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박수남 기자]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의 40년 경영사와 교원그룹의 DNA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사건을 꼽으라면, 그것은 그가 청년 시절 겪었던 ‘썩은 배추’ 일화다. 이는 단순히 도덕적 교훈을 담은 미담이 아니라, ‘절대적 신뢰야말로 최고의 상품’이라는, 거대한 기업을 일구는 데 평생 적용된 확장 가능한 경영 원리의 발견이었다.
이야기는 가난한 배추 장수였던 청년 장평순이 어느 날 겉은 멀쩡하지만 속이 썩은 배추를 발견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는 결점을 숨기는 대신, 배추를 사 간 모든 고객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전액을 환불해 주었다.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손실이었지만, 이 행동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신용(信用)’을 쌓는 계기가 되었다. 고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그의 트럭에는 손님들이 몰려들었고, 이는 훗날 사업의 종잣돈이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장사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평생의 신조를 체득했다.
이 철학의 배경에는 지독한 가난이 있었다.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다섯 살까지 외가에서 자랐고,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로 힘겨운 유년기를 보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로 공무원을 꿈꿨지만 행정고시의 벽은 높았다. 결국 그가 선택한 길은 장사였고, 이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은 단순한 부의 축적을 넘어 안정과 신뢰라는 가치를 추구하게 만들었다.
‘썩은 배추’ 일화는 단순한 성공담을 넘어선 전략적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이는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라는 개념이 경영학계에 대중화되기 훨씬 전부터 그 본질을 직관적으로 통찰했음을 보여준다. 장 회장은 한 번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단기적 이익보다, 신뢰 관계가 창출하는 장기적 가치가 월등히 크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단기 손실을 감수하고 신뢰에 투자하는 이 원칙은 훗날 교원의 막대한 방문판매 조직과 고품질 교육 콘텐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정당화하는 핵심 논리가 되었다.
더 나아가 이 근원적 경험은 교원그룹이 비상장 폐쇄형 지배구조를 고수하는 이유와도 깊이 연결된다. 분기별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상장기업의 이사회는 장기적이고 무형적인 가치를 위해 단기 손실을 감수하는 결정을 내린 경영자를 용납하기 어렵다. 장 회장은 교원을 비상장 기업으로 유지함으로써, 단기적 이익에 급급한 외부 주주들의 간섭 없이 ‘썩은 배추의 원칙’을 40년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구조적 방어막을 구축했다. 교원의 비상장 구조는 우연이 아니라, 창업자의 경영 DNA를 보존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상품이 B급이면 내 인격도 B급이다” 품질과 영업, 교원의 쌍발 엔진
장평순 회장의 철학이 시장 지배력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두 개의 강력한 기둥, 즉 ‘1등 품질’에 대한 집착과 그룹의 명운을 건 ‘영업’에 대한 신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최근 교원 빨간펜이 선보인 ‘150 독서마라톤’ 프로젝트는 이 두 원칙이 현대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상품이 B급이면 내 인격도 B급이 된다”는 장 회장의 격언은 교원그룹의 제품 개발을 지배하는 제1원칙이다. 이 철학은 위기의 순간마다 기회를 포착하는 그의 경영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모두가 생존에 방점을 찍던 1997년 IMF 외환위기 시절, 그는 오히려 성장에 무게를 두고 인원을 늘리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역발상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교원그룹의 매출은 1997년 3,500억 원대에서 2000년 7,000억 원대로 두 배 이상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가르침(敎)의 으뜸(元)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교원(敎元)’이라는 사명 자체에 이러한 품질 제일주의가 각인되어 있다. 그의 자부심이 담긴 학습지와 전집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시대의 교육 정책과 학습 트렌드, 그리고 인성 교육까지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 회장의 신화는 웅진출판의 영업사원으로 시작되었다. 입사 4개월 만에 ‘전국 판매왕’에 등극하고 1년 만에 본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그의 이력은 전설처럼 회자된다. 그는 영업을 단순히 물건을 파는 행위가 아닌, 회사의 존립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기능이자 자신의 ‘천직(天職)’으로 여긴다. 이러한 신념은 교원그룹의 독특한 조직 문화로 제도화되었다. 교원에서는 영업과 무관한 부서의 직원들, 심지어 임원들까지도 의무적으로 영업 현장을 경험해야 한다. 이는 전 직원이 고객과의 최전선에서 회사의 근간을 체감하게 하려는 그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150 독서마라톤’ 케이스 스터디
교원 빨간펜의 ‘150 독서마라톤’은 교원의 두 엔진이 오늘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첫째, 품질 제일주의의 발현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독서 캠페인이 아니라, 균형 잡힌 독서 습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창의융합 영재스쿨’이라는 고품질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15주간 150권의 책을 읽고, 독서 활동을 마라톤 거리로 환산하는 게임화(Gamification) 요소를 도입해 아이들의 흥미와 성취감을 동시에 자극한다. 이는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을 넘어, 구조화된 최상의 교육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품질 철학의 연장선이다.
