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여파로 촉발된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20개월만에 해제되면서 비대면 진료 등 그간 한시적으로 적용됐던 제도들도 기로에 섰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0일부로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해제된다.
지난해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 발표 후 이에 반발한 의사들이 현장을 이탈하자 정부는 그해 2월 23일 오전 8시 기준으로 보건의료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유행 상황을 제외하고 보건의료 위기경보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가 발령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의정갈등이 해소 국면에 접어들고 전공의 등 의료계도 현장으로 복귀하면서 의료대란도 진정되는 모양새다.
중대본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진료량은 비상진료 이전인 평시 대비 95% 수준이며 응급실은 평시 기준 병상의 99.8%가 운영 가능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는 평시 대비 209명이 증가하는 등 응급의료 상황도 능력을 회복했다. 전공의 역시 올해 복귀를 통해 7984명이 수련병원으로 돌아왔다.
심각 단계가 해제되면서 그동안 한시적으로 적용해왔던 제도들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첫 손에 꼽히는 건 비대면 진료다. 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필요성이 커지며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유행이 잡힌 이후 2023년 6월부터는 시범사업으로 진행됐다.
몇 차례 관련 규정을 바뀌면서 2023년 12월에 6개월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는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서는 이 규정에 예외를 적용하고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지방에서는 1형당뇨 진료가 가능한 내과를 찾기 어렵고 상급종합병원은 예약 및 대기 기간이 길다”며 “초진 제한 개념 자체도 불명확하다. 10월에 감기로 진료 받고 11월에 동일 증상으로 다시 진료받는 경우엔 초진인지, 재진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단 의료계는 초진의 비대면 진료에 대해 안전성 등의 우려를 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 9월 추계학술대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초진 환자 불가를 골자로 한 4가지 원칙을 재강조했다.
진료지원(PA) 간호사 제도 역시 쟁점이 큰 분야 중 하나다. 현재 복지부는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 제정안 입법예고와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행위 목록 고시 행정예고를 진행 중이다. 진료지원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 행위를 43개로 설정했는데 여전히 업무 행위 적정성 문제와 간호사 교육 및 자격 문제를 두고 각계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도 위기경보 심각 단계 해제로 영향을 받게 된다. 입원전담전문의란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진료를 직접 책임지고 진료하는 전문의다.
2016년 시범사업부터 시작해 2021년 제도화됐는데 당초에는 신고된 병동에 입원한 환자만 진료할 수 있었지만 비상진료 기간에는 기존 신고 병동 외 다른 병동 입원환자 진료도 허용했다.
업무 제한 규정을 완화하더라도 인력난 문제가 발생하는데, 지난해 12월 정지수 순천향대천안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팀이 대한내과학회지에 발표한 ‘의대 증원 사태 후 한국 입원전담전문의의 근무 패턴 변화 연구’에 따르면 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33.9%인 21명은 입원전담전문의를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전날 중대본 회의에서 “자원의 효율적 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된 간호사 진료지원, 비대면 진료, 입원전담전문의 등의 조치들은 제도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