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 두산 감독이 20일 잠실구장 내 구단사무실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감독은 “싸워서 이기는 게 팬들을 기쁘게 하는 최고의 선물”이라며 승부욕을 드러냈다. 잠실ㅣ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싸워서 이기는 게 팬들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두산 베어스의 2025시즌은 험난했다. 2023년 부임한 이승엽 전 감독(49)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6월 2일 자진사퇴했다. 조성환 전 감독대행이 배턴을 이어받아 젊은 피 육성에 힘을 보탰지만, 최종 순위는 9위(61승6무77패)였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낙점된 김원형 신임 감독(53)은 2021년부터 3년간 SSG 랜더스 감독을 맡아 2022년 통합우승(정규시즌+한국시리즈(KS)), 2023년 정규시즌 3위의 성과를 냈던 사령탑이다.
두산에도 그 DNA를 이식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2+1년 최대 20억 원에 두산과 계약을 마친 20일 잠실구장에서 ‘스포츠동아’와 마주앉은 김 감독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김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았던 4년 전의 SSG와 지금의 두산은 묘하게 닮아있다. SSG는 2018년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를 제패한 뒤 2019년에는 정규시즌 2위로 포스트시즌(PS)에 진출했다. 그러나 2020년 9위(51승1무92패)에 그쳤다. 두산 역시 2023년 5위, 2024년 4위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지만, 올 시즌 9위로 추락했다.
무너진 팀을 재건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김 감독은 “마음가짐이 다르다. SSG는 전신인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내가 오랫동안 선수와 코치를 맡았던 팀이다”며 “그만큼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운용이 수월했던 측면도 있다. 초보 감독이다 보니 패기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그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2년간 코치 생활을 했지만, 두산은 내게 새로운 팀이다. 감독직을 경험하고 나니 그만큼 책임감도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김원형 두산 감독이 20일 잠실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감독은 “싸워서 이기는 게 팬들을 기쁘게 하는 최고의 선물”이라며 승부욕을 드러냈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사령탑으로서 첫 행보는 29일 시작하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훈련이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 많이 참가한다. 그 선수들은 두산의 미래다. 기본을 철저하게 다져야 미래가 밝다”며 강도 높은 훈련을 예고했다. 이어 “지옥훈련은 아니다”고 강조하며 “당연히 해야 하는 훈련이다. 스프링캠프와 마무리캠프는 엄밀히 다르다. 마무리캠프는 회복도 중요하지만 내년, 나아가 미래를 위해 필요한 부분을 다지는 시간이라 많은 훈련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19, 2020년 두산의 1군 투수코치를 맡아 2019년 팀 평균자책점(ERA) 2위(3.51)와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2020년에도 정규시즌 팀 ERA 1위(4.31)에 오르는 데 일조했다. 그때부터 두산에 매력을 느꼈던 포인트는 하나다. 두산이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한 색깔인 ‘허슬두 정신’이다. 그는 “두산의 정체성과 문화는 나와 잘 맞는 포인트였다”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 승부욕이 중요하다. 프로라면 정정당당하게 싸워 이기는 게 팬들을 기쁘게 하는 최고의 선물이다. 행복하고 즐거운 야구? 너무 좋다. 하지만 프로는 즐기기에 너무 치열한 무대”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성실한 훈련태도와 몸관리는 프로선수가 경기장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본 덕목이자 내 철학”이라며 “그래야만 주어진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두산만의 야구를 하려면 기본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훈련을 통해 만들어지는 자신감도 그 일부”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김원형 두산 감독이 20일 잠실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감독은 “싸워서 이기는 게 팬들을 기쁘게 하는 최고의 선물”이라며 승부욕을 드러냈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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