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자금 세탁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 받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趙長鵬)을 사면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수개월간 노력한 끝에 사면이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자오 등에 대한 정치적 박해 주장에 공감한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이번 조치를 부패행위라고 주장한다”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암호화폐 전쟁으로 기소된 자오를 사면해 헌법적 권한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바이든 행정부의 암호화폐와의 전쟁은 끝났다”고 덧붙였다.
자오는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의 사면과 공정성, 혁신, 정의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지지해 주신 트럼프 대통령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면으로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2023년 미국 자금세탁방지 요건 위반 혐의로 유죄를 인정하고 미국에서의 운영이 금지된 후 미국으로 복귀할 길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WSJ은 전했다.
이 회사는 관련 혐의로 4개월 형을 복역하고 2024년 9월 출소한 자오의 사면을 추진하는데 거의 1년을 투자했다. WSJ은 올해 초 이 회사가 로비스트 체스 맥도웰을 고용해 사면 추진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바이낸스는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암호화폐 회사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의 주요 후원자가 되어 트럼프의 개인 재산을 엄청나게 증가시켰다고 WSJ은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법무부는 바이낸스에 43억 달러의 기록적인 벌금과 엄격한 감독 조치를 부과했다.
법무부는 바이낸스가 제재 대상 집단과 범죄 조직이 수십억 달러의 불법 자금을 세탁하는 등 자금 세탁 허브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면으로 바이낸스에 대한 법무부의 3년간 감독권도 조기 종료될 수도 있다. 감독권은 바이낸스가 미국 금융범죄법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WSJ은 올해 초 바이낸스가 지난해 트럼프 측근들에게 처음 접촉해 회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계획의 일환으로 트럼프 가족과 사업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가족 측은 바이낸스 미국 지사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자오는 사면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로비스트들을 고용했다.
‘월드 리버티’는 지난해 부동산 포트폴리오보다 훨씬 더 많은 수입을 가져다주었다.
바이낸스는 월드 리버티(World Liberty)의 달러 연동 암호화폐인 USD1의 성장을 주도해 왔다.
바이낸스는 올봄 외부 투자자로부터 USD1로 지급된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으면서 월드 리버티의 첫 번째 큰 도약을 이루었다. 바이낸스는 또한 자사가 관리하는 플랫폼 전반에서 USD1 거래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자오는 월드 리버티의 공동 창립자인 잭 위트코프와 친구이며 그의 아버지 스티브 위트코프는 트럼프의 중동 특사다.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 거주하는 자오는 2017년 바이낸스를 설립해 전 세계 약 3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지난해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인정하고 4개월간 복역했다.
당시 검찰은 자오의 감독하에 바이낸스가 실행한 불법 거래가 “미국 국가 안보에 중대한 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3월에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멕스 공동 창업자 아서 헤이즈를 사면했다.
바이낸스는 올해 엄청난 상승세를 보여 BNB 토큰은 약 80%나 급등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테이블코인 테더에 이어 시가총액 기준 4위 암호화폐가 됐다.
그러나 자오의 범죄 기록 때문에 바이낸스의 사업 거래에 걸림돌이 됐고 전 세계적으로 규제 허가 신청과 은행 계좌 개설을 복잡하게 만들어 자오는 사면을 적극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