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은 혼돈 속에 빠져 있었다. 천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도성(都城)의 땅값, 즉 지가(地價)가 미친 듯이 날뛰어 백성들의 삶을 위협한 지 이미 수년이었다.
이러한 난세(亂世)를 바로잡고자 승상(丞相) 조조(曹操)가 칼을 빼 들었다. 조조는 늘 시장의 왜곡과 투기라는 독사(毒蛇)의 습성을 혐오해 왔으며, 불로소득(不勞所得)으로 나라의 기틀을 무너뜨리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았다.
“이 천하의 지가가 세계 제일의 수준에 도달했으니, 이대로 가면 언젠가 반드시 동쪽의 섬나라(일본)처럼 장기간의 역병(Japanification)에 시달려 망국의 위기에 처할 것이다!”
조조는 분노에 차서 역모(逆謀)에 가까운 시장 교란 행위를 맹렬히 질책했다. 그의 대책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난세의 근간을 바로잡는 무서운 대계(大計)였다.
문황제의 그림자: 규제의 역설과 실패의 기시감
조조가 천하를 맡기 전, 선대(先代)의 문황제(文皇帝, 문재인)는 재임 기간 동안 스물 대여섯 차례에 달하는 규제 대책을 쏟아냈으나, 도리어 도성 아파트의 평균 시세를 78%에서 119%까지 폭등시키고 말았다.
문황제의 규제는 마치 ‘양도세 중과’라는 독화살을 쏘아 다주택자들을 벌하려 했으나, 이 화살은 매물을 움츠러들게 하여 시장 유통을 막아버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결국 집값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더욱 맹렬히 폭등하는 ‘소폭 하락 후 폭등’의 패턴을 여러차례 반복했었다.
조조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고강도 금융 통제라는 ‘철쇄 칙령(鐵鎖 勅令)’을 준비했다. 조조의 측근들은 이 정책이 문황제 시절의 스물여덟 번의 규제 대책을 전부 합친 것만큼 강력하다며 그 위력을 자랑했다.
조조 정부의 시각에서, 문황제의 실패는 시장의 본질, 즉 ‘투기는 끊임없이 통제해야 한다’는 진리를 간과하고 단기적인 처방에만 의존한 결과였다.
철쇄 칙령의 집행: 환금술(幻金術)의 봉쇄
조조는 즉시 삼촌(三寸)에 달하는 강력한 규제를 집행하여 투기 세력의 돈줄을 봉쇄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투기적 자본의 핵심 병기인 ‘갭 투자(Gap Investment)’를 금지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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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가 주택에 대한 정조준: 도성 내 고가 아파트(15억 원 초과)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4억 원 이하로 축소하고,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대폭 줄였다. 이는 고가 주택 시장의 레버리지(Leverage)를 통한 매입 능력을 심각하게 위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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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 투자 봉쇄의 기술: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활용해 주택을 매입하는 투기 수법인 환금술을 막기 위해, 1주택자가 규제 지역에서 전세 대출을 받을 경우 그 이자 상환액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반영하도록 명했다. 이는 전세라는 공공의 보증을 투기에 악용하는 통로를 시스템적으로 차단하려는 고도의 술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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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적 통제 기구 신설: 조조는 단순히 금융 규제에 그치지 않고, 시장 교란 행위를 ‘경제 범죄’로 규정했다. 국무총리 직속의 ‘부동산 불법행위 감독기구’를 신설하고 산하에 수사조직을 설치하여, 시세 조작이나 허위 거래 신고 같은 ‘가격 띄우기’ 행위를 직접 조사하고 수사하도록 했다. 이는 투기 행위를 단순한 위반이 아닌 역모(逆謀) 행위로 다루겠다는 선언이었다.
아홉 머리 용의 부활: 공급의 저주와 금융의 역류
조조의 강력한 철쇄 칙령에도 불구하고, 도성(서울)의 아파트 지가는 18주 연속으로 불길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강남, 서초, 송파 등 도성 내 세 강(三江) 지역은 규제를 비웃듯 상승 폭을 확대했으며, 대출 의존도가 낮은 고가 아파트 단지들은 여전히 투기 세력의 표적이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다음 두 가지 거대한 힘 때문이었다.
