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종이문서만 원본 효력’은 절차 관련 얘기…복사·스캔 금지 뜻 아냐”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은 영장없는 압수수색 같은 적법절차·증거능력 문제”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해 22일 “대법원이 종이 기록이 아닌 전자 기록을 읽어 판결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종이·전자 기록의 법적 효력 차이가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종이 기록만이 합법적이며 위법수집증거 정책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형사재판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판결할 때는 무죄 판결해야 한다”며 “전자 증거만으로는 무효인 판결이 된다”고 밝혔다.
전 의원 주장은 이달 시행된 형사전자소송 관련 법규와 지침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간 공소장이나 판결문 등 형사소송에 필요한 서류는 종이로 작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재판이 진행됐으나 최근 형사전자소송이 도입됨에 따라 전자문서를 활용한 형사재판도 점차 확산하고 있다.
민사는 전자소송이 일찍 도입됐으나 형사는 수사기관과의 연계나 현실적 여건 미비로 2021년에야 전자소송이 가능하도록 법률이 제정됐고 유예기간을 거쳐 이달 10일 시행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 심리 기간이 이례적으로 짧았다며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전체 기록을 모두 검토했느냐는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과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대법관들이 형사기록 전자 스캔으로 기록을 봤다고 언급했는데, 대법원이 이 대통령 사건을 심리한 시기는 형사전자소송이 시행되기 전이므로 기록을 전자문서로 열람한 것은 위법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종이 문서만이 원본 기록으로서 효력이 있다’는 것은 공판기록이나 증거기록, 서면접수 같은 절차 진행이 종이 기록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종이 기록의 복사나 스캔, 전자적 사본 생성이 금지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실제 법관들이 기록을 검토할 때는 종이 기록을 복사해 사본으로 검토하거나, 시스템에 저장된 원심판결문이나 증인신문조서 파일을 열람해 출력본으로 보기도 한다. 출력하지 않고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방법도 가능하다.
법관들이 기록을 검토하기 위해서 집이나 사무실, 스마트워크센터로 옮겨 다닐 때 매번 종이를 이고 지고 다녀야 하는 건 아니란 얘기다. 과거 대법관들이 퇴근할 때 ‘보자기’에 싼 두툼한 기록 뭉치를 들고 가던 모습은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옛이야기’가 된 것이다.
특히 법원은 형사전자소송법 제정 이전이라도 재판 절차 효율화, 소송관계인 편익, 특히 합의부에서는 기록의 물리적 이동을 최소화하고 법관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접속해 기록을 검토할 수 있도록 ‘형사기록의 전자사본화’를 추진해 전국 법원으로 확대해왔다.
전 의원은 또 ‘형사소송에서의 전자사본문서 이용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을 들어 대법관들이 검토한 전자기록이 무효라고도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해당 규정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지침 3조 4항은 ‘전자사본화 명령 사건이 시범 시행 법원이 아닌 법원으로 이송된 경우 전자사본화 명령은 취소한 것으로 본다’고 정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예산 사정이나 준비 여건 부족 등으로 이송받은 법원에서 앞으로 생성되는 종이기록을 의무적으로 전자사본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기존에 사본화된 기록은 여전히 열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자사본화 여력이 없는 법원이 구태여 기존 명령에 따라 사건기록을 전자사본화할 필요가 없다는 조항에 불과한 것이지, 이미 사본화된 기록을 버리거나 보지 말라는 게 아니란 뜻이다.
아울러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이란 형사사건에서 적법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예컨대 영장 없는 압수수색으로 얻은 자료처럼 영장주의 위반, 불법 협박·강요로 얻어낸 임의성 없는 자백 등 피의자 신문 때의 위법 등이 해당한다.
이는 증거재판주의와 관련이 있다. 형사재판에서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한다. 범죄를 구성하는 공소사실이 법률이 자격을 인정한 증거(증거능력이 있는 증거)에 의해 법률이 규정한 증거조사방법에 따라 증명(엄격한 증명)돼야 처벌할 수 있다. 결국 증거가 문제 되면 기소 혐의사실이 흔들리게 된다.
아울러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은 법관이 기록을 원본 또는 사본으로 검토해 판결을 작성했는지와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법조계는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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