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무대로, 혼돈을 예술로”
25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은 일시적으로 불길이 터지고, 지면이 흔들리고, 관객들의 함성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꿈틀거렸다. 현실의 경계를 넘은 듯 했다 .
그 중심에 선 남자 -바로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35)이다. 그는 단순한 래퍼 그 이상이다.
그는 무대 위에서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세계를 ‘건축하는’ 사람이었다.
“한국은 오늘 처음 방문했는데 정말 아름답고 엄청난 나라다. 이 공연을 어제부터 꿈꿔왔다.”
— CIRCUS MAXIMUS in Korea, 2025.10.25.
그의 공연은 힙합이 아니라 ‘체험’이다. ‘CIRCUS MAXIMUS 투어’는 음악과 구조물, 조명, 군중의 에너지가 혼합된 일종의 종합예술로 기능했다.
트래비스는 이 모든 것을 ‘설계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나는 늘 구조 디자인과 공학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다. 언제나 궁극적인 문제 해결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 GQ ‘Men of the Year’ 인터뷰 (2023)
1992년 미국 텍사스 휴스턴 근교에서 태어난 본명 자크 웹스터 2세(Jacques Webster II)인 트래비스 스콧은 음악보다 ‘소리의 질감’에 먼저 매료됐다고 밝힌다. 그는 카니예 웨스트의 광기, 킷 커디의 감정, 티아이의 리듬을 하나로 섞으며 독자적인 트랩 사운드를 만들었다.
2015년 앨범 Rodeo, 2018년 Astroworld를 거치며 스콧은 완벽히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음악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환상의 재현’이다. 사운드는 거칠지만, 그 안엔 꿈의 설계도가 숨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전은 돈으로 살 수 없고, 미학 역시 돈으로 살 수 없다.”
— BrainyQuote 인터뷰 중
그의 앨범에는 공통적으로 도시적 불안, 환각적 리얼리티, 그리고 신화적 자신감이 녹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ICKO MODE’의 다중 구조적 비트 전환은 단순한 음악적 실험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가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문” 같은 장치였다.
패션, 미술, 영상, 무대 설계까지
그는 ‘브랜드’보다 ‘비전’을 판다
트래비스는 단순히 아티스트가 아니다. 그는 ‘Cactus Jack’ 레이블의 창립자이자 예술 기획자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목소리와 기회를 주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놀랍고 감동스럽다.
나는 단지 내가 믿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며, 멋진 것을 만들어내려 한다.”
— XXL 매거진 인터뷰
Cactus Jack은 단순한 레이블이 아니라, “차세대 크리에이터들의 실험실”이다.
그가 직접 발굴한 돈 톨리버(Don Toliver), 셰크 웨스(Sheck Wes) 등은 이 실험실에서 탄생했다.
그는 자신을 ‘뮤지션’보다 ‘시스템 디자이너’로 여긴다.
2021년 군중 압사사고
4년 뒤 바뀐 그의 예술
그런데 2021년, 트래비스 스콧의 이름은 다른 의미로 세상에 각인됐다.
그가 주최한 ‘Astroworld Festival’에서 발생한 군중 압사 사고는 10명의 사망자를 남겼다.
그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 일을 항상 떠올린다. 그 팬들은 내 가족 같았다.”
— Billboard 인터뷰 (2023)
그 사건은 그에게 무대의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그의 공연은 이전보다 구조적으로 더 정교해졌고, 관객 안전에 대한 메시지도 분명해졌다.
‘CIRCUS MAXIMUS’의 첫 무대 인사는 전과는 달랐다.
“여러분이 안전하게 놀 수 있게 만든 무대예요.”
이 한마디에 그가 지난 4년간 무엇을 배웠는지가 담겨 있었다.
트래비스 스콧의 음악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그는 ‘현실을 지우는 예술가’다.
그가 만드는 사운드의 핵심은 ‘몰입’이다 —
“공간, 사람, 불빛, 몸, 모두가 하나의 진동이 되는 순간.”
“나는 그저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여기에 있을 뿐이야.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해.”
— BrainyQuote 수록 발언
그의 예술은 파괴적이지만, 동시에 치유적이다.
트래비스 스콧은 혼돈을 예술로, 불안을 환상으로 변환시킨다.
트래비스 스콧은 단지 힙합 아티스트가 아니다.
그는 현대 대중음악의 미학적 건축가다.
그의 무대는 혼돈의 도시처럼, 그의 음악은 몽환의 사운드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의 설계도’를 그려나가는 과정이다.
그는 여전히 말한다.
“내가 만드는 건 음악이 아니라 경험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사람들을 다시 꿈꾸게 만든다면, 그게 내 존재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