1. 과거의 업보: 공급의 저주
오늘의 공급 부족은 조조의 치세에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5년 전 선대 정부(문황제 시대)의 인허가 물량 축소 결정이 낳은 결과였다. 아파트 공급은 착공부터 입주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느린 작업이기에, 조조에게는 아직 ‘알리바이(Alibi)’가 있었다. 그러나 시장은 당장의 부족분을 냉혹하게 반영했다. 심지어 내년 도성의 입주 물량은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할 예정이었다. 시장에 물량이 충분하다는 신호가 없으니, 백성들은 ‘얼어 죽어도 신축/재건축’을 사수하려 들었다.
2. 하늘의 뜻: 금리 변수의 압도적 영향력
과거의 실록을 살펴보면, 부동산 정책이나 정권의 색깔보다는 금리(金利)와 대출 규제 같은 금융 변수가 집값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 대륙 전체의 금리는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고강도 대출 규제를 비껴나간 유동성이 다시 투기 심리를 부추기는 역류(逆流) 현상이 발생했다. 청년층과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대출 한도 축소로 주거의 사다리에서 밀려난 반면, 가진 자들의 투기는 여전히 멈추지 않는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조조의 궁극적 병기: 토지 공유 대계
조조는 단기적 통제만으로는 투기라는 괴물을 잠재울 수 없음을 알았기에, ‘불로소득 억제령’에 기초한 거대한 이념적 병기를 준비했다. 바로 ‘토지 공유 대계(土地 公有 大計)’였다.
조조는 토지 가치 상승은 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 공동의 노력으로 발생한 지대(Rent)이므로 이를 국민 모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핵심은 ‘기본 소득 토지 대세(國土保有稅)’의 도입이었다.
조조는 이 세금 징수로 반대 세력의 저항이 거셀 것을 예측하고, 정교한 정치 전략을 펼쳤다. 징수한 세금을 ‘기본 소득’으로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함으로써, 세금 납부액보다 기본소득 수령액이 더 많은 전 국민의 90%를 정책의 지지자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상위 10%의 탐욕스러운 투기 세력을 징벌하고, 나머지 백성들을 조조의 천하 대계에 동참시키는 ‘위민(爲民)의 명분’과 ‘세력 균형의 술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일거양득의 계책이었다.
조조는 이로써 250만 호의 주택 공급과 100만 호의 ‘기본 주택(Basic Housing)’이라는 장기 임대 주택을 건설하여, ‘주거 불안 없는 새로운 천하’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조조의 고뇌: 필연적 충돌인가, 궤도의 이탈인가
조조의 전략은 금융 통제(철쇄 칙령), 사법 집행(감독기구), 그리고 이념적 개혁(토지 공유 대계)이라는 세 개의 쐐기로 부동산 투기라는 거대한 나무를 뿌리째 뽑으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승상 조조는 여전히 고뇌했다.
강력한 금융 통제는 단기적으로 시장을 억누를 수 있지만, 공급 부족의 저주가 지속되는 한, 언제든 풍부해진 유동성(금리 인하 기대)과 투기 심리에 의해 폭발할 위험을 안고 있었다. 게다가 조조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여 공급을 서두르는 행위는, 금융 규제라는 방벽이 무너질 경우 투기 자본의 새로운 유입 통로를 스스로 열어주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도 있었다.
토지 공유 대계의 궁극적 목표는 불로소득의 근절이지만, 그 이행 과정에서 시장의 유동성을 과도하게 억눌러 유통 경색(Lock-in Effect)을 유발할 위험도 있었다. 높은 보유세와 강력한 매도 규제가 맞물리면, 조조가 경고했던*’언젠가 반드시 사고(부동산 대폭락 사태)가 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이 외부적 시장 충격이 아닌, 과도한 통제 그 자체로 인해 현실화될 수 있었다.
조조의 천하 대계는 문황제와 달리 근본적인 통제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었지만, 시장이라는 생물(生物)은 이념이나 규제만으로 길들여지지 않는 법이었다. 조조의 철쇄가 투기의 광풍을 막을 수 있을지, 아니면 문황제의 실패처럼 새로운 형태의 파국을 맞이할지는 오직 하늘의 뜻(금리)과 공급의 궤도에 달려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