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응원 열기도 결국 날씨를 이기진 못했다. 올가을 내내 이어지는 늦은 장마에 설렌 마음을 가득 안고 야구장을 찾은 팬들도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2025 신한 쏠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은 결국 비로 연기됐다.
1차전은 다음 날인 1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에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던 팬들도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궂은 날씨가 예상됐음에도 팬들은 일찍부터 경기장을 가득 채워 승리를 위해 선수들에게 힘을 전했다.
7년 만에 가을야구를 만끽하는 한화 팬들도, 와일드카드(WC)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준PO)를 거쳐 한국시리즈 문턱까지 온 삼성 팬들도 정상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경기 시작까지 두 시간 이상 남긴 오후 4시20분께 한화생명볼파크 관중 입장 줄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늘어졌다. 독수리 전신탈을 쓴 한 야구팬은 인파 속을 거닐며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들은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간식거리와 기념품을 사고 인증사진을 남기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설렘을 즐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 이날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1차전 필승을 위해 필승을 향해 목청을 가다듬었다.
대전에 거주하는 한화 골수팬 홍경덕씨는 아들 홍우진군의 손을 잡고 응원석에 자리를 잡았다.
한화가 긴 부진을 딛고 7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한 만큼 이들의 얼굴에도 설렘이 가득했다.
그는 아들과 함께 가을야구를 즐기기 위해 이날 회사 반차까지 쓰고 경기장을 찾았다.
홍씨는 “작년에도 경기장에 많이 왔는데, 지난 시즌까진 그냥 지는 게 당연했다. 그때는 말 그대로 응원을 하러 야구장을 찾았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성적까지 나와주니 올해는 경기를 더욱 즐길 수 있었다”며 올 시즌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랜만의 가을야구에 젊은 선수들이 주축으로 올라선 만큼, 한화 선수단 중 과반인 20명은 이번 가을 첫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홍씨는 걱정보다 기대가 크다고 답했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니까 오히려 (큰 무대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긴장보다는 즐겨줬으면 좋겠고, 그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삼성의 오랜 팬인 이현희씨도 남편 이용석씨와 아들 이재혁군과 함께 대전을 찾았다.
대전까지 오는 데 2시간 넘게 걸렸다는 이들은 WC 결정전과 준PO에 이어 이날까지 직접 경기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구름으로 가득 낀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씨는 “올가을 삼성이 비를 몰고 다니고 있다”며 탄식을 내뱉으면서도 “그래도 홈에선 비가 올 때 더 잘하는 것 같다. 특히 원태인이 ‘비의 신’이 된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한화와의 승부가 어떻게 될지 사실 예상이 안 간다. 올해 한화 투수진이 너무 좋아서 이를 어떻게 공략할지가 중요할 것 같다”며 “한국시리즈를 꼭 갔으면 좋겠다. 끝까지 힘내서 잠실까지 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대전에서 1승 1패만 하고 대구로 내려가면 한국시리즈 진출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하교와 동시에 대전으로 온 이군은 “오늘 주황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조금 걱정은 되지만 제가 승리 요정이기 때문에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밝게 웃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팬들은 실내로 대피해 경기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렸다. 적지 않은 이들은 우비를 쓴 채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결국 오후 6시30분께 우천연기가 결정됐고, 관중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