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전남 순천 한 마을에서 발생한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중형이 확정됐던 부녀(父女)에 대한 재심 선고 재판이 이달 28일 열린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핵심 쟁점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 지, 부녀가 15년 만에 누명을 벗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광주고법에 따르면 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 부장판사)는 오는 28일 살인·존속살해 혐의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 형이 확정됐던 백모(75)씨와 백씨의 딸(41)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을 연다.
백씨 부녀는 서로 공모해 2009년 7월6일 순천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청산염)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 최모(당시 59세)씨와 최씨의 지인에게 마시게 해 2명을 숨지게 하고, 함께 마신 주민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던 백씨 부녀가 갈등 관계였던 아내이자 친모인 최씨를 살해했다고 봤다.
1심은 숨진 최씨가 남편과 딸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 범행에 사용한 청산가리·막걸리의 구입 경위가 명확하지 않은 점, 백씨 부녀의 자백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백씨 부녀와 최씨의 갈등을 살인 동기로 볼 수 있고, 범행 내용·역할 분담에 대한 진술이 일치한다고 봤다. 또 정신 감정·지적 능력 등으로 미뤄 자백 진술에 대한 임의성, 합리성이 인정된다며 원심을 깨고 중형을 선고했다.
아버지 백씨에게는 무기징역이, 딸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됐고 대법원은 2012년 3월 2심 선고대로 이들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다.
그러나 범행에 쓰였다는 막걸리 구입 경위가 불확실한 점, 청산가리 입수 시기·경위와 법의학 감정 결과가 명확히 일치하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유죄 확정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랐다.
특히 사건 당시 글을 쓰는 데 서툴거나 경계성 지능이 의심되는 백씨 부녀를 상대로 검찰이 ‘짜맞추기’식 강압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진술 녹화 영상에서 백씨 부녀가 소극적이거나 어눌하게 진술하는 태도인 반면, 검찰 작성 조서는 구체적으로 기재돼 의혹을 키웠다.
백씨 부녀는 유죄 확정 10년여 만인 2022년 재심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 재심 개시를 최종 결정했다. 재심 결정 이유는 ‘피의자 신문 위법성이 있을 수 있고, 새로운 무죄 증거가 제시됐다’ 등이었다.
이후 지난 10개월 간 펼쳐진 재심 재판에서는 당시 강압 수사 의혹의 중심에 선 검사·수사관, 백씨 부녀의 친인척, 심리분석·법의학 전문가 등 11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백씨의 법률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별도 실험 결과를 들어 국과수 감정 결과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범행에 쓰인 청산가리의 용량과 막걸리 투여 시점 등이 공소사실과는 다르다는 취지였다.
이에 검찰은 재구성 실험 당시 조건, 청산염의 색 변화에 영향을 미칠 조건 등이 다를 수 있다며 맞섰다.
박 변호사는 증인 심문 과정에서 강압·회유 수사 의혹을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검사·수사관들은 대체로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술서 예문을 보여주거나 불러주지는 않았다’ ‘몰고가거나 표적 수사한 것은 아니다’ 등의 진술로 백씨 부녀 측 주장에 적극 반박했다.
최후 변론에서도 법정 진실 공방은 팽팽했다.
재심 검사는 “백씨 부녀가 조사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진술할 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녹화영상 몇몇 장면 만으로 진술의 임의성을 뒤집을 수는 없어 보인다. 수사부터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 조력도 충분히 받아 진술 신빙성도 입증됐다”며 확정 판결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백씨 부녀 측 박 변호사는 “아버지 백씨는 글을 제대로 쓰거나 읽기 어렵고 딸 백씨는 경계성 지능에 해당한다. (자백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검사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제출된 다른 증거들도 공소사실의 모순과 함께 살펴봐야 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한편 백씨 부녀는 형 집행정지 출소 상태에서 재심 재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