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코미디가 왜 통했나? 이규형 “‘보스’의 정답은 케미였다” [영화人]

명절 코미디가 왜 통했나? 이규형 “‘보스’의 정답은 케미였다” [영화人]

올 추석, 웃음이 귀한 극장가에서 231만 관객을 넘긴 영화 ‘보스’가 예기치 못한 복병으로 떠올랐다. 가족 단위 관객의 선택을 받은 명절 코미디의 부활이다. 조직의 미래가 걸린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치열하게 ‘양보’하는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린 코믹 액션 ‘보스’에서, 배우 이규형은 중국집 ‘미미루’ 배달원으로 잠입한 언더커버 경찰 ‘태규’로 분했다.



추석 연휴 내내 무대 인사를 돌았다는 그는 관객의 반응을 숫자로 체감했다. “그 기간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고 이백만이 넘는… 요즘 영화 시장이 너무 어려운데도 저희 같은 코미디 작품이 이렇게 돼서 너무 기분이 좋고 감사해요.” 코미디 장르가 명절에 통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보스’가 남긴 성과는 단순한 운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이규형은 “배우들 간의 돈독한 관계가 스크린 안에서도 앙상블로 잘 잡힌 것 같아요. 혼자 했으면 민망했을 신들이 동료들의 리액션과 나레이션으로 맛깔나게 살았어요.”라며 ‘보스’ 흥행의 이유를 ‘케미’로 꼽았다.

‘태규’는 범죄 현장을 잡기 위해 정보를 빼돌려 급습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경찰로의 복귀는커녕 배달통을 멘 채 작전과 생계를 동시에 굴리는 언더커버 경찰이다. 설정만 놓고 보면 장르적 관습이 익숙하지만, ‘보스’의 질감은 배우들의 합에서 달라졌다. 이규형은 조우진의 나른한 톤의 나레이션, 정경호의 즉각적인 리액션, 현장에서 더해진 자잘한 상황 아이디어들이 “신을 살리는 양념”이 됐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언더커버 정체가 ‘밝혀지는’ 지점에서 우진이 형의 나레이션이 깔리고, 제가 허당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몽타주마다 정경호가 ‘이 새끼 멋진데’ 같은 반응을 정확히 쏘아주거든요. 그런 합이 있어야 코미디가 산다고 느꼈어요.”

코미디 촬영장의 공기도 결과에 직결됐다. “특히 이런 작품은 무거워지는 순간 웃겨야 되는데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잘하던 것도 못 하게 돼요. 모두가 현장 분위기를 유쾌하게 가져가려고 했고, 후반부의 대규모 난투전 장면에서는 세트 안 산소가 희박해질 정도로 모두가 으샤으샤 버텼죠.” 현장 전체의 에너지가 곧 코믹 연기의 리듬으로 이어진 셈이다.

‘보스’의 코믹 액션은 ‘주먹’보다 ‘소품’에서 재미를 뽑아냈다. 특히 ‘태규’가 마약에 취해 천장 샹들리에에 매달리는 장면은 관객의 폭소를 이끌어낸 즉흥의 산물이었다. “촬영장에 가보니 써먹을 것들이 보였어요. 액션에서 전혀 안 쓸 것 같은 것들을 쓰면 장르적으로 어울리겠다는 판단이었죠. 옛날 성룡 영화에서 보면 주변의 소품과 지형을 이용한 액션이 시선을 끌었잖아요. 현장에 가니까 책장과 책이 있어서 우진이 형이 그걸 활용했고, 저는 샹들리에가 있어서 무술팀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짜낸 합이에요.” 장르적 본질을 잃지 않으려는 고민이 웃음과 긴장의 리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규형에게 ‘태규’는 익숙함과 도전이 동시에 걸린 캐릭터였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한양이를 떠올리게 하는 마약에 취한 연기 때문에 망설임이 컸다고 털어놨다. “배우라면 누구나 전작의 색채를 지우고 싶어하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처음엔 덜 과하고 더 진지하게 준비했죠. 그런데 감독님이 믿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또 지환이 형이 제가 뭘 해도 바로바로 리액션을 해주고 대사를 받아쳐주니까 어색할 틈 없이 재미가 생기더라고요. 오달수 선배님도 멘트로 메꿔주셔서 혼자였으면 적막했을 신이 앙상블로 살아났죠.”

영화 홍보 과정에서 예능 ‘마이턴’에 출연해 큰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정신없이 찍었지만, 작가·PD님들의 편집이 웃음을 완성했어요. 포맷도 모르고 갔고 대본도 전날 나와서 이게 뭔가 했는데 상황이 몰아가더라고요. 정신 차려 보니 추성훈 선수한테 로우킥을 맞고 있었어요. 며칠을 욱신거릴 정도로 아팠죠. 그런데 그걸 절묘하게 붙여서 관객이 즐길 포인트로 만들어내더라고요.” 즉흥과 편집의 합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코미디였다.

데뷔 25년 차의 이규형이지만 그의 연기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고. 매니지먼트 오판으로 2년의 공백을 겪던 시기, 전환점은 뜻밖의 타이밍에 찾아왔다. “1월 1일에 ‘도깨비’ 악역으로 잠깐 출연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애청자였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그걸 찍자마자 ‘비밀의 숲’ 오디션이 잡혀 합격했고, 이어서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연결됐어요.” 그는 “배우는 거절당하는 일이 너무 많아요. 일이 없을 시기도 많은데 멘탈 관리가 제일 중요해요. 힘든 시기 뒤에 반짝하는 때가 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쉬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는 주저 없이 ‘라이브’를 꼽았다. “무대의 카타르시스는 중독적이에요. 저한테 그보다 강한 도파민은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창작 초연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를 준비 중이며, ‘팬레터’ 10주년 기념 공연과 ‘빨래’ 20주년 콘서트에도 선다. K-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거둔 성과를 언급하며 “한국 창작 뮤지컬이 역수출되는 시대”의 현장성을 체감한다고 했다. “우리가 뉴욕·런던에서 공연을 보듯, 외국인들이 ‘서울 가면 코리안 뮤지컬 한 편’을 자연스럽게 찾는 날이 오길 바라요.”

이규형이 출연한 영화 ‘보스’는 지금 극장에서 절찬 상영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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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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