둘째, 영업 철학의 진화다. 이 프로젝트는 탁월한 고객 관계 관리(CRM) 도구다. 부모와의 감정 대화, 후기 작성 등을 미션에 포함시켜 독서 활동을 가족 전체의 경험으로 확장시킨다. 이는 고객과의 관계를 일회성 거래(책 구매)에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평생 인연(平生 因緣)’으로 전환시키려는 장 회장의 핵심 철학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구현한 것이다. 누적 참가자 8만 6천 명 돌파와 높은 학부모 만족도는 이 접근법의 성공을 입증한다.
교원의 성공은 이처럼 품질과 영업의 선순환 구조에 기인한다. ‘빨간펜’, ‘구몬’과 같은 우수한 제품은 3만 명에 달하는 막강한 영업 조직에 자신감과 강력한 무기를 쥐여준다. 역으로, 이 거대한 영업망은 시장의 요구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데이터 네트워크 역할을 하며, 여기서 얻은 피드백은 다시 제품을 개선하고 혁신하는 데 활용된다. 이는 시대를 앞서간 데이터 기반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였다. 제품의 질이 영업을 쉽게 만들고, 영업 현장의 목소리가 제품을 더 뛰어나게 만드는 이 폐쇄 루프야말로 교원 성장의 핵심 엔진이다.
‘150 독서마라톤’은 ‘평생 인연’이라는 개념이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전략적 사례이기도 하다. 과거 이 관계가 ‘빨간펜 선생님’이라는 인간적 매개를 통해 유지되었다면, 오늘날에는 게임화된 앱과 디지털 플랫폼이 그 역할을 대신하거나 보완한다. 이는 ‘썩은 배추의 원칙’을 자동화하려는 시도다. 즉, 인간적인 접촉뿐만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디지털 경험을 통해 대규모로 신뢰를 구축하고 장기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는 교원의 핵심 역량이 아날로그적, 인간 중심적 모델에서 확장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 모델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변화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교육 왕국의 영토 확장 전략
학령인구 감소라는 피할 수 없는 인구 구조적 위기 앞에서, 장평순 회장은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교육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다각화를 추진했다. 이는 순수 교육 기업에서 종합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변모하려는 거대한 전략적 선회였다. 그의 비전은 한 고객의 전 생애 주기, 즉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Cradle to Grave)’를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교원의 사업 다각화는 교육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계획적인 행보인 동시에,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해 온 장 회장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는 마치 농부가 씨앗을 심듯, 국가적 경제 위기 상황마다 미래를 위한 사업 다각화의 씨앗을 뿌렸다.
