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독시’ 원동연 대표 “이지혜는 왜 총을 들었냐면” [영화人]

‘전독시’ 원동연 대표 “이지혜는 왜 총을 들었냐면” [영화人]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을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블록버스터 시장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제작자다. 그는 ‘신과 함께’, ‘광해, 왕이 된 남자’, ‘미녀는 괴로워’ 등 굵직한 상업영화를 이끌어 온 베테랑이다. ‘전독시’는 웹소설 원작이라는 점, 방대한 세계관, 뜨거운 팬덤이라는 강점과 동시에 부담을 안고 시작한 프로젝트다. 원 대표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단지 투자자가 손해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라며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보통은 영화의 제작사 대표까지 인터뷰하지 않지만 ‘전독시’는 원작 팬들의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이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제작사 대표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원동연 대표는 “안 그래도 영화계 동료들이 ‘너 관종이냐? 왜 이렇게 인터뷰도 많이 하냐’고 하더라. ‘신과함께’에서도 도경수가 연기한 캐릭터 이름이 원동연이다. 주변에서는 ‘어떻게 네 이름을 배역 이름을 주고 그러냐’는 말도 하더라. 저는 관종은 아니다”라며 뜻하지 않게 자신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겸연쩍어 했다.

영화 ‘전독시’는 23일 개봉했다. 인터뷰를 한 날은 개봉 다음 날이었고, 원 대표는 “지금 초반 타점이 별로 안 좋다. 그리고 원작 팬들이 계속 공격을 하고 있어서 힘들지만 겪어야 할 일이다. 원작자님이 다 이해하고 새로운 해석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도 원작 팬들은 ‘안 그래도 작가님 힘든데 제작사가 이런 것도 시켰냐’고 원망하시더라. 저희가 시킨 건 아니다”라며 개봉 첫날 12만 명의 관객이 들었지만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말을 했다.

이미 영화 ‘신과함께’로 유명 원작 웹툰을 영화화하며 각색 문제로 거센 반발을 겪었던 원동연 대표다. 한번 유사한 경험을 했는데 어떻게 또 다시 이런 도전을 하게 된 걸까?

원 대표는 “‘신과 함께’ 때도 겪었지만, 원작 팬덤의 열정은 때로는 예측불가한 반향을 만든다”고 말했다. “‘전독시’는 웹소설 기반으로 기획됐고, 우리가 영화화 하겠다고 결정했을 당시엔 웹툰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우리가 원작을 영화로 옮기는 순간부터는 각색은 불가피했고, 완전히 똑같이 만들면 ‘날로 먹었다’는 비판을 받을 거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과 함께’ 원작자 주호민 작가도 영화를 보기 전에는 진기한 캐릭터가 없어졌다고 울기까지 하셨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삼차사 캐릭터에 그 역할이 이관된 것이었고, 영화를 본 후에는 다 이해하셨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웹툰 원작 영화에 대한 관객의 반응 자체가 바뀌었다는 판단도 있었다. 그는 “지금은 ‘전독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시기 개봉한 ‘좀비딸’도 그렇다. 오히려 그 영화는 원작의 문법을 과감히 깨고 나왔다는 이유로 웹툰 팬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관객들이 웹툰 원작 영화에 대해 가지는 기대치와 감정선 자체가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원작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호감이 생기던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내가 아는 그 장면을 어떻게 구현했을까’가 아니라 ‘왜 바꿨지?’부터 묻는 시대다. 이건 ‘신과 함께’ 개봉 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다.”

‘전독시’를 향한 일부 팬들의 ‘이지혜가 왜 총을 들었나’ ‘배우성은 왜 이러냐’ 등의 비판에 대해 그는 “저희가 작품의 메시지를 나쁘게 바꿨다면 욕을 먹어도 되겠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우리도 원작자에게 시나리오를 미리 공유했고, 작가님 역시 ‘새로운 해석’이라며 이해해주셨다”며 “하지만 신송 작가만 찬양하고 영화 제작사만 비난하는 상황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원동연 대표가 분석했던 ‘전독시’의 매력은 두 가지였다. “김독자는 보물섬 지도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전지전능하게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이기는 게 재미있지만 이 부분은 좀 마니아틱한 재미였다. 그래서 저희는 김독자 혼자서 진행하는 게 아닌 다른 캐릭터들과 함께 퀘스트를 수행해가는 ‘연대와 협력’을 재미로 봤다”라며 후자의 매력을 영화 ‘전독시’의 메시지로 정하고 작품을 만들었음을 밝혔다.

