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부 해안 인근에서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당국이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필리핀 중부와 남부의 해안 지역 주민들에게는 즉시 대피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으며, 당국은 최대 1미터를 넘는 파도가 밀려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진은 현지시간 10일 오전에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최소 1명이 숨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이 발생하고 수업이 중단됐다.
이번 강진은 불과 일주일여 전, 필리핀 중부 세부에서 발생한 규모 6.9 지진 이후에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당시 지진으로 74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다쳤다.
현지 언론에 공개된 영상에는 지진이 발생한 순간 차량들이 멈춰 서고, 상공의 전선이 심하게 흔들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진앙 인근 도시인 다바오시에서는 병원 바깥 주차장에 환자들이 누워 치료를 받고, 병원 복도는 사람들로 가득 차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고 현지 기자들이 전했다.
에드윈 주바히브 다바오 오리엔탈 주지사는 도내에 공포가 번졌다고 전했다. 그는 “진동이 매우 강했다”며 “건물이 일부 파손됐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필리핀 방송국 DZMM에 밝혔다.
마나이 지역 재난 당국에서 일하는 리치 듀옌은 “지진 후 일부 학생들이 기절했고, 나 역시 어지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BBC에 “아직도 무섭고 정신이 없다. 지진이 이렇게 강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은 지질학적으로 불안정한 ‘불의 고리’에 위치해 있으며, 최근 연이어 자연재해를 겪고 있다.
필리핀 지진화산연구소(Phivolcs)의 테레시토 바콜콜 소장은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필리핀 국민은 이제 태풍, 화산의 소규모 분화, 지진 등으로 인한 재난 피로감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따금씩 지진과 화산 폭발, 쓰나미가 발생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공포에 휩싸이기보다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세부에서 발생한 지진은 필리핀에서 최근 수년간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인 지진 중 하나로 주 전역에서 약 8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앞서 지난달에는 초강력 태풍이 필리핀 북부를 강타해 11명이 숨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지진 이후 필리핀 당국은 “파괴적”이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하와이에 위치한 태평양 쓰나미 경보센터는 약 한 시간 뒤 위협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필리핀 지진화산연구소는 본진이 발생한 이후 몇 시간 동안 민다나오 남부 지역에서 규모 2.6~4.9의 여진이 계속됐다고 전했다.
인근 인도네시아에서도 소규모 쓰나미가 감지됐으며, 북술라웨시주 탈라우드 제도에서는 최고 17cm 높이의 파도가 관측됐다.
필리핀 국경과 가까운 탈라우드 제도에서는 학생들이 귀가 조치됐지만, 현재까지는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현지 관계자가 BBC에 전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주민들에게 “침착함을 유지하고, 지진으로 파손된 건물 근처에는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추가 보도: 아리에 피르다우스(자카르타), 오스몬드 치아(싱가포르)