2003년 신용카드 대란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을 때, 그는 정수기 렌털 사업에 진출하며 생활가전의 문을 열었다. 이 첫 번째 씨앗은 꾸준히 성장해 현재 비교육 사업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2010년 유럽발 재정위기 시절에는 저출생·고령화라는 사회 구조적 변화에 주목해 상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설립된 ‘교원라이프’는 10여 년 만에 자산 1조 4,546억 원을 돌파하며 업계 2위로 올라서는 결실을 맺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 엔데믹 이후의 폭발적인 여행 수요를 예측하고 종합패키지여행사 ‘교원투어’를 설립한 것이다. 이 과감한 투자는 2년 만에 송출객 수 기준 업계 5위권으로 도약하는 성공을 거뒀다. 특히 상조와 여행의 시너지는 주목할 만하다. 상조 상품을 여행 서비스로 전환하는 이용 건수는 2년 연속 세 자릿수 성장을 이뤘고, 전체 전환 서비스에서 여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7%에서 2023년 75%로 급증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비교육 부문은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비교육 부문 매출은 2018년 3,344억 원에서 2023년 4,867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2024년에는 전년 대비 5.7% 성장한 5,144억 원을 기록했다. 장 회장의 구상은 ‘빨간펜’으로 시작한 고객이 성인이 되어 교원의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교원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며, 마지막에는 교원의 상조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대한 시너지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교원의 다각화 전략은 ‘평생 인연’이라는 핵심 철학의 자연스러운 확장이다. 이는 단순히 수익성 높은 시장에 무작위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고객 기반을 대상으로 그들의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새로운 접점을 찾아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다. 자녀 교육을 통해 한 가정과 쌓은 신뢰는 교원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형자산이며, 이 자산을 활용해 정수기, 호텔 숙박권, 상조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다각화의 본질이다. 즉, 교원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은 교육 콘텐츠가 아니라 수백만 한국 가정과의 신뢰 관계 그 자체이며, 다각화는 이 신뢰를 여러 생애 단계에 걸쳐 수익화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국의 확장은 2세 경영에 복합적인 과제를 안겨준다. 장평순이라는 창업자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단일한 비전 아래에서는 교육, 호텔, 금융, 가전 등 이질적인 사업들이 하나의 철학적 우산 아래 통합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후계자인 장동하 부사장과 장선하 전무는 교육, 호텔, 투자 등 각기 다른 전문성이 요구되는 거대한 연합체를 관리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한다. ‘삶의 제국’이라는 비전의 성공 여부는 창업자의 구심력이 사라진 이후에도 이 복잡성을 관리하고 사업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 두 자녀에게 명확한 역할 분담을 한 것은 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첫 번째 구조적 장치로 볼 수 있다. 2세 경영의 가장 큰 시험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고객 여정을 과연 매끄럽게 통합할 수 있을지, 아니면 거대 제국이 서로 무관한 사업부의 집합체로 흩어질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딥 체인지(Deep Change)’를 향하여
교원그룹은 에듀테크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을 ‘제2의 창업’으로 선언하며 미래를 향한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방문판매 시대에 구축된 ‘개인화된 관리’라는 회사의 핵심 철학이 인공지능(AI) 기반의 데이터 중심 세계에서도 유효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근본적인 시험대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부상이라는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교원은 2015년 ‘스마트 빨간펜’을 출시하며 일찌감치 디지털 전환에 착수했다. 장 회장의 이러한 선견지명은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대부분의 학습지 회사들이 비대면 전환에 어려움을 겪으며 역성장할 때, 미리 디지털화를 준비해 온 교원은 오히려 성장을 이뤄냈다. 당시 교원그룹의 교육사업은 매출 1조 714억 원을 기록했으며, 특히 에듀테크 부문에서만 매출 5,267억 원, 회원 수 58만 명을 돌파하며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현재 교원의 전략은 AI 기술을 활용한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학습에 집중되어 있다. 대표 상품인 ‘아이캔두(AiCANDO)’는 AI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과 성향을 분석해 최적의 학습 경로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이는 과거 인간 교사가 일대일로 제공하던 맞춤형 관리를 기술을 통해 대규모로 구현하려는 시도다.