원 대표는 “우리는 2025년을 살아가는 글로벌 청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찾고자 했다. 양극화로 인한 소외감, 좌절감 속에서도 결국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자기 존재에 대해 별로 가치와 의미를 못 느끼는 젊은 친구들에게 ‘너는 되게 의미 있는 사람이야, 너는 가치 있는 사람이야. 너 같은 사람들이 세상을 구하는 거야. 그러니 너를 너무 미워하거나 비하하지 말고 소중함을 가져’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김독자가 모든 걸 알고 혼자 편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결말을 쓰겠다는 그 마음을 영화에 담았다.”

그러나 관객의 기대는 다양하다. 원 대표는 “관객 입장에서는 현실이 힘든 만큼 영화에서라도 즐겁고 해방감을 주는 엔터테인먼트를 원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도 시각효과, 음악, 크리처, 모든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총동원했다. 다만 그 안에 ‘누군가 나를 도울 수도 있다’는 감정을 관객이 느낄 수 있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영화는 2시간 안에 한 편을 완결 지어야 하기에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했다”며 “이 메시지를 교조적으로 전달했다면 촌스럽고 거부감이 들었을 테지만, 그런 기저 의식은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독자를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닌 ‘성장형 인물’로 설정한 이유도 이 같은 기획의 연장선이다. 원 대표는 “‘보물섬 지도를 가진 독자’로서 모든 걸 알고 있어도, 동료들과 함께하기 위해 위기를 자초하는 김독자의 선택이 이야기를 바꾸는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원작 팬들이 지적한 ‘총을 든 이순신 캐릭터’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지혜(지수 분)는 적은 분량에도 세 번이나 동료들을 구하는 인물이다. 이 역할을 위해 총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모두가 칼만 쓰는 설정은 비현실적이었다. 이 무기에 대한 설정은 작가와의 협의와 팬 모니터링을 거쳐 결정된 사안이며, 지수가 결정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블랙핑크 지수의 연기력 논란에 대해서는 “우리가 ADR, 후시녹음 등 모든 보완을 거쳤지만 일부 관객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연기보다 화제성을 노렸다는 비판은 억울하다. 감독도 충분히 연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팬덤이 있는 캐릭터로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수가 ‘전독시’의 팬이기도 했다. 그 진심을 믿고 함께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2편 제작에 대해서는 “이미 시나리오는 다 나와 있다. 1편은 세계관과 캐릭터의 로직 설명에 집중했다면, 2편에서는 배우성들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1편의 성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우리를 믿고 투자해준 투자자들이 손해 보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은 2편을 고민할 단계가 아니라, 생존이 먼저다”라고 토로했다.

혹시 OTT 시리즈로 확장될 수 없겠냐는 질문에는 “CG와 스케일 면에서 ‘전독시’는 극장용에 더 적합하다. 넓고 큰 화면에서 봐야 설정창이나 각 크리처의 특징, 인물의 스킬 등 볼거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에피소드당 100억 정도 예산이 있어야 현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 회차당 제작비를 20\~30억짜리 시리즈로 다운사이징하면 퀄리티가 기대치에 못 미친다. 하지만 글로벌 OTT가 충분한 조건을 제시한다면 논의는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 원 대표는 현재 한국 영화계의 위기와 제작자로서의 책임감도 언급했다. “올해 상반기 관객 수는 4400만 명. 작년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이는 사실상 전쟁 상태다. 우리 같은 대작이 무너지면 한국 영화 생태계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도에 투자하는 제작자와 투자자들이 더는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저는 영화로 자식 셋을 키운 사람이다. 저보다 훌륭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들이 뒤따라오고 있다. 제가 바통을 안정적으로 넘겨줘야 하는데, 떨어뜨리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는 그의 말에서, 지금 이 시대의 제작자가 감내해야 하는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등을 금합니다.

Author: NEWSPIC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