공연을 오래도록 함께한 베테랑 배우가 자신의 역할을 다시 맡게 되어 기뻤다”며 “배우 각자가 지닌 독특한 매력을 다시 경험할 수 있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는 로봇 클레어와 올리버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의 공동 창작자인 애런슨과 박천휴는 ‘왜 인간은 상처받으면서도 누군가를 좋아하려 할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해 외로움과 사랑, 그에 따른 상실의 감정을 작품에 담았다.
지난 10년간의 공연을 통해 애런슨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출발점이 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을까.
“사랑은 인간이 지닌 본성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가슴 아픈 순간과 상실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간은 서로를 사랑하죠. 저는 아직 궁금증에 대한 명쾌한 답을 떠올리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그 본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게 됐어요.”
애런슨은 토니상 수상 이후 바빠진 일정을 소화하는 동시에 ‘일 테노레’의 영어 공연 등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에게 토니상이라는 영광을 안겨준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도 어느덧 개막 1주년을 맞이했다.
그는 “브로드웨이 공연은 그동안 제작한 모든 공연을 통틀어 가장 오래 이어지고 있는 공연”이라며 “토니상 수상 이후로도 작품을 이어가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영감을 얻고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시도도 계속하고 있다. 애런슨은 뮤지컬 작가로 일하는 과정이 고되고 때로 좌절을 안겨주지만, 그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작가로 일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고되고, 때로 좌절을 안겨주죠. 동시에 신기하고, 흥분을 안겨주는 특권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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