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동물유기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법적으로 유기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의가 모호하다보니 현장에서 대응하는 데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기가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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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권리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김도희 변호사는 24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동물권이 얘기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시민의 인식은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유기가 발생하고 있다”며 “법정 최고형을 벌금 600만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범죄 억제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 유기범 처벌 과정에서 김 변호사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대목은 유기라는 행위의 모호성이다. ‘어떤 것이 유기행위다’라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보니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계자들이 큰 혼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경찰이나 공무원이 동물 유기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 털이 다 빠져 있고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동물을 발견해도 밥그릇과 사료가 있으면 학대로 보지 않고 돌아가곤 한다”며 “어떤 것이 유기이고 학대인지 개념이 명확히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공공기관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출동 시 주거침입이나 재물손괴의 면책이 어디까지 인정될지 등이 정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동물 학대가 의심되는 곳으로부터 지자체가 동물을 구조해 격리해도 법률상 동물은 소유주의 재산으로 치부되기 때문에 일정 기간 이후 돌려줘야 한다”며 “동물보호법은 민법이라는 큰 체계 아래에 있어서 동물 학대의 재발 방지에 여러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보호자들의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병행해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입양 전 보호자에게 교육 이수를 의무화한 독일, 스위스처럼 우리나라도 동물 보호의 책임을 보다 무겁게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공개하면서 △반려동물 입양 전 교육 의무화 △찾아가는 동물사랑 배움학교 운영 확대 △초중고 교과 과정 동물복지 교육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기를 예방하기 위해 동물등록 의무도 모든 개를 대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끝으로 김도희 변호사는 “동물이 행복하지 않은 집에선 사람들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 유기뿐 아니라 개들의 생애 전반에 연결된 다른 악순환도 전체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동물의 행복할 권리에 대해서도 지역사회에서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