개방형 혁신으로의 전환
교원은 더 이상 내부 R&D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AI, 가상·증강현실(VR/AR) 등 첨단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스타트업과의 협업 및 투자를 통해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폐쇄적이고 내부 역량에 집중했던 교원의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수혈하여 변화의 속도를 높이려는 중요한 전략적 전환이다.
교원의 에듀테크 전환은 ‘개인화된 관리’라는 핵심 가치를 어떻게 하면 인간 교사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확장할 수 있을까라는 가장 큰 역설을 풀기 위한 시도다.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은 수백만 명의 학생에게 동시에 맞춤형 관심을 제공함으로써, ‘빨간펜 선생님’의 정신을 디지털 형식으로 보존하고 확장하기 위해 장 회장이 선택한 도구다. 즉, ‘딥 체인지’는 과거의 철학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현하는 방식을 인간의 노동력에서 알고리즘으로 전환하여 효율성과 확장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디지털 전환은 교원그룹에 가장 큰 문화적 도전을 제기한다. 교원의 정체성은 ‘방문판매회사’라는 자기규정에서 비롯된다. 조직 문화, 보상 체계, 운영 프로세스 모두가 거대한 오프라인 인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 AI 기반 플랫폼 중심의 사업 모델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 뿌리 깊은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강력한 영업 채널을 잠식하거나 내부적인 마찰을 일으킬 위험도 존재한다. ‘제2의 창업’의 최종적인 성공은 기술 그 자체보다, 이 거대한 문화적 변혁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이는 인간 중심의 조직을 코드 중심의 미래로 이끌어야 하는 장동하 부사장이 풀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전략적 딜레마다.
장평순의 유산과 교원의 과제’
장평순 회장의 유산은 단순히 자수성가한 재벌 총수라는 타이틀을 넘어선다. 그는 ‘썩은 배추’ 한 포기에서 얻은 신뢰의 가치를 기업 경영의 알파이자 오메가로 삼아, 독특하고 강력한 철학을 지닌 기업을 설계한 아키텍트다. 썩은 배추에서 시작된 신뢰의 원칙 품질과 영업이라는 쌍발 엔진, 교육을 넘어 삶 전체를 아우르는 제국의 건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승계 계획 10에 이르기까지, 그의 40년은 일관된 철학이 어떻게 거대한 기업으로 물질화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명 과정이었다. 특히 그는 IMF 외환위기,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국가적 위기 속에서 오히려 기회의 씨앗을 심고 과감한 투자로 성장을 일궈내는 특유의 경영 DNA를 입증해왔다.
이제 교원그룹은 창업자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리더십이 부상하는 거대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 그들 앞에 놓인 마지막이자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썩은 배추의 원칙’, 즉 절대적 신뢰와 평생에 걸친 관계라는 창업자의 무형적 철학이 과연 2세대에 의해 성공적으로 제도화되고 확장될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리더십이 마주한 핵심 과제는 창업자의 개인적 카리스마와 철학을 그가 없어도 작동하는 지속 가능한 기업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장평순 회장 자신이 곧 교원의 신뢰 문화 그 자체였다. 그의 자녀들은 이 철학을 디지털 시대의 비인격성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견고한 시스템으로 구축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교원의 미래는 두 갈래 길 위에 있다. 하나는 창업자의 DNA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성공적으로 진화시켜, 교육, 생활, 레저, 상조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진정한 ‘삶의 제국’으로 거듭나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거대하게 확장된 사업들이 시너지를 찾지 못하고 흩어지며, 대면 영업의 시대에서 멀어질수록 회사의 핵심 철학이 희석되는 길이다. 장평순이 건설한 제국에 대한 최종 평가는 이제 그의 후계자들의 손에 의해 쓰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