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짜릿한 역전승과 함께 생애 첫 덴마크 오픈 우승 트로피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특유의 클래스를 유감 없이 보여준 한판이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17일(한국시간)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덴마크오픈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랭킹 10위 일본의 미야자키 도모카에 게임 스코어 2-1(16-21 21-9 21-6)로 뒤집기 승리를 챙겼다.
안세영의 출발은 좋지 못했다. 1게임 초반 미야자키의 공세에 고전하면서 7-10으로 끌려갔다. 미야자키의 완급조절을 앞세운 공격에 페이스를 뺏긴 기색이 역력했다.
안세영은 일단 2~3점의 격차를 유지하면서 반격에 나섰지만 좀처럼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오히려 14-16에서 연속해서 3점을 뺏기며 14-19까지 스코어가 벌어졌다. 결국 16-20에서 게임 포인트까지 내주면서 1게임을 미야자키에 넘겨줬다.
안세영은 2게임 시작 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2게임 시작과 동시에 3점을 따내면서 3-0 리드를 잡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안세영 특유의 끈끈한 수비가 살아났고, 미야자키도 조금씩 실수가 나왔다. 미야자키가 흔들린 틈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공격이 적중하면서 11-5까지 달아났다.
안세영은 기세를 몰아 점점 더 미야자키와 격차를 벌려갔다. 특히 16-6에서 몸을 날려 미야자키 토모카의 득점과 다름 없어 보였던 공격을 받아낸 직후 상대 범실을 유도한 장면이 백미였다. 18-6까지 도망가면서 미야자키의 추격 의지를 꺾어놨다. 20-9에서 게임 포인트를 손에 넣고 승부를 3게임으로 끌고갔다.
안세영은 3게임까지 삼켜냈다. 2게임과 비슷하게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미야자키를 압박했다. 8-4에서 2연속 득점을 수확, 11-4로 달아나면서 조금씩 준결승 티켓에 한걸음씩 가까워졌다. 미야자키는 반격을 노리고 과감한 공격을 펼쳤지만, 수비 만큼은 독보적인 안세영을 뚫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범실이 속출하면서 안세영의 리드 폭이 커져갔다.
안세영은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12-4에서 미야자키의 공세를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몸을 날려 수차례 막아냈다. 끝내 미야자키의 범실이 나왔다. 사실상 여기서 승부의 추가 안세영 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미야자키는 3게임 중반부터 급격한 체력 저하 기미를 보였다. 잔실수를 연발했고, 안세영은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다. 18-5까지 점수 차를 벌리고 상대 추격 의지마저 꺾어놨다.
안세영은 3게임을 21-6으로 챙기면서 웃었다.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세계랭킹 1위의 기량을 확실하게 선보였다. 이변의 희생양이 될뻔했지만 끝내 고비를 넘겨냈다.
이번 경기는 지난해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금메달 거머쥘 때를 연상하게 했다. 안세영은 8강과 준결승에서 첫 게임을 내줬으나 2~3게임에서 강점인 수비와 체력을 앞세워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역전승을 일궈내 우승 발판으로 삼은 적이 있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미야자키가 2~3게임에서 안세영의 수비에 무너졌다.
안세영은 앞서 지난 16일 열린 16강전에서 세계랭킹 28위 일본의 니다이라 나쓰키를 49분 만에 게임스코어 2-0(21-18 21-11)으로 완파, 기분 좋게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또 다른 일본 선수 미야자키까지 혈투 끝에 제압하고 덴마크 오픈 준결승에 안착, 트로피를 향한 전진을 이어갔다.
덴마크 오픈은 올해로 창설 89주년을 맞은 전통을 자랑하는 대회다. 최근 3년 동안은 여자 단식에서 중국 선수들이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2022년 허빙자오, 2023년 천위페이, 지난해 왕즈이가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안세영은 유독 덴마크 오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 여름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한국 배드민턴에 여자단식 금메달을 손에 넣고 ‘여제’의 대관식을 치렀지만, 이후 출전한 덴마크 오픈에서는 왕즈이를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안세영은 2025년 참가한 첫 9개 대회 중 싱가포르 오픈(8강 탈락), 세계선수권(4강 탈락), 부상으로 기권한 중국 오픈(4강)을 제외하고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세계선수권 2연패 불발은 뼈아팠지만 곧바로 중국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안세영은 다만 지난 9월 중순 한국에서 열린 BWF 월드투어 슈퍼 500 코리아오픈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세계 4위)에게 게임스코어 0-2(18-21, 13-21)로 패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홈팬들 앞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고자 했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안세영은 코리아오픈 여자단식 우승 불발의 아쉬움을 덴마크 우승 첫 우승으로 풀고자 한다. 우선 준결승을 통과, 대회 2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하는 게 관건이 됐다.
안세영은 준결승에서 또 다른 일본 선수와 격돌이 유력하다. 지난 8월 파리 세계선수권 우승자로, 지난달 코리아 오픈 결승에서 안세영을 완파했던 야마구치와 리턴 매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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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