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확 달라졌다. 옷장 속 두꺼운 옷이 다시 꺼내지고, 거리의 나뭇잎은 노랗게 물들었다. 2025년도 어느덧 두 달 남짓 남아 책상 위 달력은 마지막 장을 향해 가고 있다.
대부분은 새해를 준비하며 달력을 새것으로 바꾸고, 다 쓴 달력은 그대로 버린다. 하지만 잠시만 멈춰서 그 달력을 자세히 보면 생각보다 쓸모가 많다. 단단한 종이 재질, 튼튼한 스프링, 두꺼운 뒤판까지 모두 재활용하기에 알맞은 구조다.
서랍 정리를 하다 보면 작은 물건이 흩어져 불편할 때가 많다. 그럴 때 버려진 달력 한 권이면 해결된다. 새 수납함을 사지 않아도, 올해 썼던 달력으로 정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조금만 손보면 달력은 서랍 칸막이, 보관함, 메모 패드로 새 역할을 한다. 쓰임이 끝난 듯 보이지만, 달력은 알고 보면 집 안 정리의 ‘숨은 도구’다. 버리기 전에 한 번만 더 손을 대면, 새것보다 더 유용해진다.
1. 남은 달력, 서랍 칸막이로 ‘재탄생’
달력 종이는 일반 인쇄용지보다 두껍고 탄탄하다. 원하는 크기로 자르기만 해도 훌륭한 칸막이가 된다. 넓은 서랍에는 세로와 가로로 교차되게 끼워 넣으면 칸이 생겨 작은 물건이 뒤섞이지 않는다. 지갑, 립밤, 건전지, 고무줄 같은 자잘한 물건을 깔끔하게 구분하기 좋다.
벽걸이형 달력은 특히 종이가 단단해 형태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A4 크기로 잘라 고무줄이나 테이프로 고정하면 간단히 정리 트레이를 만들 수 있다.
탁상용 달력은 받침대가 두꺼운 판으로 되어 있어 활용도가 더 높다. 받침대를 반으로 잘라 세워 넣으면 ‘서랍용 구분판’처럼 딱 맞는다. 서랍 깊이에 맞게 길이를 조정하면 흔들림도 없다. 별도 수납함을 사지 않아도 정리가 완성된다.
2. 표지 디자인 그대로 ‘미니 정리함’ 만들기
달력 표지는 대개 코팅 처리된 단단한 종이로 만들어진다. 표지만 오려내 네 귀퉁이를 접고 테이프로 고정하면 작지만 튼튼한 미니 정리함이 완성된다. 동전, 머리끈, 클립, 배터리처럼 작고 흩어지기 쉬운 물건을 담기 좋다.
표지의 인쇄 면이 눈에 거슬린다면 뒷면을 사용하면 된다. 흰색면을 위로 두면 미니멀한 느낌이 나고, 색지를 붙이거나 마스킹테이프로 테두리를 감싸면 인테리어 효과도 생긴다.
달력의 링이나 고리 부분도 유용하다. 그대로 두고 열쇠나 머리끈을 걸면 간이 고리 정리대가 된다. 서랍 안쪽에 걸어두면 작은 물건이 굴러다니지 않는다.
3. 남는 클리어 파일로 달력 ‘보관함’ 만들기
조금 더 실용적인 업그레이드를 원한다면, 클리어 파일을 잘라 달력 뒤에 붙이는 방법이 좋다. 탁상용 달력의 뒷면은 단단한 판 구조로 되어 있어 수납용으로 변신하기 쉽다. 여기에 다 쓴 클리어 파일을 잘라 붙이면 작은 문서나 영수증을 보관할 수 있는 보관함이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클리어 파일을 세로로 반 잘라 높이를 약 10~12cm 정도로 맞춘다. 그런 다음 달력 뒷면 하단에 투명테이프나 양면테이프로 붙인다. 파일 입구가 위를 향하도록 고정하면 끝이다. 한쪽에는 명함이나 쿠폰, 다른 한쪽에는 영수증을 꽂아두면 책상 위가 깔끔해진다.
큰 달력이라면 파일을 두 줄로 붙여도 좋다. 두 칸짜리 보관함이 완성돼 문서류를 구분하기 쉽다. 얇은 영수증이나 메모지를 넣어두면 달력에 메모 기능까지 더해진다. 색상이 다른 클리어 파일을 사용하면 보기에도 깔끔하다. 반투명 흰색은 사무실 분위기에 어울리고, 파스텔톤 파일은 집안 인테리어와 잘 어울린다.
이렇게 만든 달력 보관함은 가벼우면서도 실용적이다. 새로 구입한 수납용품보다 공간 차지가 적고, 무엇보다 달력의 단단한 판 덕분에 형태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