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두산의 선택은 KBO리그 역사상 유일무이한 ‘와이어 투 와이어’ 사령탑이었다. 김원형 전 SSG 랜더스 감독이 베어스 재건의 막중한 임무를 안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두산 구단은 20일 “제12대 감독으로 김원형 야구 국가대표팀 투수코치를 선임했다. 계약 규모는 2+1년 최대 20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각 5억원)이다”라고 발표했다.
김원형 감독은 두산 사령탑 발표가 난 직후 ‘엑스포츠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역 시절 두산은 라이벌 팀이었다. 항상 껄끄럽게 느꼈고, 두산 코치 시절에는 배운 것도 많았다”며 “두산에서 2년간 코치로 있으면서 왜 베어스가 강한지 알게 됐다. 두산의 문화를 기억하고 있다. 그때 좋았던 모습들과 문화를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 5월 이승엽 전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조성환 감독 대행 체재로 2025시즌 페넌트레이스를 마친 뒤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해왔다.
두산은 감독 후보자를 추린 뒤 사장과 단장이 직접 면접을 실시했다. 김원형 감독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고, 20일 구단주 공식 재가를 거쳐 선임이 완료됐다.
두산 구단은 “김원형 감독은 KBO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경력을 갖췄다. 투수 육성과 운영에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며 “젊은 선수들의 건강한 경쟁을 통해 우승 도전 전력을 구축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972년생인 김원형 감독은 1991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쌍방울 레이더스(2000년 해체)에 입단,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쌍방울이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로 재창단한 뒤에도 이적 없이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21시즌 통산 545경기에서 2171이닝 134승 144패 12홀드 26세이브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한 레전드 투수였다.
김원형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았다. SK 투수코치를 시작으로 롯데 자이언츠 1군 수석 및 투수코치(2016~2019), 두산 베어스 1군 투수코치(2019~2020)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9시즌에는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 1위를 이끌면서 팀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감독’ 김원형으로서의 행보도 성공적이었다. 2021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SK 감독으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SK 지휘봉을 잡은 직후 야구단이 신세계그룹에 매각, SSG로 바뀌게 되면서 SK의 마지막 감독이자 SSG 초대 사령탑을 맡게 됐다. 2021시즌 주축 선수들의 연쇄 부상 이탈 악재 속에서도 전년도 9위였던 팀을 6위까지 상승시켰고, 5할 승률 이상과 함께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날까지 5강 경쟁을 펼쳤다.
2022시즌에는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선수 시절 SK(2007~2008), 코치 시절 두산(2019)에 이어 감독으로서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2023시즌에도 SSG를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놓으며 2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NC에 3연패를 당한 뒤 탈락과 함께 세대교체 진행 등을 이유로 경질됐다.
김원형 감독은 현장을 떠나 있는 동안 자비를 들여 일본, 미국 연수를 다녀왔다. “더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게 쉼 없이 야구 공부에 몰두한 이유였다. 그 결과 2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을 수 있었다.
김원형 감독은 “프로는 어쨌든 좋은 결과를 내야만 팬들에게 응원받을 수 있다”며 “두산에 젊고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육성까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또 “마무리 캠프 기간 선수별 장단점을 파악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 두산은 저력이 있고, 끈끈한 야구를 해왔던 팀이다. 지금부터 잘 정비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1 형태의 계약기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는 입장이다. 두산 구단 역시 “+1년 옵션 발동 조건은 한국시리즈 진출이나 우승 등이 아니다”라며 “지도자 김원형이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원형 감독은 “계약조건에는 연연하지 않았다. 구단에서 원하는 쪽으로 이견 없이 계약을 마쳤다”고 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