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검찰 지휘부가 핵심 증거를 누락해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무혐의·불기소 처분 내렸다고 밝힌 현직 부장검사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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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SNS에 전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대상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온 문지석 부장검사를 언급했다.
정 대표는 “윗선 검사들을 엄히 수사하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진실을 말한 문지석 검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러니 검찰 개혁하자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안호영 환노위원장인 안호영 민주당 의원도 이날 SNS에 ‘양심고백을 위해 국감장을 찾은 문지석 부장검사의 증언’ 영상을 올리며 “당신의 용기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 역시 같은 날 “문 검사님의 용기와 결단이 헛되지 않도록 쿠팡 일용직 퇴직금 문제 해결하겠다”라고 밝혔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전날 SNS에 문 부장검사의 발언을 전하며 “(국감에) 차분하게 임하려 했지만, 한 검사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가슴이 울컥했다”고 했다.
강 의원은 문 부장검사에 대해 “권력보다 정의를, 조직보다 양심을 택한 사람이었다. 정치검찰 내에도 이런 의로운 검사가 있었다는 사실에 희망을 느꼈다”며 “문 검사의 용기있는 증언은 한 개인의 양심이 아니라 이 시대의 양심”이라며 응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올해 1월 쿠팡 측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지난 4월 무혐의·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를 두고 검찰의 ‘쿠팡 봐주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한 언론 매체는 지난달 김주영 의원으로부터 한 부장검사의 대검찰청 진정서를 확보했다며 ‘상급자인 엄희준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가 쿠팡에 무혐의 처분을 하라고 압력을 줬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쿠팡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문 부장검사는 전날 국감에서 ‘불기소 처분에 동의했느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문 검사는 ‘엄 지청장이 핵심 증거 누락 등으로 무혐의 처분을 이끌었다는 의혹이 맞는가’라는 질문에도 “그렇다”며 “무혐의 수사 가이드라인이 전달됐고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핵심 압수수색 결과가 누락된 상태로 대검에 보고되며 최종 불기소 처분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전 주임 검사 모두 쿠팡의 취업 변경 규칙이 불법이므로 기소해야 한다고 판단해 그 의견을 김 차장검사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차장검사가 ‘무혐의가 명백한 사건이고, 다른 청에서도 다 무혐의로 한다’, ‘괜히 힘 빼지 마라’ 등으로 말했다는 게 문 검사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엄 지청장이 올해 2월 새로 부임한 주임 검사를 따로 불러 쿠팡 사건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줬다며, “당시 엄 지청장은 사건 기록을 하나도 안 본 상태인데 수사 검사를 직접 불러 처리를 지시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문 검사는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 원 정도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았으면 좋겠고, 부적절한 행동을 했던 모든 공무원이 잘못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 중 문 검사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에 북받치는 모습을 보였다.
문 검사는 안 위원장이 ‘현직 부장검사가 국회에 나와 공개 증언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를 묻자 “잘못됐기 때문이고 이렇게라도 해서 근로자들의 권익을 확보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며 “조직 내에서는 안 좋게 평가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국회 와서 이렇게 발언하기가 참 쉽지 않은 일일 것”이라며 문 검사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