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로제를 단체 사진에서 지우고 게재해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던 패션 잡지 엘르의 영국판 엘르 UK가 ‘오징어게임’의 히로인 정호연을 최신판 표지모델로 내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엘르 UK는 한국 시각 1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정호연을 11월호 커버 모델로 공개했다. 엘르 UK는 정호연의 표지 인물 발탁 배경에 대해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명성을 얻은 스타이자 “패션계에서도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정호연의 표지 장식에 앞서 엘르 UK는 일명 ‘로제 편집 파문’에 휩싸여 엄청난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이달 초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 기간 내 열린 생로랑(Saint Laurent) 쇼에서 촬영된 단체 사진이 발단으로, 엘르 UK는 ‘로제를 제외하고’ 미국 출신 모델 헤일리 비버와 배우 조 크라비츠, 싱어송라이터 찰리 XCX 3인의 모습만 담긴 ‘편집본’을 자체 SNS에 실어 논란을 키웠다.
이를 둘러싸고 글로벌 팬덤은 ‘동양인 스타에 대한 의도적 배제’ 또는 ‘노골적 인종차별’ 등 의혹이 짙다며 엘르 UK에 대한 사과 요구에 나섰고, 잡지사 측은 결국 ‘사진 크기 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였다’고 해명하며 해당 게시물 삭제, 로제가 포함된 원본 사진으로의 복구, 공식 사과문 발표 등 조처를 했다.
정호연의 표지 모델 발탁은, 그런 점에서 이른바 ‘로제 사태’와 맞물려 여전히 냉담한 전 세계적 여론을 의식하고 논란에 대한 오해 불식과 반성 아울러 이미지 회복까지 꾀하는 ‘자구책’으로 여겨진다.
이날 공개된 정호연의 잡지 표지와 맞물려 글로벌 팬덤은 SNS를 통해 대체로 “정호연 표지 너무 멋지다” 등 긍정 반응을 보냈지만 ‘엘르는 아시아인을 차별하지 말라’ 등 경고성 메시지 또한 심심찮게 눈에 띄는 등 논란 해소까지는 다소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엘르 UK로 촉발된 ‘로제 사태’는 한편 단순 편집 오류의 진위를 넘어, 전 세계 미디어의 ‘다양성과 포용성’ 이슈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김겨울 기자 win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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