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는 ‘케데헌’, 스크린은 ‘킹오킹’… K감성, 전 세계 사로잡다

OTT는 ‘케데헌’, 스크린은 ‘킹오킹’… K감성, 전 세계 사로잡다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K감성’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현)는 현재 누적 1억 610만 뷰를 돌파해 공개 5주 차에도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 부문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역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가운데 최단 기간 내 최고 흥행 기록을 경신 중인 ‘케데현’은 넷플릭스 전체 영화 부문 톱10 진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제작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킹오킹)는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6000만 달러(약 828억 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제치고 역대 한국 영화 중 북미 흥행 1위에 등극했다. 장르도 표현 방식도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K’라는 감성과 미학을 내면에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왼쪽)와 ‘킹 오브 킹스’ 포스터(사진=넷플릭스·모팩 스튜디오)

◇K팝과 판타지의 융합, 정서의 깊이로 승부

K팝 걸그룹이자 동시에 악마 사냥꾼이라는 독특한 설정의 ‘케데현’은 화려한 퍼포먼스와 동양 오컬트 세계관을 결합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작품 속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오리지널 곡 ‘골든’은 국내 양대 음원차트 멜론·지니 1위를 석권하고,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는 4위까지 올라섰다. 이는 ‘겨울왕국’의 ‘렛 잇 고’(최고 5위)를 넘어선 것이다.

또 ‘골든’을 포함한 총 8곡이 핫100에 이름을 올렸고, 영국 오피셜 차트 톱100에도 3곡이 진입했다. 스포티파이 미국 차트와 유튜브 뮤직 글로벌 주간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가상의 음악이 현실 음원 시장을 강타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음악, 스토리, 캐릭터 세계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한국 무속신앙의 ‘혼문’(魂門) 개념을 모티브로 한 서사도 눈길을 끈다. 한국 고유의 정신세계를 글로벌 판타지 문법에 정교하게 녹여냈다는 평가다. 여기에 전통 미술에서 차용한 색채와 무대 연출이 더해지며 높은 시각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킹오킹’은 예수의 생애를 한 소년의 상상 속 여정으로 재구성한 종교 애니메이션이다. 한국의 모팩 스튜디오가 제작을, 미국 엔젤 스튜디오가 배급을 맡아 북미 가족 관객등를 대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화려한 액션보다는 절제된 감정과 여백의 미를 통해 신앙의 내면을 조명한 작품이다. 서구 종교 서사를 한국적 미장센과 기술력으로 구현해내 문화적 거리감을 좁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사진=넷플릭스)

◇K의 확장성, 장르 아닌 감성으로 작동

두 작품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시장에 접근했지만 성과는 놀랍도록 닮았다. ‘케데헌’은 Z세대를 겨냥한 하이브리드 팝 서사로, ‘킹 오브 킹스’는 가족 관객과 종교 공동체를 겨냥한 정통적 서사로 각각 대중 감수성을 정조준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두 작품 모두 한국 창작자 특유의 정서적 섬세함과 미학적 감각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케데헌’은 K팝이라는 산업의 문화적 상징성을 서사 구조 안에 자연스럽게 통합하며 음악·스토리·캐릭터가 융합된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 가능성을 열었다. 반면 ‘킹오킹’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예술성과 기술력이 종교 콘텐츠라는 특수한 장르 안에서도 세계적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한국적 창작 감각이 글로벌 콘텐츠 환경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이제 ‘K’는 특정 국적이나 장르를 가리키는 기호가 아니라, 감정의 섬세함, 서사의 균형, 문화를 바라보는 태도를 담은 미학적 언어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의 대중은 단순히 국적이나 언어, 세대로 나뉘는 존재가 아니라, 취향과 정서를 따라 콘텐츠를 소비하며 전 세계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다양성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서사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의 한 장면(사진=모팩 스튜디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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