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최근 축구대표팀 파라과이전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했던 옌스 카스트로프가 소속팀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로 돌아가 ‘이달의 선수상’을 거머쥐며 반전에 성공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10월 A매치 2연전 일정을 마무리 한 뒤 소속팀으로 복귀한 카스트로프가 구단 ‘이달의 선수상’을 직접 받았다.
묀헨글라트바흐는 17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옌스 카스트로프가 9월 구단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구단은 트로피를 들고 미소 짓는 카스트로프의 사진을 함께 공개하며 “그의 열정과 헌신은 팀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스트로프는 지난 4일 발표된 구단 팬 투표에서 전체 45%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2위 로빈 하크(29%), 3위 하리스 타바코비치(26%)를 제치고 1위에 오른 바 있다. 이적 두 달 만에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한 것은 그가 팀 내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확립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도 프로다운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구단 채널 인터뷰에서 “물론 기쁘지만, 나 혼자 인정받는 것보다 팀의 승리가 더 중요하다”며 “개인 상은 팀이 성장할 때 따라오는 보너스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카스트로프는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자랐다. FC 쾰른 유스 출신으로, 이번 시즌 처음 분데스리가 무대를 밟았다.
지난 시즌까지 독일 2부리그 뉘른베르크에서 활약하던 카스트로프는 올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명문 묀헨글라트바흐로 이적했다.
첫 단추는 매끄럽지 않았다.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헤라르드 세오아네 감독은 카스트로프를 거의 중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오아네 감독의 팀은 시즌 초반부터 부진했고, 결국 구단은 단 3경기 만에 감독 교체를 결단했다. 그 자리를 U-23팀을 이끌던 오이겐 폴란스키 감독이 임시로 맡게 되면서 카스트로프에게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폴란스키 감독은 부임 직후 “카스트로프는 어떤 위치에서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유연한 선수”라며 그를 즉시 주전으로 기용했다.
원래 중앙 미드필더로 중용받던 카스트로프는 공격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인해 2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는데, 낯선 자리에서도 거침없는 돌파와 강한 압박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지난 9월 22일 열린 바이엘 레버쿠젠전은 그의 진가를 알린 무대였다. 카스트로프는 이날 묀헨글라트바흐 소속으로 첫 선발 데뷔전을 치렀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으나 아쉽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지만, 구단은 지난 발표에서 “선발 데뷔전임에도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보였다”며 그의 플레이를 호평했다.
이후 열린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전에서는 마침내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터뜨렸다. 당시 묀헨글라트바흐는 전반에만 5골을 내주며 0-6으로 뒤지고 있었으나, 카스트로프가 후반 27분 정확한 헤더로 만회골을 넣으며 반격의 불씨를 지폈다.
팀은 끝내 4-6으로 패했지만, 이후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은 그의 활약은 현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여러 현지 매체는 카스트로프에게 팀 내 최고 평점을 부여했고, 패배 속에서도 유일하게 빛난 선수였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특히 일부 독일 언론이 카스트로프의 한국 대표팀 차출을 부정적으로 보도한 데 이은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독일 유력지 ‘빌트’는 최근 “카스트로프가 한국 대표팀 A매치로 인해 팀 훈련을 건너뛰며 소속팀에서의 주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그의 활약은 그런 예측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대표팀 복귀 이후 첫 경기에서 ‘이달의 선수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독일 현지에서도 그의 실력을 인정하는 모습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최근 A매치 파라과이전 ‘0분 출전’으로 논란이 일었다. 카스트로프는 지난 9월 미국 원정에서 교체와 선발로 각각 한 경기씩 출전하며 준수한 활약을 보였지만, 10월 브라질전 45분 출전 이후 파라과이전에서는 출전 시간이 없었다.
대표팀 내 문화 비판 발언으로 찍혔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 황인범이 복귀하면서 중원 조합을 테스트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카스트로프 역시 논란에 대해 “나는 여전히 대표팀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언제든 도움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대했다.
현재 대표팀은 주전 미드필더 박용우의 부상 공백으로 인해 중원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카스트로프가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을 이어간다면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및 본선에서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소속팀에서도 그의 활약은 더욱 기대된다.
비록 팀이 리그 개막 6경기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해 17위에 머물러 있지만, 카스트로프는 부진 속에서도 팀 내 가장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멀티 포지션 능력은 감독 전술 운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이번 ‘이달의 선수상’ 수상을 통해 자신감을 더욱 찾을 수 있다. 묀헨글라트바흐 구단의 평가처럼, 카스트로프는 지금 팀의 위기 속에서 가장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선수다. 그의 헌신과 멀티 플레이 능력은 팀을 구하는 열쇠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에너지 자원으로 평가받는 그가 앞으로 어떤 성장 스토리를 써 내려갈지, 독일과 한국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리고 있다.
사진=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