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이재(EJAE)는 케이(K)팝 스타를 꿈꿨던 평범한 한국계 미국인 소녀였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학창 시절을 온통 쏟아 10년간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했지만, 끝내 데뷔가 무산되며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럼에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은 이재는 ‘작곡가’로서 무대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랬던 이재에게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메인 테마곡 ‘골든’을 비롯해 주요 OST 수록곡을 작곡하고 영화 속 걸그룹 헌트릭스 멤버 루미의 가창도 맡았다.
넷플릭스 공개 이후 ‘케데헌’은 전 지구적 신드롬을 일으켰고, 그가 쓰고 부른 ‘골든’은 케이팝 최초로 미국 빌보드 차트 7주 연속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이에 힘입어 그래미와 아카데미(주제가상) 수상까지 넘보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이재의 시간이 온 셈이다.
O“음악이 날 살렸다”
밀려드는 방송 출연 및 인터뷰 요청으로 바쁜 그는 ‘케데헌’ 공개 이후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찾았다. 거리에서도 사인 요청이 쇄도할 정도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는 이재는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그냥 작곡가’ 가운데 한사람이었을 뿐인데 믿기지 않는다”고 얼떨떨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외국에서는 이제 한국인이라고만 밝혀도 환대받아요. 어릴 적 봤던 애니메이션에는 중국이나 일본 문화만 있었죠. 친구들은 한국이 어디 있는 지도 몰랐어요. 그런 배경에서 우리 문화를 알리고 싶었고 ‘케데헌’을 선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죠.”
청소년 시절 아이돌 데뷔 좌절로 내심 상처를 받았던 그는 그런 시간마저도 자신에게 ‘큰 자산이 됐다’고 돌이켰다.
“저를 살린 건 언제나 음악이었어요. 꼭 가수만 음악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데뷔가 무산된 뒤에도 하루 12시간씩 비트를 만들었죠. 작은 기회라도 잡으려고 했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루미와 이재, 사진제공 |넷플릭스
O“에스파·방탄소년단과 협업 원해”
이재는 자신의 예술적 감각이 가족으로부터 비롯됐다고도 전했다. 외할아버지로 1960~70년대 우리 영화계를 대표한 원로 배우 고(故) 신영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선 배우셨지만, 저는 노래도 연기라고 생각해요. 연기 하듯 100% 몰입해야 듣는 사람도 믿을 수 있죠. 어릴 적 할아버지도 ‘노래도 연기다’고 자주 말씀하셨어요.”
국내는 물론 주요 외신들은 그래미와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노래 ‘골든’이 수상의 영예를 누리게 될 거라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이재는 “한국인 작곡가로서는 최초로 트로피를 거머쥐고 싶다”는 솔직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우리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협업도 소망했다.
“에스파, 방탄소년단과 함께 작업한다면 정말 영광일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 님의 노래를 정말 좋아하죠. 두아 리파나 사브리나 카펜터 등 팝스타들과도 협업해보고 싶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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