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 때 일이다. 올해 추석 연휴는 유난히 길어 기분 좋은 설렘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연휴 초반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 우리 강아지 감자가 구토를 심하게 하고 사료를 전혀 먹지 않았다. 결국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 24시 동물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다 했던 것 같다. 감자는 링거를 맞으며 하루 입원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담당 수의사는 초음파 검사에서 선형의 물질이 보인다고 했다. 실이나 끈 같은 무언가를 감자가 삼킨 듯했다. 문제는 이런 선형 이물의 경우 수술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장기를 감아 손상시킬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염증 수치도 계속 치솟고 있었기에, 수술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감자는 사료를 전혀 먹지 못한 상태라 수액으로 버티며 기운을 조금 회복한 뒤, 저녁에 수술이 진행되었다. 기력이 없어서 큰 수술을 잘 버텨낼지 걱정이 컸다. 최악의 경우 수술 중 사망하거나 패혈증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위험천만한 수술이 시작되었다.
두 시간이 지나서야, 다행히 감자는 마취에서 잘 깨어났다. 하지만 1차 고비는 넘겼지만 염증이 잡혀야 했고, 췌장 상태도 여전히 좋지 않았다. 병원에서의 두 번째 밤이 그렇게 저물었다. 다음 날부터는 염증 수치도, 췌장 상태도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
입원 3일 차까지의 비용은 370만 원. 이후 3일간의 추가 입원비 200만 원을 포함하면 중간 정산만으로도 50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처음엔 감자의 생명을 지키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한고비를 넘기고 나니 문득 정신이 들었다.
“이 검사가 꼭 필요한가요?” “선택 가능한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그때 이런 질문을 한 번이라도 던졌다면, 불필요한 검사 몇 가지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진료비 견적서도 미리 요구할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는 반려동물이 아플 때 대략의 병원비를 예측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감자는 정식 입양한 게 아니라 6개월째 임시 보호 중인 상황이었다. 펫 보험도 들어있지 않았다. 보험이 있었다면 병원비 부담이 조금은 덜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이번 일을 겪으며 나는 감자를 정식으로 입양하고 끝까지 책임지기로 마음먹었다. 평균 수명이 고작 10~15년인 강아지인데, 이렇게 큰 수술을 받게 해서 미안할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아프면 ‘짐승에게 몇백만 원씩 쓰냐’며 유기하거나 안락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나 역시 가까운 지인에게 감자의 안락사를 권유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는 이미 150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가구의 25.4%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의미다. 그들은 이제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자 소중한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일상 속에서 그들은 조건 없이 곁을 내어주며, 매 순간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조금 더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그들과 동행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녹록지 않은 우리 삶의 여정 가운데, 시냇가에 심겨 잎이 청청하여 결실이 끊이지 않는 나무처럼 반려동물들은 우리에게 위로와 교훈, 그리고 사랑을 끊임없이 건네고 있다. 이 소중한 생명들이 그 가치와 권리를 조금 더 인정받으며 보호받을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